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클래식 앨범, 다시 들어요, 우리의 2023년을!

장르 인사이드

올해의 클래식 앨범, 다시 들어요, 우리의 2023년을!

2023.12.26
Special

다시 들어요, 우리의 2023년을!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떠나가는 2023년을 보내며 이번에도 '어느덧 찾아온 올해 연말'이라는 표현을 꺼내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겨울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2023년의 12월, 여러분의 지난 한 해는 어떠셨나요? 그리고 어떤 음악과 함께 지난 계절을 보내셨나요?

올해를 보내며 그리고 다가오는 2024년을 기다리며, 오늘은 2023년에 발매된 앨범으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제각기 다른 악기 연주와 장르가 담긴 네 장의 앨범이지만 모두 다 우리의 지난 2023년을 돌아보기에 좋다는 생각을 전하며, 올해의 앨범을 아래 소개합니다.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Gautier Capucon)의 [Destination Paris]

이미 오래전부터 그 명성이 압도적이었기에 프랑스 파리라고 하면 이제 더는 나올 게 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파리에 가보지 않아도 파리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우리 대부분은 얼추 그려볼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하는 음악가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고티에 카퓌송 (Gautier Capucon). 이 첼리스트의 신작인 [Destination Paris]는 '파리'라는 도시를 떠올렸을 때 가지고 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미지를 음악으로 담아낸 앨범입니다.

비제의 '카르멘'중 '하바네라'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이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과, 미셸 르그랑 (Michel Legrand)의 'Un été 42'와 엔니오 모리코네 (Ennio Morricone)의 'Chi mai' 등. 고티에 카퓌송 (Gautier Capucon)은 장르를 가볍게 넘나들며 파리를 그의 첼로 소리로 채웁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의 추천곡은 카퓌송과 그의 친구인 피아니스트 제롬 뒤크로 (Jerome Ducros)가 깜찍하게 연주하는 조르주 브라상 (Georges Brassens)의 'Les copains d'abord'와 청소년 합창단인 라 메트리즈 드 라디오 프랑스의 합창과 함께한 장자크 골드만 (Jean-Jacques Goldman)의 'Pense à Nous'입니다. 특히 이 'Pense à Nous'는 말이죠. 합창단의 희망찬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카퓌송의 첼로 독주가 다가오는 2024년을 기대하게 하니 꼭 듣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곡리스트 22

저는 앞으로 계속 살아갈 겁니다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의 탄생 100주년

올해 2023년은 지난 1923년에 태어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습니다.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는 아닐지 몰라도 가장 극적인 소프라노였음에 틀림없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올해에도 많은 앨범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오늘은 이 중에서 [The Best of Maria Callas - Her Greatest Roles]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커리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는 오페라라는 장르와 함께 살아갔습니다. 레퍼토리가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번 하기로 결정한 작품이라면 영혼을 바쳐서 노래를 불렀던 그였습니다. 벨리니, 베르디, 푸치니, 그리고 바그너의 오페라까지. 음악가는 세상을 떠나도 그가 남긴 음악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칼라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곡리스트 60

탄생 150주년

올해는 라흐마니노프의 해였습니다.

2023년은 1873년에 태어난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v)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이 음악가가 맞이한 특별한 해를 기념하여 올해 다양한 앨범이 발매되었는데요. 오늘은 이중에서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Leif Ove Andsnes)의 라흐마니노프 앨범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과거 발매된 녹음을 한데 묶은 박스셋인 안스네스의 이 앨범은 여러모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예술을 모범적으로 담아낸 앨범입니다. 안토니오 파파노 (Antonio Pappano)가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해 최고의 라흐마니노프 연주라는 평가를 받은 '피아노 협주곡 1번', '2번'과 그 명성을 그대로 잇는 '3번'과 '4번', 그리고 '회화적 연습곡'과 가곡까지. 라흐마니노프 예술의 정수만을 담아낸 앨범이 여러분의 겨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곡리스트 33

2024년에는 어떤 음악을 만나게 될까?

베르트랑 샤마유 (Bertrand Chamayou)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는 앨범은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 (Bertrand Chamayou)의 최근작인 [Letter(s) to Erik Satie]입니다.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 (Erik Satie)의 작품을 다루고 있겠거니 정도는 제목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지는데요. 놀랍게도 이 앨범,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 (John Cage)의 작품을 중간중간 삽입하여 사티의 작품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활동한 시대도, 스타일도 다르지만 세기의 괴짜라는 점에서 에릭 사티 (Erik Satie)와 존 케이지 (John Cage)는 여러모로 비슷한 작곡가였습니다. 짧은 피아노 곡을 무려 840번 반복하라는 사티의 'Vexations'을 존 케이지 (John Cage)와 그의 친구들이 세계 초연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죠.

사먀유 또한 이러한 두 음악가의 관계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점에 착안해 이 앨범을 기획해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연주를 담아냈습니다. 기쁘게도 마침 오는 2024년 봄, 2024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음악가로 베르트랑 샤마유 (Bertrand Chamayou)가 선정되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티켓 예매 현황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곡리스트 29

이상으로 오늘의 앨범 소개를 마무리합니다. 내년에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듣게 되고, 또 어떤 무대를 경험하게 될까요? 여러분의 행복한 연말을 기원하며, 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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