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콘셉트 천재? Lil Nas X의 네 가지 콘셉트

Lil Nas X는 빌보드 차트에서 대기록을 세우며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은 아티스트다. 그는 본인의 음악에서 중독적인 훅 메이킹과 독특한 보이스 톤의 싱잉랩을 선보이고 있지만, 요즘 시대의 음악가들이 그렇듯 잘 만든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도 본인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매번 뮤직비디오마다 색다른 콘셉트를 구사하며 많은 이들에게 보는 음악의 재미를 일깨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Lil Nas X는 여태까지 뮤직비디오에서 어떤 콘셉트를 보여줬을까?

'Holiday'는 Lil Nas X의 곧 나올 첫 번째 정규 앨범의 리드 싱글로 발매된 곡이다. 트랙을 공개하기 전에 앞서 Lil Nas X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Nasvember"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걸 물론, "Back To The Future"의 배우 Michael J. Fox가 깜짝 출연한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곡을 발매하는 시기는 어느덧 찾아온 크리스마스 시즌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그런지 Lil Nas X 역시 뮤직비디오에서 산타로 분해 북극의 선물 공장에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Lil Nas X는 일반적으로 산타하면 떠오르는 빨간 옷을 입지 않고 은박지 비슷한 걸 입어 로봇을 표현했다는 것. 또한, 뮤직비디오의 콘셉트에 맞춰 루돌프 역시 로봇으로 대체되었으며, Lil Nas X가 타고 다니는 썰매 역시 SRT와 같은 슈퍼카로 대체되었다. 산타인 Lil Nas X는 뮤직비디오에서 로봇 루돌프를 끌고 뉴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이걸로는 부족했던 건지 할리우드의 스타벅스에 뮤직비디오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나타나 고객들에게 음료를 선물했다.

지난해 Grammy Awards에서 Lil Nas X는 본인의 가운데 이름에 있는 Nas와 함께 'Rodeo'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공개된 'Rodeo'의 뮤직비디오는 LA의 뮤직비디오 감독 Bradley & Pablo가 디렉팅을 맡았다. Lil Nas X는 뮤직비디오 초반부에서 어떤 괴물에게 물려 뱀파이어처럼 변한 뒤 보름달이 휘황찬란하게 떠 있는 동네를 돌아다닌다. 이 때문에 영상을 보고 있으면 스릴러 영화나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거다. 이렇듯 Bradley & Pablo는 뮤직비디오에서 이전 시대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오마주한다.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뮤직비디오 전반의 분위기는 뱀파이어 콘셉트 때문에 영화 "Blade"를 보는 듯하다. 또한, Lil Nas X가 중반부에서 댄서들과 함께 군무를 하는 장면은 Michael Jackson의 뮤직비디오 'Thriller'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 밖에도 Nas는 "Matrix"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모피어스처럼 선글라스와 긴 재킷을 입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건 물론, Lil Nas X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건네기도 한다. 대중문화의 팬이라면, Lil Nas X의 'Rodeo' 뮤직비디오를 다시 감상해 보며 곳곳에 숨겨진 오마주를 확인해보자.

'Old Town Road'의 성공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선 Lil Nas X는 힙합과 컨트리라는 기존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냈다. 또한,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등지에서 유행하던 타입비트를 사서 곡을 만들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게 했다. 더 나아가 주기적으로 리믹스 트랙을 공개하며 빌보드 차트 1위를 무려 19주 연속이나 기록했다. 그의 성과는 요즘의 음악 업계에서 리믹스를 차트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직접 의도해서 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게임 "Red Dead Redemption 2"의 비주얼을 뮤직비디오에 가져오는 건 물론, 당시 인기를 끌던 카우보이 문화의 소스를 비주얼에 녹여내며 틱톡에서 자신의 노래가 유행하게 했다. 그 결과, 메이저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이후 그는 Billy Ray Cyrus와 함께 한 리믹스 트랙과 함께 컨트리풍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Lil Nas X는 직접 카우보이 옷을 입는 건 물론, 어르신들과 마을 회관 같은 곳에서 묘한 몸짓의 춤을 추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카우보이 문화를 뮤직비디오와 트랙에 녹여내며 많은 이에게 즐거움을 줬던 Lil Nas X. 하지만, 카우보이 이미지가 강한 임팩트를 남겼기에 다음 행보에 대한 우려를 샀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기우였다. 그는 'Panini'의 뮤직비디오에서 과거의 카우보이 콘셉트를 벗어나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사이버펑크의 비주얼을 빌려 온다.

'Panini'의 뮤직비디오는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 사이버펑크의 대표적인 영화 "Blade Runner"의 한 장을 떠올리게 한다. Lil Nas X는 스판덱스 슈트를 입고 가상광고판과 날아다니는 자동차로 가득한 거리에서 로봇과 함께 구애의 춤을 춘다. 특히 비행기의 날개에 착륙해 여주인공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하는 모습은 SNS에서 밈처럼 쓰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올해 많은 뮤지션들이 'Panini'처럼 1980년대 사운드트랙과 게임의 비주얼을 빌린 신스웨이브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Lil Nas X와 신스웨이브를 구사한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비주얼을 비교해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