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들어야 할 11월의 R&B 작품

장르 인사이드

반드시 들어야 할 11월의 R&B 작품

2020.12.01
Special

반드시 들어야 할 11월의 R&B 작품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흑인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R&B 노래다. 매년 이쯤이면 많은 R&B 음악가들은 저마다 작품을 발표해 R&B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올해 11월 역시 국내의 장르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개성을 십분 발휘한 앨범을 들고나왔다. 이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한 번쯤 확인했으면 하는 R&B/소울 작품 몇 장을 소개하려 한다.


oceanfromtheblue

[Luv-fi (2020)]

한국 R&B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한 단체 곡 'AUTOMATIC REMIX'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oceanfromtheblue. 그는 올해에만 이미 세 장의 EP를 발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으며, 여기에다 남다른 허슬력을 발휘해 새로운 EP [Luv-fi (2020)]를 들고 왔다. 이번 EP는 트랙 배치에서도 드러나듯이 2018년 발표한 [Luv-fi (2018)]의 후속작이자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그는 음악적 무드와 이야기, 여러 사운드적 장치 등을 고려해 두 EP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EP는 따스한 느낌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소스와 함께 사운드클라우드 등지에서 주목을 얻은 로우파이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oceanfromtheblue의 보컬 퍼포먼스 그 자체다. 그는 트랙에서 팔세토와 진성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청자에게 강렬한 포인트를 남긴다. 특히 'flying to the moon', '아이'에서는 랩과 보컬의 경계를 가로지르기도 하며, '셜록'에서는 도입부부터 본인의 보컬적 장점을 제대로 활용한다. 덕분에 EP는 R&B 음악 특유의 무드는 물론, 하이라이트까지 한데 느낄 수 있어 여러모로 인상적인 지점을 남긴다. 지난 커리어를 한 번 되새기며 다시 자신의 색을 드러낸 oceanfromtheblue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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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는 집시였다

[0]

히피는 집시였다를 대변하는 말은 아시안 얼터너티브다. 하지만 듀오는 굳이 특정 장르로 부를 필요 없이 매년 서정적이고도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약 1년 만에 나온 이들의 새로운 EP [0]은 [빈손]에서 보여줬던 음악적인 실험성은 물론, [언어], [불]에서 보여줬던 대중과의 소통성을 한데 녹여낸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 이번 EP는 함부로 R&B/소울이라 분류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고 있으며, 스트리밍 시대의 흐름과는 다르게 긴 호흡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 듀오는 '걷다 보니'의 초반부에서 전자음과 여러 이펙트를 통해 공간감을 창출하고, 후반부에서 건반 사운드와 이펙트를 덜어낸 보컬을 얹어내며 감흥을 극대화한다. 또한, EP의 가사는 0에 대한 철학적, 기호학적 의미를 토대로 공허함과 무한함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버드나무'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의 가사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와 함께 마음의 잔향을 남길 것으로도 보인다. 이렇듯 EP는 가사와 음악, 사운드 효과를 곱씹으면서 다시 듣는다면 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감상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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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

[FREEBODY]

까데호는 현재 한국의 흑인음악 신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을 지닌 연주자들이 한데 모인 올스타밴드다. 각 구성원이 몸담았던 밴드만 들더라도 세컨세션, 헬리비젼, 윈디시티, 김오키 뻐킹 매드니스, 추다혜차지스 등 엄청나게 무시무시하다. 한동안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작업에 열중했으며, 이로 인해 [FREEBODY]라는 2 CD 분량의 결과물을 발표했다. 앨범은 다양한 밴드에서 활약한 멤버들의 이력을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훵크/소울 기반의 음악과 함께 재즈, 록 등 다채로운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트랙마다 개성 뚜렷한 자신의 색을 조화해 하나의 세계를 이뤄낸다. 때로는 칠한 무드의, 때로는 변칙적이고도 텐션을 자아내는 연주를 즐기다 보면 어느덧 앨범의 긴 러닝타임도 훌쩍 지나가게 된다. 특히 'Pokhara', '장국영'에서 들을 수 있는 윤석철의 신시사이저, 건반 사운드는 밴드의 연주와 근사하게 어우러져 감흥을 배가하는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밴드 사운드가 익숙하지 않은 요즘 시대의 힙합 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해보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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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e hnig

[Human Nature]

현재 한국 R&B/소울 신의 음악가들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 이들은 완벽, 혹은 실력파 아티스트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저마다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소마는 컨셉 앨범 [SEIREN]을 통해 캐릭터성과 맞물리는 근사한 스토리텔링까지 선보였다. 그런 그가 오컬트 밴드 hnie hnig을 결성해 새로운 EP [Human Nature]를 발매했다.

한국 R&B 밴드가 오컬트 컨셉을 지향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EP에 담긴 음악이다. EP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인 사랑을 테마로 삼고 있다. 여기에 맞춰 hnie hnig은 연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NERO'에 담긴 가사와 단어는 섬찟하면서도 극단적이고, 'ROOM'에 담긴 몽환적인 사운드는 담배 연기 자욱한 방을 시각화한다. 이 밖에도 밴드는 'HOME'에서 섬세하면서도 뚜렷한 보컬 운용을 통해 연인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잘 만든 컨셉과 이에 걸맞은 음악과 가사까지. 여러모로 흥미로운 밴드가 한국 R&B 신에서 등장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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