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연말결산 Pt. 11ㅣ 2020년의 뉴트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MMA 2020

MMA 연말결산 Pt. 11ㅣ 2020년의 뉴트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2020.11.24
[MMA 2020]

2020년의 뉴트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2020년 한국 대중음악계를 미래에 돌이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기억될 이슈는 특정 뮤지션이 아닌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내일은 미스터트롯"일 것이고, 각각 90년대 혼성 그룹(싹쓰리)과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이 두 예능은 모두 과거의 음악 트렌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 두 사례만큼은 아니겠지만, K-Pop 씬 안에서 복고와 레트로에 기반한 활동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은 선미와 함께 'When We Disco'로 디스코를 소환했고, 방탄소년단 역시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1위 트랙인 'Dynamite'에서 디스코(와 Michael Jackson)를 불러오며, 일본에서 온 아이돌 유키카는 1970-1980년대 일본 시티팝을 경유해 [서울여자]를 만들어낸다.

글ㅣ정구원 (웹진웨이브 편집장)

뉴트로의 연장

2020년 대중음악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복고 현상에 대해서 미디어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뉴트로(New-tro)"다. 2018년 말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9』는 패션 브랜드, 식품 업계, 디자인 등의 다양한 사례에서 나타나는 복고라는 트렌드가 10-20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뉴트로라는 키워드를 미래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1020 세대들에게 옛 것에서 찾은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대중음악계에 뉴트로라는 키워드를 적용하는 움직임은 이미 2019년부터 관측된 바 있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로 70-80년대 "그룹 사운드"와 스탠다드 팝을 재현한 잔나비, 잊혀진 과거의 가수들을 다시 방송으로 불러오는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과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양준일, 24시간 동안 과거 방영분을 스트리밍한 "SBS 인기가요",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전신이었던 "내일은 미스트롯" 등이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던 옛 음악들을 젊은이들의 시선을 끄는 콘텐츠로서 다시 불러낸 사례들이었다.

기본적으로 2020년 대중음악계에서 보이는 뉴트로의 흐름은 2019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2020년을 강타했던 양대 음악 예능인 "미스터트롯", "놀면 뭐하니"를 보면, 대중매체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 뉴트로라는 트렌드를 잠깐의 화제만 모으고 사라질 트렌드가 아닌 보다 오랫동안 진행될 흐름으로 대하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진다. "미스터트롯"은 "미스트롯"처럼 송가인이라는 단일 스타만을 탄생시키는 것을 넘어서 "TOP7"의 스타성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사랑의 콜센타"나 "뽕숭아학당" 등의 후속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으며,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나 환불원정대는 과거의 가수가 과거의 노래를 그대로 다시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부캐"라는 자체적 문법을 통해서 현재성을 가지고 과거의 음악 스타일을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뉴트로는 정말 새로운가?

그렇지만 2020년에 뉴트로로써 호명되고 있는 이 흐름을 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기시감을 느낀다. 이 "새로운 레트로"라는 건 이미 한번(혹은 여러 번) 진행된 바 있는 복고와 레트로라는 트렌드를 다시 한번 반복하고 있는, 그럼으로써 먼 과거뿐만이 아니라 가까운 과거까지도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원더걸스의 'Tell Me'나 아이유의 [꽃갈피]처럼 레트로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대중음악의 사례들을보면, 이들은 "과거를 다시 불러온다"는 레트로의 근본적인 성질을 피할 수 없었음에도 동시에 그 성질을 거스르는 듯한 "새로움"이라는 감각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뮤지션들이 과거의 유산이 가졌던 매력을 재발견하려 한다는 의지로부터 발생하는 효과이자 힘이다.

그렇지만 2019년부터 시작되어 2020년까지 계속되고 있는 "뉴트로"라는 트렌드에서, 과거의 유산은 현재라는 프리즘을 통해 재발견되기보다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반복되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효리와 비와 유재석이라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이름들이 만들어 낸 신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온전히 90년대의 추억을 되살려 내려는 의지로만 가득하며, "미스터트롯"에서 참가자들이 부른 오리지널 곡은 과거 명곡에 비해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른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중음악계에서 201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뉴트로라는 트렌드가 2019년에 부흥했다기보다는 2010년대를 관통한 "과거-반복"의 끝자락에 놓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스타K"부터 시작된 과거의 명곡을 다시 부르는 서바이벌 경연, 2015년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정점을 찍은 90년대 가수 소환이란 "과거-반복"은 2020년에도 "트로트"와 "부캐"라는 아이템을 통해서 반복되고 있다.

그 "과거-반복"의 끝자락이 언제까지 연장될지는 모르겠다. 2010년대를 거치면서 "과거-반복"은 대중음악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는 형식으로 자리잡았으며, 아마도 아이템을 바꾼 채 2020년대에도 이어질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이것이 반복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거기에 슬슬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