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s 국내 알앤비] 가요로 편입된 한국형 알앤비

에디션m

[00s 국내 알앤비] 가요로 편입된 한국형 알앤비

2024.07.15
Special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Story

알앤비, 전 국민에게 장르로 다가가다

알앤비라는 음악 장르에게 2000년대란 많은 걸 얻은 동시에 또 많은 고민을 안겨준 시기였다. 많은 이들이 특정 창법 스타일을 알앤비로 오인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알앤비라고 구분할 수 있는 곡과 이른바 '한국형 알앤비'라 불리는 곡들이 한데 등장하며 장르의 미덕을 자칫하면 잃을 수도 있는 시기였다. 다만 북미 또한 팝-알앤비가 등장한 시기였고, 스타일은 달랐으나 대중음악 안에서 알앤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득과 실을 모두 얻었다.

나얼, 브라운 아이즈, 브라운 아이드 소울 – 한 장르의 장인이라 불릴 음악인

이견의 여지가 없다. 브라운 아이즈로 시작해 솔로로, 그리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팀으로 만들어 낸 앨범들은 모두 정확하게 알앤비라는 장르를 담아냈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브라운 아이즈는 단숨에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가 하면 그만큼의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연이어 성공한 '벌써 일년', 'With Coffee' 두 곡이 상대적으로 듣기 편안한, 윤건의 안정적인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선보인 알앤비였다면 솔로에서는 한 장르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더욱 깊이 있게 드러냈고, 여기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통해 장르 음악의 미덕을 담았으니 커리어 전체가 그야말로 알앤비 음악을 위한 것이었다. 특히 소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팀은 장르로서의 소울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많은 분이 장르의 특징이나 역사는 잘 몰라도, 알앤비의 아름다움에는 공감했다.

알앤비, 가요 내에서 대명사가 되다

브라운 아이즈의 큰 성공 전후로 이미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홀로서기에 성공한 윤미래, 휘성과 거미, 빅마마로 이어진 데뷔까지 알앤비 가수의 등장은 꾸준히 생겨났다. 특히 특정 레이블이 한 가지 장르를 본격적으로 내세우며 대중가요 시장 내에 일어난 반향은 더욱 컸다. 특히 휘성은 '안되나요' 이후 'With Me'를 통해 당시 북미 음악 시장 내의 알앤비와 비교해 동시성을 획득하고자 했고, 세븐데이즈로 시작해 솔로로 데뷔한 이정 또한 '다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에는 제이, 애즈원, 대형 레이블을 통해 데뷔했던 플라이 투 더 스카이까지 완성도 높은 알앤비 앨범이 대거 나오며 한동안은 좋은 알앤비 작품이 쏟아졌다. 여기에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이 형성되며 알앤비 음악도 그 안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힙합, 알앤비의 또 다른 장을 만들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힙합 장르 음악가들에게 큰 기점이 되었지만, 이는 알앤비 음악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싱어송라이터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특정 장르에서 벗어나 이제는 알앤비 싱어송라이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기존에 회사를 거쳐 데뷔하는 과정에서 벗어나 인디펜던트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처음에는 많은 힙합 곡에 보컬로 피쳐링을 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다 보니 온전한 작품으로서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 중 한 사람이 정기고였다. 정기고는 인피닛 플로우, 더 콰이엇, 이루펀트, 에픽하이, 팔로알토 등 여러 래퍼의 곡에 피쳐링을 하며 존재를 알렸다. 라디(Ra. D) 역시 UMC, 조PD, 다이나믹 듀오의 곡에 피쳐링하며 이름을 보이기 시작했고 외에도 여러 음악가들이 당시에는 자신의 앨범보다 피쳐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드디어 독자적인 알앤비 노선이 태동하다

아직까지 장르를 뛰어넘어 국내 음악 안에서도 명반으로 꼽히는 아소토 유니온의 앨범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라디의 [My Name Is Ra.D], 얼바노의 1집까지 2000년대는 기존의 방식, 기성 세대로부터 만들어진 음악 시장과 제작 과정에서 벗어난 알앤비 앨범이 확장되는 시기였다. 물론 90년대에도 그러한 형태의 앨범들이 있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저마다 다른 곳에서 시작한 음악가들이 같은 장르를 담아내는 현상은 이때부터 이어졌다. 2003년 발매되었던 이정민의 1집부터 솔플라워, 앤 원, 태완, 김신일 등 여러 음악가가 자신만의 알앤비를 풀어냈다. 때마침 고전적인 알앤비부터 팝 알앤비, 네오 소울까지 알앤비 자체도 확장을 겪던 시기이다 보니 그 문법도, 분위기도 모두 다르게 나올 수 있었다.

한국형 알앤비?

앞서 언급한 태완은 물론 해리티지, 러브 티케이오 등 장르 음악을 좀 더 진득하게 풀어낸 작품들이 등장한 반면, 같은 시각 대중가요 음악 시장에는 이른바 '한국형 알앤비'라는 이름으로 기존 가요에서 쓰였던 통속적인 문법이나 신파적 서사, 극적 구성을 차용해 알앤비라고 부르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알앤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엄격한 기준에서 보면 기준에 부합하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경우들도 생겨났다. 신촌뮤직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박효신과 박화요비 또한 알앤비를 내세웠고 바이브를 비롯한 여러 그룹이 알앤비를 표방했다. 창법은 알앤비에 가깝지만 곡은 팝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알앤비 스타일의 곡에 가요에 가까운 창법을 담기도 했다. 한동안 장르로서의 알앤비를 진하게 담은 음악과 그러한 알앤비를 표방한 음악이 공존하며 알앤비는 유머적 요소로 소비되기까지도 했다. 그 가운데 2000년대 후반에는 이민우(M)부터 태양까지, 알앤비를 자신의 장르로 온전히 가져간 경우도 있었고, 그렇게 알앤비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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