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s 해외 록] 실험의 시대를 이끈 사이키델릭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로큰롤에서 록으로의 진화
1960년대는 공기 속에 예술이 흩어져 있어서 누구나 그걸 호흡하는 것만 같았던 시대다. 젊은이들은 전에 없이 높은 철학적 이상과 그와 비례해 거대해진 예술적 욕구를 지니고 있었고 뮤지션들은 관습적 표현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음악에 목말라 하며 소리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전후(戰後)의 베이비붐 세대가 청소년기에 접어든 후 주체적 취향을 지닌 소비의 중심축으로 자리하게 되자 음반 산업은 비약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이전 세대가 부모님이 듣던 음반, 즉 중산층의 보수적 가치에 걸맞은 '건전한' 음악을 들어 왔다면 60년대의 신세대는 기성세대의 가치에 반발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며 보다 혁신적인 소리와 노랫말에 열광했다. 자유와 평화, 사랑을 내세우며 기존의 질서를 거부한 히피 문화가 세계를 휩쓸자 록 음악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의식의 확장과 정신의 해방을 모토로 LSD(환각제)와 마리화나가 퍼져 나갔으며 여기서 비롯된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주류 음악 신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로큰롤에서 시작되어 사이키델릭의 유행, 포크와 재즈, 블루스 등과의 결합, 보다 강력하고 실험적인 하드 록과 프로그레시브 록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60년대 록 음악의 흐름은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50년대의 리듬앤블루스와 로큰롤을 듣고 자란 수많은 젊은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뮤지션을 꿈꾸었다. 그건 예술적 열망이라기보다는 경제 논리였다. 쉽게 말해 음악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그중에서도 주 소비층이 열광을 보내기 시작한 로큰롤 밴드, 즉 록 그룹이야말로 개인의 신분 상승을 위한 최적의 선택지였던 것이다. 그 시작과 끝에 비틀스가 자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1962년 등장해 짧은 기간 내에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전까지 대중음악이라는 바다에는 로큰롤과 리듬앤블루스, 컨트리, 가스펠, 소울, 재즈, 그리고 트래디셔널 팝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었을 뿐이다.
영국의 항구 도시 리버풀에서 탄생한 이 10대 취향의 아이돌 밴드는 이내 세계적 현상이 되고 영국 음악의 세계 시장 점령을 의미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시작을 이룬다. 그리고 몇 년 안에 '록 음악'이라는 키워드로 대중음악의 모든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냉전과 쿠바 위기,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등 정치・사회적인 격변기 속에서 젊은이들의 하위문화와 결합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영웅의 자리를 차지한 존재가 바로 비틀스였다. 이 천재 집단 덕에 록은 더욱 풍성해졌으며 숱한 서브 장르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버디 홀리, 보 디들리 등 50년대의 로큰롤, 로버트 존슨을 시작으로 머디 워터스, 하울링 울프, 존 리 후커 등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 온 블루스, 레이 찰스와 샘 쿡, 제임스 브라운, 모타운과 스택스 레이블의 R&B/소울 음악은 60년대에 록을 연주한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양분과도 같았다. 이들은 새로움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선배들이 일군 기름진 토양에 온갖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노래하는 리더와 뒤에서 연주하는 세션으로 이루어져 있던 앙상블의 형태는 보다 견고한 '밴드'로 진화했다.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파워 트리오'로 불리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3인조 편성이었다. 4인조의 경우 리듬 기타 또는 키보드(오르간) 연주자가 더해졌고 이는 가장 보편적인 록 밴드 형태로 자리한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서핑 문화 속에서 꽃을 피운 60년대 초반의 서프 록이나 비틀스 이후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사라졌던 숱한 개러지 록 밴드들처럼 초기 록 음악 신을 수놓았던 '확장된 로큰롤 음악'은 포크 록・사이키델릭의 등장과 더불어 확고한 진화를 이루었다. 비틀스가 50년대의 로큰롤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 탁월한 작곡 역량으로 끊임없는 히트곡을 만들어 내고 롤링 스톤스가 블루스와 R&B를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펼치기 시작하자 록 음악은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았다. 밥 딜런과 버즈 등의 포크 록, 존 메이욜과 에릭 클랩턴, 피터 그린 등의 블루스 록, 비틀스와 도노반, 도어스, 제퍼슨 에어플레인, 그레이트풀 데드, 지미 헨드릭스 등의 사이키델릭 록, 트래픽과 콜로세움, 소프트 머신, 캐러밴 등의 재즈 록, 그리고 무디 블루스와 프로콜 하럼, 킹 크림슨 등의 프로그레시브 록 등 60년대 중후반의 새로운 조류는 록의 급속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사이키델릭의 유행과 함께 피드백이나 와와 페달, 퍼즈박스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기타 이펙트가 적극적으로 쓰이고 테이프 루프, 더블 트래킹, 리버브 등 혁신적 스튜디오 작업이 이루어지고 무그 신시사이저와 멜로트론을 비롯한 여러 키보드와 효과음이 활용되며 록 음악은 불과 3~4년 만에 성숙한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거기에 재즈에서 영향을 받은 즉흥 연주와 비트 세대 작가들의 영향 혹은 철학적 고뇌의 결과물인 초현실적이고 내면적인 가사 등은 록의 영역을 무한히 넓혀 주었다. 60년대에 록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시대적 조류에 의해 진보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치관의 변화와 음향 기술의 혁신적 발전,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망이 자리한다. 광활한 처녀지와도 같았던 1960년대의 록 음악 신은 이후 거대한 나무로 자라고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 온갖 가능성이 뿌리를 내린 시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