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처럼 달콤한 클래식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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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처럼 달콤한 클래식 앨범

2024.02.14
Special

초콜릿처럼 달콤한 클래식 앨범

1월을 지나 2월에 접어들면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느낌 같은 건 까맣게 잊게 되었음을 저도 모르게 느끼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혹독했던 추위도 어느덧 잦아든 느낌이 드는군요. 아직 봄은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겨울이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괜찮은 느낌. 한가운데에 밸런타인데이가 자리 잡고 있는 2월을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기 위해 오늘은 요즈음 듣기 좋은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앨범 세 장을 골라왔습니다. 피아노 협주곡부터 첼로 소나타, 그리고 독특한 콘셉트의 바로크 피아노 연주곡집까지, 걱정 없이 그냥 즐길 수 있는 앨범들을 아래 소개해 드립니다.

가곡처럼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

윤홍천이 연주하는 레날도 안

레날도 안이라는 작곡가를 들어보셨나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생애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 이 작곡가의 작품을 지난 수년간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 녹음을 진행해 왔던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연주합니다.

레날도 안은 아름다운 가곡을 여럿 남긴 것으로 유명한 작곡가. 그의 대표작으로는 '클로리스에게'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오보에 같은 다른 악기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죠. 당장 윤홍천 피아니스트 또한 직접 이 '클로리스에게'를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에 이 앨범에 실었습니다.

©Irène Zandel.

하지만 이 앨범의 메인은 단연 이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주곡이라는 거창함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더없이 아기자기한 이 곡을 윤홍천은 마치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연주해 들려줍니다.

©Irène Zandel.

앨범에는 교육자로 더욱 유명한 나디아 불랑제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판타지'와 포레의 '발라드'와 '판타지' 같은 좀처럼 듣기 힘든 작품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앞서 소개해 드렸던 안의 '피아노 협주곡'처럼 부드러운 작품들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세요.

잘 어울리는 만남

솔 가베타 (Sol Gabetta)와 베르트랑 샤마유 (Bertrand Chamayou)가 연주하는 멘델스존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첼리스트 솔 가베타가 피아노의 음유시인 베르트랑 샤마유를 만나다.

곡리스트 12

우리 시대 최고의 연주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음악가들이 멘델스존을 위해 뭉쳤습니다. 일단 다정한 주제가 인상적인 '바리에이션 콘체르탄테'부터 '첼로 소나타 1번'까지 들어 보시죠.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적절한 화음을 만들기 위해 샤마유는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너무나 압도적으로 발전해 왔기에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현대의 그랜드피아노와는 다른 소박한 느낌이 멘델스존의 작품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죠?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약동하는 봄처럼 생동감 있는 소리가 퍼져 나가는 '첼로 소나타 2번'이 마련합니다.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연주는 개인적으로도 오래간만에 접하는 느낌이네요. 이번 가베타와 샤마유 듀엣의 음악적 도전은 멘델스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앨범 뒷면에는 볼프강 림과 하인츠 홀리거 같은 위대한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 또한 수록되어 있는데요. 오늘은 일단 멘델스존의 작품만으로 충분할 거 같습니다.

올 겨울 가장 따뜻한 피아노 앨범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 (Martin Stadtfeld)의 [Baroque Colours]

몇 년 전에 있었던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내한공연에 다녀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쇼팽의 '연습곡' 전곡을 즉흥연주를 섞어 연주하던 파격적인 프로그램 열심히 소화해 내던 그 모습으로부터 어느덧 시간이 지난 2024년. 마르틴 슈타트펠트는 이전과는 꽤나 다른 음악가가 된 듯합니다.

곡리스트 45

이 피아니스트가 최근 발표한 앨범 [Baroque Colours]는 작곡에도 재능이 있는 슈타트펠트의 다양한 시도를 CD 2장 분량의 음악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음반입니다. 쿠프랭, 바흐, 스카를라티, 헨델 같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과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명인들의 작품을 폭넓게 선곡, 편곡해 들려주는 슈타트펠트의 이번 피아노 앨범. 우리가 들어왔던 기존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로크 시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Uwe Arens.

그렇다고 해서 앨범의 연주가 파격적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음반 전반에 퍼져 있는 정서는 차분하면서도 따스합니다. 피아니스트의 접근 방식도 남다르지만 다른 앨범에서는 듣기 힘든 아련하게 녹음된 피아노 소리 또한 이 앨범의 컨셉과 잘 어울리고요.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슈타트펠트의 즉흥 연주가 마련해주었습니다. 비록 작품을 오선보에 남겨 후대로 전해 보냈지만 바로크 시대의 건반악기 거장들은 즉흥 연주에도 뛰어났다고 전해지는데요.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기교를 뽐냈을 거 같긴 하지만 그 누구도 슈타트펠트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에는 닿지 못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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