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라 –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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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라 –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보내며..

2020.12.09
Special

나를 기억하라 –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보내며..

적어도 고전음악계에서는, 올해 2020년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해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고전음악을 대표하는 거인 중의 거인 아닙니까? 그렇기에 작년 2019년부터 음악계는 2020년을 베토벤의 해로 만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입니다. 실제로 2020년은 계획대로 베토벤의 해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여 베토벤이라는 이름을 흐리게 만들었지요. 이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연주자들이 베토벤 관련 앨범을 발매해 준 것이 마음의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다시금 찾아올 그의 기념일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오늘은 다양한 베토벤 녹음을 소개해드립니다.


Story 1.

올해 최고의 베토벤 앨범은?

뭐라 해도 올해의 주인공이 베토벤이었기에 2020년은 그 어느 해보다 훌륭한 베토벤 연주가 많은 해였습니다. 피아니스트 Igor Levit (이고르 레빗)[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앨범이었습니다. 평범한 독주 음반이 아닌, 무려 전집 앨범이기 때문입니다. 서른두 곡이나 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모두 녹음하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곤한 일입니다.

#. Igor Levit (이고르 레빗) [Beethoven : The Complete Piano Sonatas]

곡리스트 102

그런데 그 일을 해낸 연주자가 언제나 진지한 연주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라면 기대할 수밖에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최고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한 이고르 레빗의 이번 음반은 "역시나"라는 평가를 얻어냈습니다.

#. Leonidas Kavakos, Enrico Pace [Beethoven : The Complete Sonatas for Violin and Piano]

곡리스트 33

젊은 비르투오소에서 시작해 이제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Leonidas Kavakos(레오니다스 카바코스)는 피아니스트 Enrico Pace(엔리코 파체)와 함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모두 열 곡. 그중에는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같은 베토벤을 대표하는 작품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카바코스 정도 되는 연주자라면 모든 작품을 명곡처럼 전달할 수 있지요.

#. 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 [Beethoven :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지휘하는 모든 작품에 자신을 새겨 넣는 지휘자, 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연주도 올해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이었습니다. 쿠렌치스의 오케스트라나 다름없는 MusicAeterna(무지카 에테르나)는 이번에도 이 지휘자의 의도를 적극 반영하여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했는데요. 뒤돌아보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질주하는 연주가 연말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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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2.

베토벤을 연주하는 한국의 연주자들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최근 대한민국의 많은 연주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를 국내 무대에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훌륭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 손민수 [Beethoven Complete Piano Sonatas]

곡리스트 101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발매되는 국내 연주자들의 음반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고르 레빗에 이어 피아니스트 손민수 또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발표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녹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연주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고요. 그 어려운 성취를 손민수의 연주는 이루어냈습니다.

#. 임동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작품집]

곡리스트 9

피아니스트 임동민의 베토벤 녹음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피아니스트 임동민은 지난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생 임동혁과 함께 공동 3위로 입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형제의 성향은 많이 다릅니다. 동생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본능을 적극적으로 믿고 성향이라면, 형인 임동민은 신중하게 작품에 다가서는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 접근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23번], 그리고 후기 소나타인 [31번]과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아,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녹음도 조만간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올해 마지막을 장식할 앨범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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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3.

생은 끝나도 음악은 영원히 - 위대한 거장이 연주하는 베토벤

많은 음악가들이 악보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말입니다. 그 악보를 읽어내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서 연주는 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악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묘사되는 고전음악 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작품을 연주하더라도, 과거의 연주와 지금의 연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명반을 찾아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없고 과거에만 있는 어떤 정취를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나간 음반을 찾아 듣습니다.

#. Leonard Bernstein [Bernstein Conducts Beethoven - Symphonies, Overtures & Missa Solemnis (Remastered)]

곡리스트 66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서곡], 그리고 [장엄 미사]를 모아 놓은 위의 앨범도 그런 음반 중에 하나입니다. 미국의 음악가 Leonard Bernstein(레너드 번스타인)은 평생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베토벤 작품 연주에도 열심이었죠. 열정적인 번스타인의 지휘로 만나는 열정 넘치는 베토벤의 작품을 위의 녹음으로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 Zino Francescatti, Robert Casadesus [Francescatti & Casadesus - Beethoven: The Violin Sonatas (Remastered)]

곡리스트 56

앞서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을 소개해드렸었죠? 지금 소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Zino Francescatti(지노 프란체스카티)와 피아니스트 Robert Casadesus(로베르 카자드쉬)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은 과거를 대표했던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연주 또한 변한다고 말했지만 좋은 연주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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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4.

보다 즐겁고 쉬운 베토벤 – 크로스오버와 베토벤

베토벤의 음악은 종종 딱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가까이하기 힘든 사람이었으니, 그의 음악도 그렇게 들릴 법합니다. 베토벤의 음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전통의 크로스오버 강자, Klazz Brothers(클라츠 브라더스)의 베토벤 음반을 추천합니다. 클라츠 브라더스와 Cuba Percussion(쿠바 퍼커션)[Beethoven Meets Cuba]는 진지한 베토벤의 음악에 뜨거운 흥을 불어넣습니다. 베토벤 음악 입문자는 물론, 원곡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적극 추천하는 좋은 앨범입니다.

#. Klazz Brothers & Cuba Percussion [Beethoven Meets Cuba]

얼마 전에 활동 10주년을 맞이한 The Piano Guys(피아노 가이즈)도 베토벤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번 앨범에 담았습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재해석한 'Für Elise Jam', OneRepublic(원리퍼블릭)의 'Secrets'와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절묘하게 섞은 'Beethoven's 5 Secrets'이 피아노 가이즈가 베토벤에게 바치는 헌사. 이런 연주 앞에서는 베토벤의 음악이 어렵다고 결코 말 못 하겠네요.

#. The Piano Guy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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