프로 뮤지션이 선곡하는 뮤직 바, 연남동 Hey Joe Bar

BGM 플레이스

프로 뮤지션이 선곡하는 뮤직 바, 연남동 Hey Joe Bar

2019.05.23
플레이스

프로 뮤지션이 선곡하는 뮤직 바, 연남동 Hey Joe Bar

진석: "바에 가서 술 한잔 할까?"

몇몇 친구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소주나 마시자고 한다. 왠지 가격도 비쌀 듯하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그러나 "헤이조바"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큰 잔에 꽉 채워주는 맥주나 위스키 한잔, 푸짐한 안주, 그리고 좋은 사운드로 듣는 음악에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있다. 혼자 가서 고독을 즐기거나 사장님과 음악 이야기를 해도 좋다. 그야말로 마음의 안식처다.

연남파출소 인근에 위치한 "헤이조바"는 뮤지션 훈조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Jimi Hendrix의 'Hey Joe'와 본인 이름 이니셜(HJ)을 따 지은 상호명이다. 전문 음악인이 운영하는 바라니,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는가?

글 | 멜론기자단 10기 유진석, 장재식


첫인상

'라라랜드'와 엠마 스톤

재식: 영화 "라라랜드"에서 엠마 스톤이 뮤직바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헤이조바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음악 소리를 들었을 때, 엠마 스톤과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면 조금은 과장일까? 하루 종일 거리에서 들을 수 있던 노래와는 다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나를 설레게 했다. 입구에 붙어 있던 Jimi Hendrix그림을 지나쳐 가게에 들어오자 외국에 온 것 같았다. 그러나 이질적이지 않았다. 따뜻하고 편안했다. 부드러운 음악이 기분 좋게 나를 늘어뜨렸고,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아지트를 찾게 되었다는 직감이 들었다.


인테리어

원목의 편안함에 디지털을 더하다

재식: 사실 첫인상에서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낀 주된 이유가 인테리어였다. 원목의 느낌을 많이 살렸던 메인테이블, 술 한잔과 함께 편히 앉고 싶은 소파 등 가구가 인상적이었다. 벽면 여기저기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The Beatles, Led Zeppelin, Jimi Hendrix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었고, 이 공간에서 내가 얼마나 즐거워질지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메인테이블(바) 뒤편에 걸려있는 최신 디스플레이에 띄워져 있는 HEYJOEBAR 로고와 오늘의 음악을 책임져줄 애플 아이맥이 주는 디지털의 매력까지. 내가 꿈꾸던 게 모두 있었다. 감각적인 가구,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인테리어 소품, 내 자유시간을 책임질 컴퓨터까지. 내가 꾸미고 싶은 방이 딱 이거였는데. 이 느낌이 왜 여기서 나와?


추천메뉴

진석

애주가라면 사랑할 법한 메뉴를 소개한다. 헤이조바에서 로큰롤을 들으며 즐길 수 있는 단골 주문 리스트 되겠다.

1. 인수킴 블랙데스

밴드 크라잉넛 멤버 김인수의 시그니처 메뉴다. 단돈 2만원에 즐기는 기네스 파인트 1잔과 드람뷔 위스키 1샷, 제임슨 위스키 1샷이면 취기가 확 오른다. 술을 따로 마시거나 위스키를 맥주에 투하해서 즐겨도 좋다. 갓성비란 이 메뉴를 두고 하는 말이다.

2. 칠리나쵸

사장님이 미국에서 배워온 오리지널 칠리나쵸 되시겠다. 소고기와 칠리빈, 치즈가 잔뜩 들어간 칠리소스를 나쵸 위에 듬뿍 얹어 먹는다. 위스키 한잔이 절로 당긴다. 올리브와 할라피뇨를 올리면 풍미가 살아난다. 행복 별거 없다. The Beatles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칠리나쵸와 술 한잔이면 충분하다.


추천메뉴

재식

음악, 인테리어가 다 좋아도 술과 안주가 맛있어야 비로소 바는 완성되는 법이다. 근데 술과 안주에서도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마시고 먹었던 모든 게 좋았거든. 그 중에서도 내 추천은, 이들이다.

1. 빌리 조엘

빌리 조엘은 헤이조바만의 진토닉이다. 사장님은 술 본연의 맛을 살리며 조화로움을 추구하셨는데, 깔끔하나 특색 있었던 빌리 조엘은 이를 완벽하게 담고 있다. 오렌지와 라임이 텐커레이 진 본연의 맛을 은은하게 돋보이도록 도와주며, 로즈마리 향이 특별함을 더해준다.

2. 아보카도 새우

안주로는 아보카도 새우를 추천한다. 새우의 간이 약간 매콤하게 되어있어 감칠맛을 돋우며, 부드러운 과카몰리가 칩 안에 들어 조화로움을 선사해준다. 사실 이날 먹어본 음식 모두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전반적인 퀄리티가 대단하다.


Interview

with 헤이조바 훈조

어느덧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인터뷰를 시작했다. 같이 술 한 잔 기울이며 편안하게 응해준 훈조 사장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Q&A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페셔널 뮤지션 훈조입니다. 지금 연남동에서 "방구녹음실"이라는 스튜디오와 '헤이조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A

  • 뮤지션이면서 녹음실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바쁜 와중에 바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녹음실을 열었을 때 많은 분들이 작업을 맡겨 주었습니다. 대부분 신인 밴드였어요. 문제는 큰 돈을 들여서 좋은 작업물을 만들어도 무대 한 번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공연을 갖는다고 해도 아주 적은 돈을 받거나 적자인 경우도 있고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작은 공연장을 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렉트릭 밴드를 세우기에는 제가 원하는 전력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작업한 음악을 여러 사람과 들을 수 있는 바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A

  • 음식과 술이 다른 곳보다는 푸짐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차별점을 둔 이유가 있을까요?

    (웃으며)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보통 체격이 아닙니다. 작은 잔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요. 그냥 제 기준에 맞췄습니다. 또 미국과 영국 바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술잔도 외국 사이즈를 따랐습니다. 처음부터 많이 드리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제 스타일대로 했어요.

Q&A

  • 처음 온 손님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안 들어간 생맥주나 위스키 한잔이요. 칵테일도 팔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천천히 음미했으면 좋겠습니다.

Q&A

  • 어떤 기준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시나요?

    제가 예전에 "훈조의 펫사운즈"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1년 정도 DJ를 했습니다. 그때 기준이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중심을 두되, 그 날의 날씨나 신청곡에 맞추어 음악을 틀고 있어요. 누군가 The Strokes의 음악을 신청하면, The Libertines나 Arctic Monkeys는 어떨까 하고 가는 식입니다.

Q&A

  • 다른 바와 달리 신청곡 장르(힙합)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하루 최소 6시간은 녹음이나 믹싱 작업으로 귀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베이스 강한 음악을 들으면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바 오픈 할 때는 재즈 풍이나 라틴 풍 음악으로 귀를 이완시킵니다. 처음부터 강한 음악을 신청하면 좀 곤란할 수도 있어요.

Q&A

  • '이런 신청곡은 환영이다!'하는 음악이 있나요?

    많습니다. 하루에 한번 이상은 몰랐던 좋은 음악을 배웁니다. 어제 같은 경우에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기타리스트 홍기씨가 PJ Morton의 'Go Thru Your Phone'을 신청했습니다. 처음 들어본 음악인데 너무 좋더라고요.

Q&A

  • 헤이조바에 처음 온 사람들도 푹 빠질 수 있는 음악 추천 부탁 드립니다.

    Clarence 'Frogman' Henry의 'But I Do'를 추천합니다. The Beatles가 64년 미국 투어를 돌 때 오프닝을 맡았던 가수의 곡인데, 편안하게 듣기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David Bowie 'Soul Love', The Beach Boys 'Hushabye', The Beatles 'Sexy Sadie', Marvin Gaye 'Stubborn Kind of Fellow'를 많이 듣고 있어요.

Q&A

  • 방구녹음실에서 작업한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사운드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곧 사장님의 새 밴드 음악이 나오기도 하고요. 사람들을 불러서 술과 함께 즐기는 음감회를 진행할 계획이 있나요?

    너무 좋습니다. 만약에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적정 인원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보통은 제가 가게에 계속 있으니까 언제든 들려서 즐기고 축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A

  • 어느덧 오픈한 지 반 년 정도 흘렀습니다. 헤이조바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저는 바가 부담스러운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가게가 다양한 술을 팔아서 그렇지, 일반 펍 같은 느낌입니다.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편하게 음악과 술을 즐기는 뮤직바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단 Comment

총평은 어때?

재식: 강력하게 추천한다. 단골 진석이 형이 소개해줬는데, 나 역시 하루만에 이곳의 팬이 되었다. 친구들과 한잔 하고 싶은 날 올 만한 아지트가 하나 생겼다. 원래 이런 곳은 다른 사람과 나눌수록 좋다. 혼자 이곳에 와보고 싶다고 생각해보긴 했지만,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다면 최고의 장소가 될 것 같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와 음악 얘기를 하러 간다면 더욱 좋겠지.


More Info

Hey Joe Bar

위치
서울 마포구 연남동 373-15번지 지하1층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7pm - 2am), 월요일 휴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