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L 43xx 시리즈가 비밥시대의 재즈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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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 43xx 시리즈가 비밥시대의 재즈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이유

2020.07.29
Special

JBL 43xx 시리즈가 비밥시대의 재즈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이유

스피커 중에는 특정 장르의 스페셜리스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악이나 소편성 실내악에는 빈티지 탄노이 스피커가, 현 소리에는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가, 팝이나 록, 헤비메탈 등의 장르에는 보스 스피커가, 대편성 관현악곡에는 포칼 스피커가 그 스페셜리스트들이죠. 클래식 모니터링 분야에서는 B&W 스피커가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고요. 그렇다면 재즈는? 많은 분들이 재즈를 위한 스피커에는 JBL과 알텍을 꼽습니다. 그중에서도 JBL 43xx 시리즈의 대형기 모니터 스피커는 대부분의 장르에서 다른 스피커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이지만 재즈만큼은 정말 발군인데요. 오늘은 그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일단, 재즈라는 장르의 특성부터 파악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잘 아시다시피 재즈의 기원은 서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음악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서부 아프리카 원주민들 음악의 특징은 당김음과 펜타토닉(5음계)으로 정의할 수 있죠. 다시 말해 "정박"이 아닌 "변박"과 "단순화된 멜로디"에서 시작된 음악이 재즈입니다.

"모던 재즈는 Charlie Parker에서 시작되어서 Miles Davis에서 완성되었다"라는 게 많은 재즈 평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Charlie Parker는 재즈라는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었던 재즈를 감상용 음악으로 바꾼 혁신을 가져온 인물이죠. 그의 비밥 리듬에는 사람들이 도저히 춤을 출 수 없었습니다.

또한, "재즈 연주는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바로 Miles Davis의 [Kind of Blue] 앨범 이전과 이후로."라는 유명한 말도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재즈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두 사람에게 이런 찬사가 쏟아지게 되었을까요?

먼저 Miles Davis부터 살펴보면 그는 그 때까지의 화성 중심의 연주에서 음계 중심의 연주로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드 주법 이라고 말하는 이러한 시도는 1959년도에 발표된 [Kind of Blue] 앨범에 그대로 녹아 들어있죠.

당시까지는 특정 음들이 조합되어 만든, 규격화된 화성을 얼마만큼 화려하고 복잡하게 구사하느냐가 재즈 연주를 평가하는 기준이었습니다. 현란하고 급격히 변하는 다양한 코드 구사는 일단 화려해 보이고 자신의 테크닉을 맘껏 뽐낼 수 있기에 연주인들의 입장에선 분명히 매력적이었겠지만 그것을 듣는 청중의 입장에서는 "재즈를 듣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거죠. 수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처음 대할 때 느끼는 감정 중에 "재즈는 어렵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Miles Davis는 1~2개의 코드만을 사용하면서 그 코드 안의 다양한 음계를 활용해서 연주하는 모드 주법을 이용한 연주로 앨범을 녹음하게 됩니다. 코드가 단순하기에 코드에 자신의 연주를 맞출 필요가 없게 되고, 그러다보니 코드가 솔로를 제한하지 않는 선율 중심의 연주를 가능케 했죠. 그렇기에 Miles Davis 외에도 Cannonball Adderley, John Coltrane, Bill Evans, Paul Chambers, Wynton Kelly, Jimmy Cobb 등등 당대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Jimmy Cobb만 Art Blakey로 바뀐다면 당대 최고가 아니라 역대 최고라 해도 별 손색이 없을 조합이죠)가 모여 mod 주법 방식으로 제작된 이 앨범은 연주자 개개인의 개성과 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재즈 역사 상 최고의 명반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Album

Miles Davis [Kind of Blue]

Kind Of Blue (Legacy Edition)

그렇다면 Charlie Parker는 왜 재즈의 Mozart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비밥이 나오기 전까지 재즈의 주류는 스윙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춤곡' 이었죠. 하지만 Charlie Parker와 Dizzy Gillespie가 등장하면서 재즈는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다채로운 변화를 보이는 리듬과 복잡한 멜로디와 그 화성, 그리고 무엇보다 4비트 중심의 음악에서 8비트 중심의 음악으로 리듬이 바뀌면서(나중에는 8비트, 16비트로까지 세분화됩니다) 음악이 엄청나게 빨라졌죠. 다시 말해 재즈는 더 이상 춤곡이 아닌 감상용 음악으로 변모하게 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Charlie Parker였습니다.

재즈사에서 이름을 날린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드러머 이름을 대라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댈 수 있을까요? 재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Kenny Clake이나 Elvin Jones, Philly Joe Jones, Jeff Hamilton, Harvey Mason 등등의 이름이 술술 나오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Art Blakey와 Max Roach 정도만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비밥과 하드 밥 시절의 드러머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재즈의 큰 변혁이 일어나던 시절의 드러머란 말이죠.

"재즈의 역사적인 변혁이 일어나던 시기에 그 변혁을 주도하던 인물 중에 드러머가 있었다."라는 말에서는 그 역사적인 변혁의 과정이나 결과에 드럼이란 악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드럼의 소리를 잘 재생해주는 스피커가 재즈를 듣기에 좋다"라는 말도 전혀 억지는 아닐 겁니다. 박자를 나누고, 엇박자를 쓰고 하는 것들은 모두 드럼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렇기에 Charlie Parker의 빠른 멜로디를 받쳐주는 드럼 소리를 잘 표현하는 건 재즈를 기분 좋게 듣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JBL 4343 스피커는 잘 아시다시피 2231A 우퍼, 2121 미드, 2420 드라이버+2307/2308, 2405 트위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JBL 4343B는 우퍼와 미드가 2231H와 2121H 로 다를 뿐 나머지는 모두 4343과 동일합니다. 우퍼와 미드도 같은 유닛인데 자석이 알니코냐, 페라이트냐의 차이만 있죠. 그렇기에 알니코만큼 강한 자력을 얻기 위해 좀더 덩어리가 큰 페라이트 자석이 붙어있을 뿐 소리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두 스피커의 무게의 차이(79kg과 83.9kg)가 바로 자석의 무게의 차이이죠. 여기서 우리가 주목을 해야 할 유닛이 바로 2405 트윗과 2231A(H) 우퍼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JBL=재즈"라는 공식이 생긴 건 아닙니다. 앞의 공식은 JBL이 075 유닛이라는, 역사에 남을 스피커 유닛을 개발하면서부터였죠. JBL 사는 1957년도에 우리가 흔히 "총알 트윗" 이라고 부르는 075 트위터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슈퍼 트위터 유닛은 따라갈 회사가 없는 회사로 변모했죠. 이후 발표한 077 유닛은 L-65와 L-300에 채용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고 2405 슈퍼 트위터에서 그 절정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심벌즈 소리를 재생하는 데에는 이 유닛들보다 좋은 유닛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찰랑찰랑 넘실거리면서도 쏘지 않는 심벌즈의 소리에 넋을 잃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물론 이 오래된 유닛보다 기계적인 스펙이 뛰어난 유닛은 차고 넘칩니다. 일단 하이엔드 트위터의 상징 같은 존재인 아큐톤 사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비롯해서 포칼의 베릴륨 트위터, 아카펠라의 이온트위터까지 정말 별의 별 트위터가 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트위터는 너무 성능이 좋기에 녹음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1960년대까지의 재즈를 들을 때에는 녹음의 안 좋은 면이 부각되어 오히려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적당히 가려줄 곳은 가려주고 부각시킬 곳은 부각시키는 빈티지 트위터가 재즈에는 더 어울릴 수 있죠.

게다가 2231A(H)는 15인치 대구경 우퍼입니다. 굳이 f = 1 / T 라는 아주 기본적인 물리 상식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퍼의 구경이 크면 킥 드럼의 소리를 좀더 잘 표현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온몸을 휘감는 킥드럼을 느낄 수 있죠. 이렇듯 초고역과 초저역 유닛들이 드럼의 소리를 잘 표현해 주는데 재즈가 안 좋게 들리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2420 드라이버+2307/2308이 혼을 사용하는 악기를 담당하니 어찌 보면 재즈에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ECM이나 GRP처럼 녹음을 잘 하는 회사의 앨범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그 회사의 앨범들은 위에서 말한 하이엔드 트위터가 장착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즈 앨범이 ECM이나 GRP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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