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의 음악 여정, 프랑스를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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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의 음악 여정, 프랑스를 향하다

2024.03.05
Special

피아니스트 랑랑의 음악 여정, 프랑스를 향하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스타 피아니스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랑랑을 언급할 겁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40대의 나이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랑랑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클래식계 최고의 스타 중 한 사람이죠. 클래식 애호가들이 떠올리는 랑랑의 이미지는 역시 '화려함'입니다. 음악과 물아일체가 된 듯한 몸짓과 표정, 한계가 없어 보이는 탁월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청중들을 열광시키는 엄청난 스타성을 지닌 피아니스트죠. 하지만 동시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지나치다', '과장됐다'라는 비판적인 평은 항상 랑랑을 따라다녔죠.

지난 2019년 랑랑은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랑랑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 음악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었죠. 화려하고 기교적인 작품을 자주 연주했던 그가 음악의 내면적 아름다움과 소박함에서 오는 감동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죠. 2022년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랑랑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편안해졌다. 땅에 발을 딛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음악이 크게 달라졌음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발매된 랑랑의 앨범 [Saint-Saëns]는 생상스를 비롯해 그동안 쉽게 들을 수 없었던 랑랑의 프랑스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랑랑이 선택한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과 같은 위대한 작품들과 견줄 수 있는 진정한 낭만주의 걸작이죠. 랑랑은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과소평가된 작품'이라 말하며 이 곡을 연주하는 것에 큰 의욕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는 '동물의 사육제'를 통해 아이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최근 랑랑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죠. 특히, '동물의 사육제'는 부인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함께하여 더욱 따뜻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죠.

한편, 랑랑은 이른바 '벨 에포크' 시대로 널리 알려진 19세기 후반 라벨, 드뷔시 등 프랑스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작품은 물론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프랑스 출신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여성 작곡가인 루이즈 파렝, 릴리 불랑제, 샤를로트 소이, 제르맹 테유페르 등의 이름은 아마 많은 분들에게 생소하게 다가올 겁니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동안 이들의 음악을 알지 못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들의 탁월한 음악성에 감탄하게 되죠. 랑랑 또한 '이번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보물을 발견했다'며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것에 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음악가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젊은 시절과는 다른 사고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되며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숙하고 더 깊은 음악을 표현하는 음악가로 변모해 가는 것입니다. 랑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청중들을 열광시키는 화려한 슈퍼스타이자 평론가들의 논쟁 대상이기도 했던 랑랑의 음악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했고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Saint-Saens]는 40대에 접어든 랑랑의 새로운 여정을 상징하는 이정표와도 같은 앨범이 될 것입니다.

곡리스트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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