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그 이름, 202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장르 인사이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그 이름, 202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2024.01.17
Special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그 이름, 202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푸른 용의 해라는 2024년 갑진년의 첫날.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분명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시작하셨겠지요. 그런데 모두에게 새로울 새해의 첫날,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비교적 예외가 없는 날로 여겨집니다.

©Heinz Peter Bader

바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941년부터 줄곧 이어져 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는 전 세계 90여 개국에 생중계되어 5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 이벤트입니다. 그런고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새해의 첫날은 마치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같은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빈 필하모닉의 진정한 친구, 지휘자 Christian Thielemann

©Heinz Peter Bader

한동안은 빈 필하모닉의 악장인 Willi Boskovsky가 오랫동안 공연을 이끌었던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1980년대 이후로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신년음악회가 끝난 이후에 내년 지휘자를 발표하는 전통에 따라 이번 2024년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는 독일 출신의 Christian Thielemann으로 내정된 상태였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독일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Thielemann은 독일, 오스트리아 작곡가의 해석에 뛰어난 평가를 받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휘자 중의 한 명입니다.

Bruckner : Symphony No.7 In E Major WAB.107 (Leopold Nowak Version)

Thielemann과 빈 필하모닉과의 관계도 남다릅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이 지휘자와 악단의 인연은 날이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전집을 함께 만들어내며 Thielemann은 빈 필이 가장 신뢰하는 지휘자로 그 이름을 굳힌 듯합니다.

©Heinz Peter Bader

지난 2019년에 처음으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를 지휘했었던 Thielemann은 올해 2024년 공연으로 신년음악회 무대에 두 차례 오른 음악가가 되었는데요. 빈 필하모닉의 바이올린 단원이자 악단의 이사회 의장인 다니엘 프로샤우어 'Christian Thielemann은 빈 필하모닉이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음악가'라고 언급하며 이 음악가를 재초청한 이유를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작품이 있다.
New Year’s Concert 2024 (2024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에 익숙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매번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연주회라기보다는 무도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유는 이 신년음악회가 빈의 음악계를 왈츠로 물들였던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그의 아들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요제프 슈트라우스 등,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을 중점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때문입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협연자도 등장하지 않죠.

©Heinz Peter Bader

그렇다고 해서 신년음악회가 매번 똑같은 작품만을 연주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공연의 첫 곡인 카렐 콤자크의 '대공 알브레히트 행진곡'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나긋나긋한 '피가로 폴카' 등등 이번 2024년 신년음악회에 올라간 열다섯 곡의 작품 중 무려 아홉 곡이 이번에 첫선을 보인 작품이라고 하네요. 요제프 헬메스베르거 2세의 왈츠 '전 세계를 위해서!'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나이팅게일 폴카' 같은 신곡 또한 신년음악회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고 있군요.

공연의 중반 이후로도 빈 필 특유의 신년음악회 분위기는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이어집니다. '새로운 피치카토 폴카' 같은 깜찍한 작품과 연극적인 인트로로 시작하는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데릴린 왈츠' 같은 작품들을 이어서 듣다 보면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 이곳이 곧 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Heinz Peter Bader

이번에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 중 특별히 주목할 만한 곡은 안톤 브루크너의 '카드리유 WAB 121'입니다. 빈 필하모닉은 '교향곡 4번'과 '8번' 같은 브루크너의 대표작을 초연했던 악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작곡가 활동 당시부터 남다른 인연을 맺어 왔기 때문일까요? 2024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브루크너를 기념하기 위해 빈 필은 본래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도 아닌 곡을 편곡까지 해서 무대에 올렸습니다.

준비된 프로그램이 모두 연주된 이후에는 안녕의 시간이 길게 이어집니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기수 폴카'가 연주된 이후 Thielemann과 빈 필 단원들이 전 세계에 있는 청중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유서 깊은 앙코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의 시간입니다. 강을 흐르는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왈츠의 리듬을 탄 이후에는 모두의 박수와 함께 연주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끝으로 이번 2024년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또한 화려하게 마무리됩니다.

©Heinz Peter Bader

또 다른 기록이 세워진다.

아직 2025년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빠르게 내년 이 음악회를 맡을 지휘자를 한해 앞서 예고해 둡니다. 악단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 신년음악회 지휘자는 이탈리아의 지휘자 Riccardo Muti가 될 예정인데요.

NEW YEAR’S CONCERT 2021 (2021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던 지난 2021년 있었던 신년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그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던 이 지휘자가 내년에 예정대로 무대에 오른다면 무려 일곱 차례나 신년음악회를 지휘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종전 기록인 6회 또한 Muti의 기록이었는데, 당분간은 이 기록을 넘어설 지휘자는 보기 힘들 예정이 되겠습니다.

©Dieter Nagl

이렇게 특별한 역사를 차곡차곡 함께 써 나갈 Riccardo Muti와 빈 필하모닉이 만들어낼 2025년의 신년음악회, 올 한 해를 잘 보낸 이후에 만나실 수 있겠습니다.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