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s 재즈] 재즈와 힙합의 만남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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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재즈계에 세대교체가 일어나다
재즈는 대개 10년을 주기로 큰 흐름이 바뀐다. 1990년대도 그랬다. 재즈 힙합, 애시드 재즈 등 새로운 흐름이 급격하게 들이닥쳤고, 한편에는 정통 재즈를 계승하는 탁월한 재즈 연주자들이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1950년대 전후의 재즈계를 빛냈던 거장들은 자신들의 말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1990년대는 세대교체의 시대가 되었다.
1990년대 재즈계에 가장 큰 파격 중 하나는 힙합의 접목이었다. 그 시작은 1980년대 후반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시작하여 작곡가이자 편곡가, 프로듀서로 맹활약하고 있던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1989년에 앨범 [Back On The Block]을 발표했는데, 그는 이 앨범에서 정통 재즈와 퓨전 재즈, 힙합이라는 세 갈래를 엮어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세대의 재즈 음악가와 힙합 뮤지션이 함께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시기에 힙합계에서는 그룹 갱스타(Gang Starr)가 재즈 명곡을 샘플링해 힙합곡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재즈와 힙합의 접목은 본격화됐다. 재즈계 거장 중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젊은 힙합 프로듀서 이지 모 비(Easy Mo Bee)와 함께 재즈와 힙합을 결합한 앨범 [Doo-Bop]을 발표했다. 재즈의 전설적인 음반사인 블루노트 레코드(Blue Note Records)는 적극적으로 힙합과의 접목을 장려했다. 색소폰 연주자 그레그 오스비(Greg Osby)도 자신의 연주에 재즈를 더한 [3-D Lifestyles]를 앨범을 발표했다. 같은 해에 영국에선 재즈를 샘플링한 애시드 재즈 사운드를 구현한 어스쓰리(Us3)라는 팀이 블루노트 레코드를 통해서 데뷔했고,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애시드 재즈 붐을 선도했다.
색소폰 연주자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는 벅샷 르퐁크(Buckshot LeFonque)라는 퓨전 재즈 팀을 만들어 재즈 힙합과 애시드 재즈 사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재즈 연주자들뿐 아니라 힙합 뮤지션들도 재즈를 접목하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즈 힙합을 구현했다.
영국의 밴드 어스쓰리는 재즈 힙합과 애시드 재즈에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재즈는 점진적으로 대중음악계의 모퉁이로 밀려났다. 이는 악기 연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가수들에게 더욱 크게 체감이 되었다. 194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스윙, 재즈, 트래디셔널 팝 가수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그렇게 이 음악은 대중들에게 서서히 잊혔고 1990년대가 되자 젊은이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음악이 됐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 1990년대의 젊은 세대는 재즈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접한 재즈는 신선하고 새로우며 ‘힙’한 음악으로 여겨졌다. 스윙 재즈와 트래디셔널 팝계의 최고 슈퍼스타였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와 토니 베넷(Tony Bennett)은 1990년대에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발표한 듀엣 프로젝트 앨범 두 장은 미국에서만 수백만 장이 팔려나가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완전히 암흑 속으로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던 토니 베넷은 1990년대 젊은 세대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화려하게 컴백하여 젊은 시절을 능가하는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1995년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에 오른 토니 베넷.
1950년대 전후로 전성기를 누렸던 재즈 연주자들은 1990년대가 되자 노년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많은 거장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사이에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자신들의 인생과 커리어 끝자락에서도 그들은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1990년대에 발표된 빌 에반스(Bill Evans), 조 헨더슨(Joe Henderson), 스탄 게츠(Stan Getz)의 앨범들은 그들의 젊은 시절만큼 현란하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그때 이상의 깊이감과 감동을 들려주었다.
말년에도 걸작들을 선보인 색소폰 연주자 조 헨더슨.
트럼펫 연주자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를 필두로 1980년대에 등장한 젊은 연주자들은 퓨전 사운드로 가득했던 재즈계에 정통 재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에 뒤따라 등장한 젊은 음악가들은 이를 계승했다.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 베니 그린(Benny Green), 베이시스트 크리스천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Brian Blade),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 오르간 연주자 조이 디프란체스코(Joey Defrancesco, 2022년 사망)가 1990년대에 데뷔했으며, 현재 재즈계에서 가장 중요한 빅네임으로 자리하며 신(Scene)을 이끌고 있다.
재즈 피아노의 슈퍼스타, 브래드 멜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