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s 국내 알앤비] 가요계의 신흥 강자, 알앤비

에디션m

[90s 국내 알앤비] 가요계의 신흥 강자, 알앤비

2024.07.15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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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Story

알앤비라는 존재의 시작, 장르를 유행으로 만들다

대중음악은 오랜 시간 미국이라는 강력한 산업의 중심이 되는 곳이 있었고, 많은 시장이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1990년대는 미국에서도 알앤비라는 장르 음악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때맞춰 미국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이 즈음에 한국으로 들어와 각자가 보고 들었던 음악을 국내에서 표현하기도 했고, 문화적으로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며 큰 변화를 가졌다. 그 중 하나가 힙합, 알앤비의 등장이었다.

북미 음악 시장 내에서 알앤비 음악이 성공하듯,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두다

박남정의 앨범이 단순히 어느 한 시기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박남정이 있었기에 현진영이 있었고, 1980년대 말부터 브레이크댄스를 자신의 것으로 해왔던 이들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박남정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춤을 췄던 이들이 후에 데뷔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를 함께 했던 이들 중에는 현진영도 있었다. 현진영은 이수만의 기획 하에 데뷔하게 되었는데, 당시 미국에서 유행 중이던 뉴잭스윙이라는 알앤비의 한 갈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앨범을 제작했다. 현진영은 당시 미국 문화와 근접하게 자리하고 있던 인물이기에 가능했다. 이후 현진영과 와와라는 팀을 통해 발을 딛은 것이 듀스였다. 듀스는 김성재와 이현도, 두 사람으로 구성된 팀이며 현진영, 듀스 모두 한국 힙합 역사에서도 중요한 팀으로 꼽힌다.

현진영과 듀스가 힙합과 알앤비 양 쪽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의 형태에서 가장 가깝게, 먼저 선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현진영과 듀스를 자신의 음악적 유산으로 삼는 장르 음악가가 굉장히 많다. 그들에게 음악적으로 빚을 진 이가, 그들을 유년기에 보았던 음악가가 후대에 더 좋은 음악을 내며 한국 알앤비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과정이 있기에 두 존재가 더욱 빛난다.

유영진부터 솔리드까지, 장르 음악의 시작

알앤비라는 장르 음악의 본격적인 시작을 이야기할 때, 여러 의견을 더할 수 있지만 유영진과 솔리드를 대표적으로 두고자 한다. 1993년에 발매된 유영진의 첫 앨범 [Blues in Rhythm]은 앨범 이름에서부터 알앤비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고, 같은 해에 나온 솔리드의 첫 앨범 [Give me a Chance] 역시 뚜렷하게 당시 미국에서 흥행하고 있던 알앤비 음악을 보다 진하게 담았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모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선구자적인 측면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유영진과 솔리드 모두 작품을 이어가면서 커리어 전반을 통해 한 장르를 진득하게 들려줬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이때부터는 알앤비라는 장르에 기획이라는 것이 붙으면서 장르가 하나의 흥행 요소로 쓰이기 시작했고, 둘은 그러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앞서 있다.

발라드에서 알앤비로, 90년대 가요계에 불었던 변화의 바람

디스코그래피 전체를 통해 한 장르를 구현하지 않아도 알앤비라는 장르를 풀어낸 음악가들이 있다. 앨범이나 곡을 통해 장르를 풀지 않아도, 창법이나 표현 방식에서 알앤비를 담아낸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테면 조관우의 가성 창법은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를 비롯한 과거 알앤비 밴드의 보컬로부터 영향을 받은 식이다. 특히 이 시기에 창법이나 표현 방식에 있어 알앤비를 차용하되 팝에 좀 더 가까운 노래와 앨범을 발매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음악가가 박정현 아닐까 싶다. 반면 유영진과 솔리드 발매 전후로 일찌감치 알앤비 스타일을 앨범에 요소로 담아낸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조규찬이 아닐까 싶다. 조규찬은 1996년 4월에 나온 자신의 3집 [The 3rd Season]을 통해 알앤비라는 장르 음악을 확실하게 들려준다. 첫 곡인 '충고 한마디 할까?'부터 'Anomi', 'C.F', 'Baby You're The Lite'까지 지금 들어도 좋은 곡들이 다수 담겨 있다. 조규찬의 이러한 행보는 같은 해 9월에 나온 박진영의 [썸머징글벨]에 코러스와 편곡으로 참여하면서 이어진다.

김홍순, 알앤비 음악에 더 욕심을 내다

한국에서 알앤비 음악을 이야기할 때 꼭 언급해야 하는 음악가 중 하나가 김홍순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그가 이현우와 함께 제작한 1991년 앨범 [Black Rainbow]부터가 펑크, 디스코를 기반으로 뉴잭스윙까지 품은 세련된 알앤비 앨범이다. 이후 그는 업타운의 '다시 만나줘', 이뉴의 '독립선언', 유리의 '다가와 준다면'에 이어 브라운아이드소울의 'Brown Eyed Girl'까지 긴 시간 좋은 알앤비 곡을 썼다. 힙합 음악은 물론 이승철, 장혜진, 이상은 등 다른 장르의 음악가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다. 정연준을 비롯해 그 당시 알앤비 음악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운 프로듀서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김홍순이야말로 90년대 한국 음악 시장에서 알앤비가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든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다.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탄생, 그 안에 있는 알앤비

지금은 케이팝이라 불리지만 그 때는 댄스 그룹으로 불렸다. 앞서 이야기한 듀스도, 이현우의 곡도 모두 댄스곡이라 불렸다. 혹은 템포가 느린 경우 발라드로 분류되기도 했다. 한동안 한국 음악 시장을 이끌었던, 이른바 3대 기획사라 불렸던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모두 알앤비 음악을 각자의 기조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케이팝의 시초로 불리는 S.E.S.를 비롯한 1세대 몇 그룹이 장르적으로 알앤비를 가져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2023년인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특히 S.E.S.는 미국 그룹 TLC를 연상케 하는 작명은 물론(각 멤버의 앞글자를 딴 그룹명) 유영진의 곡을 리메이크한 '그대의 향기'는 물론 'Good-Bye'를 비롯해 알앤비 스타일의 곡을 다수 실었다. 물론 개중에는 당시 가요계에서 유행했던 발라드나 유로댄스 계열의 스타일을 의식한 곡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알앤비라는 장르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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