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반은 춤으로 이루어져 있고 - 클래식과 춤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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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반은 춤으로 이루어져 있고 - 클래식과 춤곡

2024.02.21
Special

음악의 반은 춤으로 이루어져 있고 - 클래식과 춤곡

클래식을 들어보고 싶은데 잘 안되고 있으시다면? 문제는 여러분이 아닌 음악 그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솔직히 말해 아무런 준비 없이 듣는다면,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따분함 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분들은 춤곡을 중심으로 감상 리스트를 새로 짜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하는데 왜 갑자기 춤곡 이야기를 하냐고요? 놀랍게도 오늘은 클래식 음악의 상당수가 춤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아래 준비한 다양한 춤곡들을 통해 클래식 음악과 조금 더 친하게 지내보는 건 어떨까요?

전형적인 춤곡이라면 이런 느낌?

브람스와 드보르자크의 춤곡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는 진중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그야말로 '고전'이라는 말을 음악으로 만들어 놓은 듯이 장중하게 울리죠.

하지만 흥미롭게도 브람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라는 사실. '헝가리 무곡 5번'은 브람스는 물론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이 작품, 발표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불러 모았다고 하네요. 이 '5번' 이외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는 '헝가리 무곡 1번'과 '헝가리 무곡 2번', 그리고 '헝가리 무곡 6번' 정도를 골라볼 수 있겠는데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던 만큼 바이올린과 피아노, 피아노 독주, 오케스트라 편곡 등등 여러 편곡이 존재하는 '헝가리 무곡'인데요. 오늘은 원작인 포핸즈, 다시 말해 피아노 한 대 앞에 두 명의 연주자가 앉아 연주하는 버전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던 시절, 후배 작곡가인 안토닌 드보르자크 또한 '슬라브 무곡'이라는 모음곡을 출판해 춤곡 열풍에 가세했습니다. 모음곡을 여는 첫 곡을 한번 들어보시죠. 브람스의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주변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줍니다.

이 순서, 어디서 많이 봤는데요

바흐의 모음곡은 춤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나타와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자리 잡은 시대는 고전시대입니다. 그 이전 세대인 바로크 시대에도 소나타는 있었지만 지금 통용되는 소나타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죠.

대신 춤곡을 베이스로 한 모음곡이 바로크 시대의 유행이었습니다. 모음곡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알르망드로 시작해 사라방드, 쿠랑트, 지그의 순서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크 모음곡의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알르망드, 사라방드 같은 명칭은 모두 당대 유행하던 춤곡의 이름. 리듬도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 춤곡의 가장 큰 차이로는 역시 템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알르망드는 보통의 템포이며 사라방드는 느리며 마지막을 장식하는 지그는 무척 빠른 템포의 춤곡. 다시 말해 바로크 시대 모음곡은 무도회가 시작해서 끝나는 풍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감상하면 되겠습니다.

바흐가 활동하던 시기에서 거의 300년이 지난 뒤인, 1917년에 완성된 모리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에서도 이러한 춤곡풍의 모음곡을 만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위치한 포를란과 리고동, 그리고 미뉴에트가 바로 춤곡의 이름인데요. 시대가 한참 뒤인 만큼 음악의 분위기 또한 많이 달라져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새 앨범 [La Danse]를 발표한 피아니스트 마틴 제임스 바틀렛의 우아한 연주로 라벨의 모음곡을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음악의 반은 춤

춤과 예술 사이

앞서 소개해 드렸던 작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유명 작곡가들의 춤곡은 춤을 위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음악 그 자체로 기능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리 춤곡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작품으로서, 음악으로서 완결성을 가지는 음악을 과거 작곡가들은 쓰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예술로서의 춤곡이라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는 역시 쇼팽이 있네요.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와는 달리 쇼팽의 왈츠는 사람의 내면을 부드럽게 파고듭니다.

이번에는 아까 전에 소개해 드렸던 피아니스트인 마틴 제임스 바틀렛이 등장해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를 연주합니다. 프랑스어로 '왈츠'를 뜻하는 이 작품에서 3박자로 이루어진 왈츠의 리듬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신 기괴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들이 이 작품에서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

'라 발스'는 원작이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기에 위에 소개해 드렸던 피아노 버전과 오케스트라 버전을 비교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피아노만이 전할 수 있는 색채감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세계, 여러분은 어느 쪽에 마음이 가시나요?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바꿔서 라틴아메리카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아르헨티나 춤곡'은 유럽의 춤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가득 차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슬픈듯하면서도 나른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 작품의 2악장은 어떤 문화권의 음악에서도 접하기 힘든 감정으로 가득 차 있죠. 작곡가와 동향의 음악가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자연스럽게 연주해 들려주는 라틴아메리카의 분위기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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