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힘이 필요한 순간엔 교향곡을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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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힘이 필요한 순간엔 교향곡을 들어봐

2024.01.09
Special

나에게 힘이 필요한 순간엔 교향곡을 들어봐

어느덧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그렇듯이 우리는 새해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힘차게 한 해를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물론 연초에 세운 목표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죠. 나도 모르게 게을러지거나 동기부여가 사라지는 경험을 우리 모두가 겪어봤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다잡을 힘과 의지겠죠.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교향곡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말하자면, 역경을 딛고 불굴의 의지로 끝내 이겨내고야 마는 느낌의 음악이라고 할까요?

청년시절의 베토벤

가장 먼저 소개할 작품은 '운명'이라는 부제로 더 잘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 5번입니다. 아마 이 곡을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당시 유럽의 젊은 지식인들은 프랑스혁명으로부터 대두된 인류애적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고 베토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빠바바밤'으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운명' 모티브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에는 훨씬 깊은 베토벤의 사상과 음악적 고민이 담겨있죠.

'운명' 모티브

베토벤은 하나의 모티브를 전 악장에 걸쳐 변화를 주는 이른바 순환동기적 활용을 통해 곡 전체의 통일성을 부여하고, 어둠으로부터 광명으로 향해가는 듯한 전개를 펼치며 후대의 작곡가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교향곡 5번은 청력 이상으로 인해 유서를 썼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당시의 베토벤의 개인적 고통과 맞물려 우리에게 더욱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고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에 이르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20살의 브람스

브람스는 앞서 소개한 베토벤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받은 작곡가였습니다. 브람스가 첫 번째 교향곡을 쓰기 시작한 때는 20대 초반이었죠. 하지만 이 곡이 완성된 것은 무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이처럼 곡을 완성하는 것에 오랜 시간 걸린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베토벤의 교향곡 때문이라는 주장은 매우 흥미롭죠. 당시 작곡가들에게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은 너무나 커다란 산이었습니다. 브람스는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음악을 계승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아류가 되고 싶지는 않았죠. 그렇기에 완성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는 분명히 베토벤의 영향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그저 베토벤을 답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둡고 무겁게 시작하는 1악장부터 찬란하게 빛나는 환희의 4악장까지 분명히 이 곡에는 브람스만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죠. 만약 전 악장을 듣기가 아직은 부담스럽다면 4악장만이라도 꼭 들어보세요. 아름다운 호른의 솔로와 현악기들의 노랫소리, 벅차오르는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라도 커다란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곡입니다.

'부활' 작곡 당시의 말러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19세기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입니다. '부활'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화려하고 웅장한 관현악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말러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에는 그가 존경하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 (Hans von Bülow)의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뷜로의 장례식에서 말러는 '부활(Die Auferstehung)'이라는 시의 구절을 듣고 큰 영감을 받게 되었죠.

말러가 존경했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 (Hans von Bülow)

사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부활은 육체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기보다는 신께로 나아가 영원한 안식과 구원을 얻는다는 종교적인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기독교적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유럽인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부활을 갈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평소에도 삶과 죽음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곤 했던 말러가 이 교향곡을 작곡한 것 역시 어쩌면 당연한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이 작품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독창자, 오르간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음향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신을 향해 날아오르는 영혼을 노래하는 마지막 악장의 감동은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음악이 지니는 힘을 느끼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인간에게 더없이 큰 힘을 불어넣어 주죠.

곡리스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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