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는 목소리가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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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목소리가 여기 있어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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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목소리가 여기 있어

살다 보면 원하는 대로 삶이 굴러가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계획했던 일이 잘되지 않거나, 몸이 갑자기 아프거나 할 때, 내가 가진 힘으로는 도저히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럴 때마다 저는 언제나, 항상 음악을 들었던 거 같습니다. 위로를 바라며 음악을 듣지는 않지만, 그래도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익숙한 음악에서 익숙한 위로를 받지만, 때로는 평소에는 잘 듣지 않던 장르에서 묘한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악기 연주만 듣다가 문득 성악곡을 듣게 되었을 때 받게 되는 위로는 악기가 할 수 없는 일을 종종 해주더라고요. 팬데믹이 장기화될 즈음 홀연히 밀라노 대성당에 등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 세계 사람들을 위로했던 안드레아 보첼리처럼요. 그래서 오늘은, 지친 하루에 위로가 되어줄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 목소리를 아래서 만나 보실까요?

지중해의 햇살 같은 목소리

조셉 칼레야가 전하는 위로

테너 조셉 칼레야의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태어났습니다. 지중해의 아들이라 그럴까요? 칼레야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호소력을 지닌 목소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곡리스트 15

이 테너가 작년에 발표한 [Ave Maria]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위로를 목소리로 모아 놓은 듯한 앨범입니다. 다른 종교곡들도 그렇지만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느꼈을 비제의 오페라 아리아에서도 조셉 칼레야의 목소리는 깊은 위로를 찾아냅니다.

곡리스트 20

기왕 조셉 칼레야를 소개하게 되었으니 이 테너의 또 다른 앨범 한 장을 더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만토바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The Magic Of Mantovani]는 앞서 소개했던 [Ave Maria]와는 다른 위로를 전합니다. '에델바이스' 같이 잘 알려진 노래부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넘버들, 그리고 듣기만 해도 힘이 되는 'You'll Never Walk Alone' 같은 노래가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합창에서 얻는 힘

킴 안드레 아르네센의 [Holy Spirit Mass]

1980년생의 노르웨이의 작곡가 킴 안드레 아르네센은 합창음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작곡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합창음악에는 관심이 없으시다고요? 저 또한 그랬지만 아르네센의 음악을 듣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곡리스트 18

'Holy Spirit Mass'. 우리말로 '성령 미사'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이 작품은 미사곡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분위기, 엄격하고 장중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 경건한 느낌에 약간의 기대감과 화려함이 섞인 아르네센의 미사곡은 종교음악이라 하기보다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사하게 주변을 밝혀줍니다. 평소 합창음악에 거부감이 있었던 분들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그저 좋은 음악인 것이죠.

고통 끝에 희망 있어라

소프라노 박혜상의 [Breathe]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과의 전속계약, 그리고 찾아온 팬데믹. 내가 준비한 음악을 들려줄 수 없는 시기가 길어졌을 때, 소프라노 박혜상은 음악과 그의 삶에 대해 길고 깊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곡리스트 25

올해 2024년 2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표하는 박혜상의 두 번째 앨범 [Breathe]는 쉽지 않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들려주는 음반입니다. 이 앨범을 위해 작곡가 루크 하워드가 써준 'While You Live'로 시작해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그리고 오페라 무대에 설 때마다 위로를 주었던 작곡가들의 명 아리아를 담고 있는 이 앨범은 깊이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깊어진 소프라노 박혜상을 만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앞서 칼레야의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는 마스네의 '아베 마리아'입니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오페라 '타이스'의 '명상곡'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선율을 목소리로 전해 들을 때, 여러분은 어디에서도 받지 못할 위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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