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아라, 박혜상의 두 번째 DG 앨범 [Brea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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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아라, 박혜상의 두 번째 DG 앨범 [Breathe]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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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아라, 박혜상의 두 번째 DG 앨범 [Breathe]

소프라노 박혜상이 첫 번째 솔로 앨범 [I Am Hera](2020)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 [Breathe]를 발표했습니다. [I Am Hera]를 통해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부터 한국 가곡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한 박혜상은 그동안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무대에 서며 큰 호평을 받는 국제적인 성악가로 발돋움했죠. 특히 오페라 무대뿐만 아니라 독창회와 오케스트라 공연의 솔리스트, 심지어 실내악 무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이 시대가 가장 주목하는 소프라노 중 한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박혜상의 새 앨범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키워드는 앨범 제목이기도 한 'Breathe', 즉 '숨'입니다. 숨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죠. 숨을 쉼으로 인해 인간은 살아가고 인간이 삶이 끝난다는 것은 숨을 멈춘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박혜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지게 된 인간의 삶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떠올리며 이번 앨범을 구상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위안을 느꼈고, 이른바 '세이킬로스 비문'으로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오래된 글귀를 읽으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낼 때의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일까요? 'Breathe'는 30대의 젊은 음악가가 발표한 앨범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관조적이고 철학적이며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을 통해 평안을 느끼고 힘차게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이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죠. 우선, [Breathe]는 'While You Live'로 시작합니다. 박혜상이 작곡가 루크 하워드에게 직접 부탁한 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앞서 언급한 세이킬로스 비문의 구절을 가사로 활용하고 있죠.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 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아라!'

세이킬로스 비문의 구절, 다시 말해 'While You Live'의 가사는 곧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찰, 그리고 죽음의 슬픔을 극복하고 보다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용기까지 결국 모든 인간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죠.

'While You Live'를 통해 제시된 앨범의 주제는 이후 트랙을 통해 등장하는 다양한 곡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가령 'While You Live'의 뒤를 이어 등장하는 헨리크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갇혔던 구레츠키가 수용소 벽에 새겨진 어느 소녀의 글귀를 떠올리며 작곡한 음악입니다. 슬픔과 비극 속에서도 회복해 내는 치유제와도 같은 작품이죠.

이외에도 로시니와 베르디, 마스네, 훔퍼딩크 등 옛 작곡가들부터 리빙스톤, 비반코스, 그리고 한국 작곡가 우효원 등 현시대 작곡가들에 이르기까지 삶과 죽음에 관련된 지극히 인간적인 음악들이 마치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듯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합의 음악을 듣고 나면 음악이 지닌 치유의 힘을 실감하게 되죠.

박혜상은 '이번 앨범을 듣는 많은 분들께서 음악을 통해 평안하고 강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박혜상의 말처럼 [Breathe]는 음악이 지닌 힘, 따뜻한 숨결을 듣는 이에게 전달합니다. 음악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찾고 치유받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Breathe]를 꼭 들어보세요. 단아한 선물과도 같은 박혜상의 목소리가 우리를 어루만져줄 겁니다.

곡리스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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