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해상도와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

매니아의 음악 서재

오디오의 해상도와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

2020.12.30
Special

오디오의 해상도와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

지난 주에 이어집니다.

원래 프리앰프는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는 여러 소스 기기(턴테이블, 릴 데크, 튜너 등등) 중에서 재생할 소스 기기를 선택하는 기능과 전체 시스템의 볼륨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소스 기기는 각 기기 별로 게인 양이 다르고, 이퀄라이저 세팅이 다르기 때문에 고전적인 프리앰프에는 여러 음색 조절 기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베이스와 트래블, RIAA 커브, 스테레오/모노 여부, 작은 볼륨에서 저역 보강(Loudness 기능), 등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 음색을 조절할 수 있었죠.

지금은 레코딩 시의 이퀄라이저 세팅이 표준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기능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조절하는 대신 기계적으로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프리앰프는 사용자의 세팅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팅을 선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를테면 초고가 하이엔드 오디오의 쌍두마차인 FM 어쿠스틱스와 골드문트의 프리앰프는 같은 음악을 들어도 "이건 FM 어쿠스틱스에서 나오는 소리", "이건 골드문트에서 나오는 소리" 이렇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소리의 지향점을 알 수 있는 기기가 바로 프리앰프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레코딩 시의 이퀄라이저 세팅이 표준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기능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조절하는 대신 기계적으로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프리앰프는 사용자의 세팅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팅을 선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를테면 초고가 하이엔드 오디오의 쌍두마차인 FM 어쿠스틱스와 골드문트의 프리앰프는 같은 음악을 들어도 "이건 FM 어쿠스틱스에서 나오는 소리", "이건 골드문트에서 나오는 소리" 이렇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소리의 지향점을 알 수 있는 기기가 바로 프리앰프이기도 하고요.

소스 기기는 레드북 스펙의 CD일 경우 44.1kHz/16bit가 스펙입니다. 즉 "귀로 들리는 대역"까지만 녹음하고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는 귀로만 듣는 건 아닙니다. 몸으로도 느낄 수 있죠. 몸으로 느낄 수 없다면 5.1 멀티채널 시스템에서의 .1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또한 소리는 근음과 배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배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리는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소리가 풍성하게 느껴진다는 말은 어떤 느낌일까요? 소리의 정보량이 많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즉 해상도가 높아진 것처럼 느껴지게 되지요.

예를 들어 재생 주파수 대역이 0~20kHz인 프리앰프와 0~1MHz인 프리앰프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동일한 소스 기기를 연결한다면 이 프리앰프가 받는 신호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 프리앰프를 거쳐서 파워앰프에 전달되는 신호도 동일할까요? 그렇지 않죠. 만약 동일하게 신호를 전달한다면 초고가 하이엔드 프리앰프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겠죠. 그렇다면 어떤 프리앰프를 거친 소리가 더 정보량이 많은 것처럼 느껴질까요? 당연히 두 번째 프리앰프일 겁니다. 배음의 영역이 훨씬 넓어지니까요. 그렇기에 첫 번째 프리앰프를 거친 소리보다 훨씬 더 해상도가 높은 소리로 느껴질 겁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이 넓다는 건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대략 50M 정도의 원본 이미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정도 그림이면 해상도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을 1920*1080 픽셀 크기로 보는 것과 7680*4320 크기로 보는 것 중에 어떤 크기로 보는 게 더 잘 보일까요? 당연히 7680*4320의 해상도로 보는 게 훨씬 더 잘 보일 겁니다. 이 예에서 50M 정도의 원본은 소스 기기, 해상도의 크기는 재생 주파수 대역 정도로 이해하시면 의미의 왜곡 없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즉 이미지의 크기에 따라 해상도가 달라지듯이 소스기기의 성능에 따라 해상도가 달라지고, 그걸 어떤 해상도로 보느냐에 따라 또 느낌은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들었던 비유입니다.

마크 레빈슨의 파워앰프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무대가 크고 정확하게 그려질 수 있냐면서 신기해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크 레빈슨은 파워앰프보다는 프리앰프, 그리고 프리앰프보다는 소스 기기를 훨씬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의 마크 레빈슨 파워앰프는 지금의 하이엔드 파워앰프에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정말 엄청난 성능의 제품이었고, 마크 레빈슨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가 파워앰프에도 해상도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 파워앰프는 CD 플레이어나 프리앰프에 비해 구조가 훨씬 간단하고 하는 일 역시 프리앰프로부터 받은 신호를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증폭하는 게 다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얼마나 크게 증폭하느냐"에만 관심이 있었지 "얼마나 정확하게 증폭하느냐"에는 관심이 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파워앰프를 광고할 때 출력을 말하지 신호 대 잡음비를 말하는 광고는 없었으니까요.

이렇듯 해상도의 개념으로 접근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게 사실이지만 전체 오디오 시스템에서 파워앰프는 스피커 다음으로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스피커를 실제로 구동하는 부분은 다른 부분이 아니라 파워앰프이기 때문입니다. 즉 아무리 소스 기기와 프리앰프가 해상도가 좋은 기기라고 해도 파워앰프에서 소리를 왜곡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스피커는 어떨까요? 뭐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실제로 소리를 나오는 부분은 스피커이니 스피커가 가장 중요하겠죠.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듣기 좋은 소리와 정확한 소리는 또 다른 개념입니다. 스캔스픽 스피커 유닛을 예로 이야기해볼까요?

스캔스픽은 하이엔드라기보다는 가성비가 좋은 유닛 정도로 생각되는 브랜드입니다. 당연히 다인오디오의 에소타 유닛이나 아큐톤의 세라믹 유닛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요. 그런데 계측기로 찍어보면 "헐... 스캔스픽이 이렇게 정확한 유닛이었나?" 싶을 정도로 각종 수치가 잘 나옵니다. 세라믹 유닛은 말할 것도 없고 소리 좋기로 유명한 에소타 유닛보다도 더 정확한 수치를 나타내는 게 스캔스픽의 트위터지요. 그래서 윌슨오디오나 프로악 같은 회사가 스캔스픽의 유닛을 장착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유닛 간의 해상도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빈티지의 상징인 탄노이 스피커도 모니터 골드 유닛의 경우 앰프만 잘 연결하면 웬만한 현역 모니터 스피커 부럽지 않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즉 해상도를 논할 수 없는 빈티지 풀레인지 유닛이 아니라면 스피커의 유닛보다는 그 스피커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동하느냐가 훨씬 더 해상도에는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해상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는 소스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녹음이 가장 중요하고 그 신호의 흐름 순으로 중요도가 정해진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디오 시스템의 해상도는 어느 한 부분이 좋아진다고 드라마틱하게 바뀌거나 하지 않습니다. 간혹 "뭐를 바꿨더니 시스템 해상도가 정말 좋아졌어."라고 말씀하시는 분을 접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네, 축하 드립니다. 좋으시겠어요." 하고 맙니다. 어차피 오디오야 자기만족의 영역이고, 저처럼 오디오 평론이나 가수들 앨범의 사운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분의 해상도는 그 분 귀에 좋으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란 해상도에서 시작해서 대역 간 밸런스에서 끝납니다. 그 파랑새를 좇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오디오 애호가가 중고 장터와 용산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고요.

건강한 연말과 새해를 맞으시고, 내년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 좀 더 웃을 일이 많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