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역 '말 많은' LP 뮤직바, 산울림

BGM 플레이스

철산역 '말 많은' LP 뮤직바, 산울림

2019.11.28
Special

철산역 '말 많은' LP 뮤직바, 산울림

번쩍이는 철산역의 번화가를 살짝 벗어나자 작은 불빛을 내고 있는 산울림의 간판이 보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진입장벽 "Zero", 우리를 편히 맞아줄 산울림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철산역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나만 알고 싶지만 나만 알기에는 아쉬운 뮤직클럽 산울림을 소개합니다.

글 & 사진 | 멜론기자단 10기 서혜진, 이영선


# 우리들의 아지트

지하에 위치한 아늑함과 테이블 가득한 손님들의 낙서. 누군가의 아지트에 초대받는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몽글몽글한 기분으로 바 형태의 좌석에 앉아 노래를 감상하다 보니 두 남자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산울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가게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LP 판과 CD는 광용 사장님이 40년간 모아온 보물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삼촌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모아왔던 것이 지금의 산울림을 있게 했습니다. 산울림의 DJ 역할을 하고 계시는 광용 사장님이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고 노래를 선곡하는 동안, 동훈 사장님은 테이블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손님들과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성격도 음악 취향도 다른 두 분의 상반된 매력이 산울림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죠.

산울림을 찾는 많은 단골손님들 중, 두 사장님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산울림에서 처음 만나 결혼에 골인하신 커플이라고 하셨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남녀가 산울림에서 인연으로 맺어지다니,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러브스토리가 산울림에선 현실이 됩니다.


# Simple Is The Best!

LP 판 커버로 만들어진 손 때묻은 메뉴판 속엔 다양한 주종이 갖춰져 있었지만, 안주 메뉴는 아주 심플했습니다. 사장님의 추천으로 주문해본 돈가스는 일식집 돈가스 부럽지 않게 바삭하고 두툼했는데요. 돈가스가 느끼하게 느껴질 때쯤 골뱅이소면을 시키니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 완성되었습니다.

돈가스 (18,000원) / 골뱅이소면 (15,000원)

산울림 소믈리에 추천!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Casillero del Diablo 와인 (48,000원)은 스파이시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고 가성비가 좋아 와인 입문자에게 딱입니다. 이 와인은 고기와 궁합이 어울린다고 하는데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나온 육포 (12,000원)에 끊임없이 손이 향해 금세 배가 든든해졌습니다.


# All kinds of Music, All Kinds of drinks

산울림에서 눈에 띄는 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는 무대인데요. 이곳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라이브 공연이 열립니다. "All kinds of Music"이라는 모토 하에, 다양한 뮤지션들이 무대를 만들어 내는데요. 인디밴드는 물론 직장인 밴드도 무대에 설 수 있습니다. 또한 산울림에는 "더 울림"이라는 하우스 밴드도 있습니다. 두 분의 사장님이 직접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것인데요. 두 분의 사장님 중 광용은 베이시스트로, 동훈은 보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밴드가 설자리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정감 있는 뮤직 펍에서 무대를 마련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뮤지션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하고, 손님들은 덕분에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울림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긍정적인 영향력이 순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손님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주류를 판매합니다. 세계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까지! "LP 주막"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만큼 산울림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모든 술을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모여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분위기인 산울림. 9년 차 가게가 된 만큼, "All kinds of Music, All Kinds of drinks"라는 모토를 넘어 "All kinds of People"이 존재하는 장소가 되어주고 있는 듯합니다.


# 산울림의 플레이리스트

편견 없는 플레이리스트를 자랑하는 곳이었습니다. 광용 사장님은 "처음에는 음악색이 옅어질까 염려도 했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고 전했는데요. 멜론기자단이 자리하는 동안, 60-80년 대의 음악은 물론이고 최신 K-POP까지 흘러나왔습니다. 또한, 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월드 뮤직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의 신청 곡이 적힌 종이는 줄어들 줄을 몰랐는데요. "신청 곡 수에 제한이 없이 다 틀어주려 하는 편"이라며, "명확한 가게 스타일의 음악을 트는 것보다, 손님들의 신청 곡을 트는 것 자체가 가게의 색이 된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산울림에서 곡을 신청하는 것은 자유지만, 절대 재촉하면 안 된다는 것! 사장님은 이런 방식으로 손님들과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요. 본인의 신청 곡이 나올 때 가장 행복해하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며, 만족감이 더욱 올라간다고 하네요.


# 말이 많은 뮤직바, 산울림

산울림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마음을 울리는 음악, 그리고 사장님의 정까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저녁 6시부터 자리에 앉았지만, 실컷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산울림의 시간만 다르게 흐르는 듯했는데요. 산울림을 한 마디로 어떻게 표현하고 싶냐는 질문에, "광명 유일의 정통 뮤직 바, 변태 뮤직 바, 자유로운 뮤직 바, 돈가스 맛집" 등의 장난스러운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하지만 멜론기자단은 산울림을 "말이 많은 뮤직 바"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산울림에 있는 동안은, 누구나 할 말이 많아지는데요. "음악 이야기부터, 새로운 누군가와의 대화"까지 이야기로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또한, 한 번이라도 산울림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산울림을 설명하기 위해 말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곳을 설명하기에, 어필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산울림에 방문하여 "말 많은 뮤직 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More Info

산울림

위치
경기 광명시 디지털로33번길 15

영업시간
월~목 19:00~02:00
금~토 19:00~03:00
일 19:00~01:00

연락처
02-2060-7256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철산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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