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s 해외 록] 하이브리드 사운드와 거장의 귀환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 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힙합과 팝의 시대, 록의 위상
도어스는 1969년, 록 무브먼트에 종말을 고하며 러닝 타임 1시간 이상의 블루스 잼 'Rock Is Dead'를 녹음한 바 있다. 마릴린 맨슨은 1998년 예의 거친 외침을 담은 'Rock Is Daed'를 발표했다. 이들의 말은 현실이 된 것 같았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특히 클래식 록과 90년대 얼터너티브의 세례를 받은 기성세대에게 록은 대중음악의 변방으로 밀려난 듯 보였다. 존재만으로 설렘을 안겨 줄 수 있는 영웅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고 록 카테고리의 여러 인기 밴드와 뮤지션의 음악은 과연 이걸 록이라 할 수 있을지조차 애매한 사운드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록은 차트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116곡 중 록 음악이 단 한 곡도 없다는 사실은 장르의 대중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는 사례 중 하나다. (앨범 차트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린킨 파크, 아케이드 파이어, 멈포드 앤 선스, 잭 화이트, 폴 아웃 보이, 뱀파이어 위켄드 등 많은 이들의 앨범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무리 힙합과 EDM와 R&B가 주류 팝 신의 중심에 자리하고 전통적 미디어 대신 유튜브와 틱톡 등 소셜 미디어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새로운 스트리밍 매체를 통해 음악을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어도, 또 일정 부분 그러하다 해도 '록이 죽었다'는 말은 호사가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수많은 록 밴드가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티스트가 꾸준히, 어떤 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하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자 이매진 드래곤스가 등장했고 여전히 공룡 U2와 콜드플레이(팝 록)가 있었고 악틱 몽키스(개러지 록)나 린킨 파크(뉴 메탈)와 어벤지드 세븐폴드(헤비메탈),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하드 록)가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었고 뱀파이어 위켄드와 더 1975와 MGMT와 워 온 드럭스(인디 록), 테임 임팔라(사이키델릭), 푸 파이터스와 서티 세컨즈 투 마스(얼터너티브 록) 등이 탁월한 앨범과 함께 록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주류 장르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록은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의 열광을 이끌어 냈다.
어떤 이들은 록이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고 번뜩이는 창의성이 부족하며 이전처럼 과감한 실험적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움과 흥미로움이 사라지고 지루함만 남았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밴드들의 주요 앨범만 들어 봐도 이런 의견이 얼마나 무책임한 결과론적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록은 다른 어느 장르 못지않게 변화하고 진화해 왔다. 앨범보다 싱글 및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감상이 지배적인 음악 소비 방식이 된 2010년대에도 마찬가지여서, 뮤지션들은 자신이 속한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팝과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포함한 다채로운 요소와의 하이브리드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 개개의 결과물을 이미 존재하는 '장르'라는 주머니에 담기가 점점 어려워졌는데, 그 덕에 전통적 분류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록은 왜소해지거나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록 음악의 핵심으로 간주되던 기타 연주는 전반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사운드는 부드러워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록 팬들은 장르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교묘하게 걸쳐 있는 틈새로 몰렸다. 이매진 드래곤스, 폴 아웃 보이, 트웬티 원 파일럿츠, 마룬 파이브,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같은 이들의 성공이 이를 보여 준다.
록 사운드 변화의 중심에 인디 록이 자리한다. 세 번째 앨범 [The Suburbs](2010)으로 미국과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하고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캐나다의 아케이드 파이어를 필두로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 낸 [Modern Vampires Of The City](2013)와 [AM](2013)의 뱀파이어 위켄드와 악틱 몽키스, 역시 영미 차트 1위 앨범들인 [Walls](2016)와 [Wonderful Wonderful](2017)의 주인공 킹스 오브 리온, 킬러스, 장르의 백화점과 같은 스타일과 감성적 사운드로 사랑받은 더 1975 등과 같은 뛰어난 밴드들이 음악적 성과와 대중적 성공을 함께 거머쥐었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코트니 바넷, 앤젤 올슨, 미츠키, 피비 브리저스, 섀런 밴 이튼, 세인트 빈센트, 와이즈 블러드, 왁사해치 등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여러 작품, 그 외에 비치 하우스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드림팝 [Teen Dream](2010), 아메리카나와 사이키델릭을 고풍스러우면서도 유려하고 세련되게 표현한 워 온 드럭스의 [Lost In The Dream](2014), 전위적인 익스페리멘탈 록의 대표 주자 스완스의 [To Be Kind](2014), 폭발적인 날것의 매력을 담아낸 슬리터 키니의 [No Cities To Love](2015) 등은 2010년대가 낳은 소중한 인디 록 걸작들이라 할 수 있다.
록 음악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공연장이다. 평소 굳이 록을 즐겨 듣지 않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록 콘서트를 선호한다. 록 밴드의 공연과 록 페스티벌이 점점 거대화하며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록 페스티벌 무대에 록 밴드만 서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강렬한 록 비트와 리듬, 에너지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록 음악이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 서머싯주 필튼에서 개최되는 오랜 역사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미국 콜로라도 사막의 '코첼라', 새크라멘토의 헤비메탈 페스티벌인 '애프터쇼크' 등 다양한 록 페스티벌이 개최되어 왔다. 2010년대에 놀라운 음악적・상업적 성과를 거둔 여러 거장 밴드들의 작품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Wrecking Ball](2012)과 [High Hopes](2014), 펄 잼의 [Lightning Bolt](2013), AC/DC의 [Rock Or Bust](2014), 데이비드 보위의 [Blackstar](2016), 라디오헤드의 [A Moon Shaped Pool](2016), 그린 데이의 [Revolution Radio](2016), 메탈리카의 [Hardwired... To Self-Destruct](2016)는 모두 빌보드 1위를,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Stone Temple Pilots](2010),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I'm With You](2011)와 [The Getaway](2016), 앨리스 인 체인스의 [The Devil Put Dinosaurs Here](2013)는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