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기쁨 그리고 영혼의 소리, Norah Jones의 [Visions]

2002년, 미국에서는 22세의 신인 가수가 [Come Away With Me]라는 데뷔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수는 타이틀곡인 'Don't Know Why'를 비롯해 'Come Away With Me', 'Turn Me On' 등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200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 등을 휩쓸었습니다. 이후 그는 9번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가 되었으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한 사람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이처럼 2000년대 초반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수의 이름은 바로 Norah Jones입니다.

흔히 Norah Jones를 재즈 뮤지션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재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섞어내는 뮤지션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죠. 이러한 Norah Jones의 신선하고도 세련된 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적 정체성은 어릴 때부터 접해온 다양한 음악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Norah Jones의 아버지는 인도의 전통악기인 시타르 연주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Ravi Shankar였으며, 그녀가 태어나고 성장한 미국의 블루스나 팝, 록 음악의 감성도 충분히 흡수했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하고 독특한 빛깔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올해 3월 8일, Norah Jones는 프로듀서 Leon Michels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9번째 솔로 앨범 [Visions]를 발매했습니다. [Visions]에는 자유로움과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합니다. 코로나 시기의 어두운 감정이 은연중에 녹아있던 전작 [Pick Me Up Off The Floor](2020)의 후속편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너무 완벽하려고 할 필요도 없으며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도 말라며 말을 거는 듯합니다. 어깨를 툭 치면서 씩 웃는 Norah Jones의 얼굴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싱글을 통해 선공개된 6번째 트랙 'Running'을 듣는다면 저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앨범의 제목을 'Visions'라고 정한 이유는 깊은 밤이나 잠들기 직전에 음악적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Running'은 반쯤 잠이 들었을 때 떠올라 갑자기 깨어나는 느낌이었죠.'

Norah Jones는 이번 앨범이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 말이 앨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듀서인 Leon Michels와 함께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기계로 재단한듯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미묘한 어긋남에서 오는 영혼의 소리를 찾고자 했다는 의미에 가까운 표현이죠. 이러한 Norah Jones의 말처럼 [Visions]에는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는 따뜻함과 긍정의 힘이 녹아있습니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한 음악가의 원숙함이 느껴지기도 하죠.

앞서 이야기했듯 Norah Jones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아홉 차례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5,200만 장 이상의 실물 앨범을 판매하였습니다. 또한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100억 회 이상 그녀의 노래가 스트리밍되었죠. [Visions]는 이처럼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한 뮤지션의 내면과 성장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오늘날의 Norah Jones를 있게 한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와 이번 새 앨범을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겁니다. 20여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Norah Jones만의 독특한 색채 또한 변함없이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