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노래, 가곡을 함께 들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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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노래, 가곡을 함께 들어보아요

2024.01.23
Special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노래, 가곡을 함께 들어보아요

여러분은 가곡을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가곡이라는 용어는 사실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흔히 클래식 음악의 한 장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전통음악에도 가곡이 있고, 더 넓게는 노래 그 자체를 가곡이라고 할 수도 있죠.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

클래식으로 한정해서 보면, 가곡은 보통 시인들이 남긴 시를 가사로 하는 성악곡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음악 자체는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유럽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른바 '예술음악'으로서의 가곡은 낭만주의 사조가 널리 퍼진 19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죠. 가곡은 주로 피아노와 사람의 목소리로만 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유의 소박한 매력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시어의 의미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했느냐를 알고 듣는다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죠.

가곡은 클래식의 중요한 장르 중 하나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곡들이 많습니다. 슈베르트의 '송어'와 '들장미',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등은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익숙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죠.

슈베르트의 가곡으로 유명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

특히, 슈베르트의 '마왕'은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배울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곡입니다. 괴테의 시를 소재로 작곡한 '마왕'은 다급히 말을 타고 달려가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품속에서 죽어가는 아이, 아이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감언이설을 속삭이는 마왕의 긴박함을 음악으로 표현해 낸 명곡입니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음악이기 때문에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 에른스트의 바이올린 편곡 등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편곡 버전이 존재하기도 하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마왕'을 작곡한 작곡가가 슈베르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괴테의 원작 시 자체가 워낙 당시 유럽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같은 가사를 가지고 있는 수십 곡에 이른다고 하죠. 뢰베, 슈포어, 라인하르트 등의 '마왕'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고 심지어 베토벤이 남긴 미완성 버전도 있죠.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방식으로 마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작곡한 로베르트 슈만

가곡을 언급하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연가곡입니다. 연가곡은 연작시를 가사로 삼거나 비슷한 정서를 가진 시를 모아 작곡하는 음악입니다. 연가곡은 짧게는 대여섯 곡부터 길게는 수십 곡에 이르기까지 각 곡이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죠. 작품 전체의 유기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곡 작곡의 정수라고도할 수 있습니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등이 오늘날 잘 알려진 대표적인 연가곡이죠.

곡리스트 40

최근 가곡 앨범을 발매한 연광철

한편, 한국에는 '한국가곡'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존재합니다. 한국은 1900년대 전후로 서양음악의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되었고, 서양음악의 어법으로 작곡을 하는 음악가들이 생겨났죠. 그리고 이들은 한국 문인들의 시에 노래를 붙여 서양 가곡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만의 정서가 담긴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말하자면, 외래문화와 한국적인 정서가 만나 또 하나의 매력적인 음악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죠.

한국가곡에 담긴 그리움이나 한의 정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겪으며 지치고 힘들던 한국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죠. 지금은 워낙 다양한 음악과 즐길 거리가 생겨나 한국가곡의 인기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오늘날 가요를 흥얼거리듯 많은 사람들이 한국가곡을 즐겨 부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동심초', '보리밭', '산유화' 등 즉석에서 부를 수 있는 애창가곡이 존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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