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s 해외 록] 프로그레시브, 재즈 록, 펑크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 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장르의 다양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진 록의 시대
1969년 12월, 캘리포니아주 앨터몬트 레이스웨이 파크에서 무료로 개최된 반문화 콘서트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롤링 스톤스의 공연 도중 총을 들고 무대로 접근하던 한 흑인 청년을 경호원이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30만 명이 참여한 페스티벌의 경호와 치안을 맡은 조직은 유명한 모터사이클 갱단인 '헬스 엔젤스'였고 어떤 면에서 이들을 고용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 외에 두 명이 뺑소니 사고로 숨졌고 LSD에 취한 한 관객은 수로에 빠져 익사했다. 혼돈으로 점철된 이 행사는 그해 여름 찰스 맨슨의 히피 추종자들이 벌인 섀런 테이트 살인 사건과 더불어 '히피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분기점과도 같았다. 젊은이들이 꿈꾸었던 순수한 이상은 백일몽처럼 희미해졌고, 그들의 유토피아적・예술적・철학적 열망의 표현 도구였던 록 음악은 신화의 영역에서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은 '60년대는 끝났다'는 슬로건이 등장하기 전, 70년대 초반의 짧았던 시기는 여전히 히피 시대 사이키델릭의 정서와 아티스트의 예술혼이 타오르고 있던 때다. 60년대 후반 클래식 음악과 사이키델릭, 재즈, 포크, 아방가르드 등의 요소를 흡수하여 독창적인 사운드 실험을 통해 등장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인 프로그레시브 록은 마치 '장르의 백화점'과 같은 음악이었다. 사이키델릭으로 출발한 핑크 플로이드는 우주적이고 전위적인 실험을 거쳐 1973년작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기점으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거머쥔 수퍼 그룹의 지위에 올랐다. 복잡한 곡 구성과 연주 테크닉으로 무장한 예스와 연극적 요소를 도입한 제네시스, 무그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한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포크와 블루스, 재즈, 클래식, 하드 록 등 다채로운 향기를 지닌 제스로 툴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성공은 유럽 각지의 실험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70년대의 록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풍요로움'이다. 록은 대중음악의 중심에 있었다. '재즈와 록의 결합'이라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혁신적 시도는 퓨전 재즈 혹은 재즈 록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퓨전'의 양상은 프로그레시브 록은 물론 프랭크 자파, 시카고,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스, 스틸리 댄과 같은 탄탄한 연주력과 실력을 갖춘 아티스트의 바탕으로 자리했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재능 있는 뮤지션들은 60년대의 선구자들이 록이라는 광활한 대지에 닦아 놓은 길을 편하게 걷는 대신 그 길을 더욱 단단히 다지거나 전에 없던 다른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보위와 마크 볼란 등은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 무대 퍼포먼스를 통해 '글램 록'의 유행을 이끌었다. 밥 딜런과 버즈에서 출발한 포크 록은 70년대 중반까지 영국 클럽 신에서 중요한 흐름의 하나가 되어 페어포트 컨벤션이나 펜탱글과 같은 매혹적인 브리티시 포크의 자양분이 되었으며, 캐나다의 닐 영, 조니 미첼을 비롯해 미국의 캐럴 킹, 제임스 테일러, 잭슨 브라운, 폴 사이먼 등 70년대 위대한 싱어송라이터 음악의 핵심을 이루었다.
블루스 록에서 출발한 레드 제플린은 영국 하드 록을 대표하는 그룹이 되었고 블랙 사바스의 헤비한 사운드, 딥 퍼플의 스피드와 파워는 헤비메탈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영국의 UFO와 주다스 프리스트, 레인보우, 미국의 블루 오이스터 컬트와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 키스, 에어로스미스 등의 성공 역시 기타 리프와 샤우팅 중심의 공격적이고 강렬한 록 음악인 하드 록을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반대편에서는 보다 쉬운 멜로디 중심의 풍요로운 사운드 프로덕션을 특징으로 하는 소프트 록이 FM 라디오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플리트우드 맥의 앨범 [Rumours](1977)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폴 매카트니의 밴드 윙스, 엘튼 존, 빌리 조엘, 카펜터스 등이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에서 성과를 올렸다.
블루스와 포크, 컨트리와 블루그래스, 그리고 로큰롤은 대중음악 즉 미국 음악의 뿌리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약물로 인한 환각에서 탄생한 사이키델릭이나 예술적 의도가 강조된 스튜디오 실험의 결과물 대신 전통적 색채를 강조한 록, 즉 '루츠 록'이 70년대에 본격화되었다.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등 남부 지역에서 탄생한 올맨 브라더스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 애틀랜타 리듬 섹션 등의 '서던 록', 이글스와 플라잉 뷰리토 브라더스 등의 '컨트리 록', 펑키한 리듬과 소울, 컨트리와 블루스가 혼합된 '스왐프 록'이나 밥 시거, 톰 페티, 존 멜런캠프,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노동 계급을 대변하는 '하트랜드 록' 등이 여기 포함된다.
록이 인기를 누리며 음악 산업은 전에 없이 거대해졌고 수많은 록 밴드와 뮤지션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록 스타의 이미지에는 전용기와 고급 호텔, 대저택과 파티, 그루피 등 화려함이 결부되었고, 기성세대를 비판하던 이들은 어느새 스스로 기득권이 되어 있었다. 영혼 없는 메시지, 과잉으로 치닫는 사운드 프로덕션, 상업성에 매몰되어 가던 록 음악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음악이 펑크 록이다.
60년대 개러지 록의 DIY 스타일로부터 받은 영향,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노랫말을 담아 단순한 코드와 멜로디로 전개되는 펑크 록은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 태도와 정신, 표현 방식, 패션은 새로운 하위문화로 자리하게 된다. 영국의 섹스 피스톨스와 클래시, 미국의 라몬스와 텔레비전 등의 역동적 사운드와 신랄한 가사는 상업주의에 물든 채 노쇠해 가던 기존 록 음악에 펀치를 날릴 수 있는 훌륭한 대체재였다. 그러나 급속도로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음악적 한계를 맞은 펑크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곧 뉴웨이브와 포스트 펑크에 자리를 내준 이 장르는 80년대 초 힘을 잃었다가 90년대 얼터너티브의 유행과 펑크 리바이벌을 통해 새롭게 부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