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곳은 많아, Jacob Collier의 [Djesse Vol. 4]

장르 인사이드

아직 갈 곳은 많아, Jacob Collier의 [Djesse Vol. 4]

2024.03.12
Special

아직 갈 곳은 많아, Jacob Collier의 [Djesse Vol. 4]

음악도 어느 정도는 경쟁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일까요? 오랫동안 팝음악계는 다재다능함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갖춘 아티스트를 사랑해 왔습니다. 작곡, 작사는 물론 연주까지 해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말할 것도 없이 귀한 존재이고,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종종 무리를 해왔습니다. 티끌만 한 재능을 확대하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재능을 과하게 선전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이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음악으로 된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전에 없는 재능이라는 이야기를 데뷔 초부터 들었던 Jacob Collier. 그는 우리들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음을 지난 수년간 보여주었습니다.

무한한 아이디어를 음악으로 만들어

놀랍게도 자신을 '무한한 아이디어 증후군'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Jacob Collier.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결과물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Djesse' 프로젝트, '제시'라고 발음하는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앨범인 [Djesse Vol. 1]에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이듬해 발매된 [Djesse Vol. 2]에서는 포크 뮤직을 비롯한 과거 팝음악을, 그리고 2020년에 발표한 [Djesse Vol. 3]에서는 보다 현대적인 팝음악을 능숙하게 아우를 수 있음을 Jacob Collier는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여행을 시작하려 해

아티스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자 햇수로 거의 5년 만에 발표되는 [Djesse Vol. 4]에서 Jacob Collier는 지금껏 그가 해왔던 작업을 다시금 들려주려 합니다. 다재다능의 대명사이지만 음악은 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리고 특정한 장르에서는 언제나 자신보다 뛰어난 음악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Jacob Collier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Coldplay의 Chris Martin과 John Legend, Anoushka Shankar, John Mayer, Camilo, Shawn Mendes, 그리고 aespa에 이르기까지. 이번에도 Jacob Collier는 최고의 아티스트를 모아 'Djesse'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내 음악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앨범은 지난 투어를 함께 했던 팬의 목소리를 담아낸 '100,000 Voices'로 시작합니다. 팝과 라틴 그리고 메탈까지. 온갖 음악이 뒤섞인 사운드를 지나 밝은 인사를 건네는 'She Put Sunshine', Brandi Carlile과 함께 한 'Little Blue',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이자 젊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파릇파릇한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WELLLL', 분위기를 바꿔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Cinnamon Crush'와 건강한 사운드의 'Wherever I Go', 'Summer Rain'을 Jacob Collier는 연이어 들려줍니다.

이제 앨범은 서서히 다른 대륙들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Anoushka Shankar의 시타르 소리가 마치 카펫처럼 깔리는 'A Rock Somewhere', 완전히 방향을 틀어 브레이크 없이 라틴아메리카로 향하는 'Mi Corazón', 북미대륙의 충만한 기운이 흐르는 'Witness Me', 노래 곳곳에 부드럽게 발려 있는 John Mayer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Never Gonna Be Alone', 다채로운 보컬 테크닉으로 채워진 Simon & Garfunkel의 고전 'Bridge Over Troubled Water', 그리고 aespa와 Chris Martin이라는 기묘한 조합이 매력적인 화음을 만들어내는 'Over You'가 앨범 듣는 재미를 끊임없이 높여갑니다.

앨범 막바지에 나사를 조금씩 푸는 듯한 'Box Of Stars Pt. 1'과 Steve Vai의 우주적인 기타 사운드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Box Of Stars Pt. 2', 그리고 마치 빅뱅 이후 고요함만이 남은 세상을 표현한 듯한 아카펠라 'World O World'에 이르기까지. 이번 앨범 [Djesse Vol. 4]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감상한다면 마치 세심하게 선곡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듯하지만,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이 앨범의 수록곡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서 나왔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결과물로 채워져 있는 앨범입니다. 물론 Jacob Collier의 팬들은 이미 이 상황에 익숙할 것입니다. 정체성을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이 아티스트의 정체성이었으니까요. 오랜 프로젝트를 마친 21세기의 모차르트는 이제 어디로 향할까요? Jacob Collier의 다음 행선지에서 만날 그날을 함께 기다려봅시다.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