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을 녹인 이기적인 사랑이야기, 류지수 '사랑해.' 제작 비하인드

비하인드 컷

국악을 녹인 이기적인 사랑이야기, 류지수 '사랑해.' 제작 비하인드

2024.04.08
Special

류지수 '사랑해.' 제작 비하인드

Single

류지수 '사랑해.'

사랑해.

멀리 걸었는데, 아직 네 안이야.

류지수 '사랑해.' 라이너 노트


그새 겨울이 다 지나고, 희미한 봄이 왔다. 겨울은 너무 추워서 지독해 싫다고 말하다 보니 성큼 다가온 류지수의 새 노래.

사랑과 열망에 허덕이는 시간들은 서로를 태우고 봄이 온 줄도 모르게 했다. 류지수의 '사랑해.'는 봄이 없어서 살갗을 파고드는 찬바람 같다. 데뷔 이후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들을 선보이며, 국악과 록, R&B를 함께 풀어나가는 그녀의 세상은 '한'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류지수의 음악은 외롭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솔직한 감정을 토해내는 '한'의 정서다. 그러면서 달래고 다시 사랑하기를, 다시 살아가기를 반복한다.

열망(熱望)을 잊어 가는 게 두렵다면 모두 소각된 상태의 '사랑해.'를 들어야 한다. 소각된 상태가 이리도 처절하고 슬프다면 잊어가는 열망을 다시 살려야겠다 어떻게든 다짐하게 된다. 류지수의 음악 속에서 사랑이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그런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제일 고귀하고 중요하다고 깨닫게 된다. 긴 시간 '어먼 소리', '못볼꺼나', '살아지더라'로 이어진 그녀의 정서는 꽤 많은 계절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한다. 그녀의 음악은 국악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얽힌 많은 정서를 하나로 모은다.

잃어간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류지수는 다른 의미로 숨을 헐떡이고 몸이 떨리듯 노래한다. 명령문의 사랑, '어떻게든 한 번만 다시 사랑해' 그렇게 노래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을 다독인다. '멀리 걸었는데, 아직 네 안이야' 끝나지 않는 순간들 속에 머물러 버린 자신을 책망하며 다시 사랑해 주길 바란다는 안부를 전한다. '난 여직까지 나쁘고 아프니까, 또 뒤로 걷고' 맺힘과 풀림의 대립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고백과 바람은 음악 속에서 반복된다. 그렇게 지치고 힘들었으면서 다시 사랑하기를 바라는 욕심은 허락없이 우리의 기억을 건드린다.

류지수의 음악은 너무도 환상(幻想)이고,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독백과도 같다. 허락 없이 멋대로 쓰인 우리의 심상이다. 누군가 하나둘씩 내려놓은 추억을 멀리 던져 놓으면, 류지수는 다시금 음악으로 '사랑'을 손에 쥐고 세차게 흔들며 걸어온다.

'부탁할게 염치없지만 나를 다시 사랑해'

처절히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든 부디 그녀의 세상으로 들어오길 바란다. 아마 함께 울어줄 것임을.

Interview

with 류지수

Q&A

  • 안녕하세요! 신곡 '사랑해.' 곡 소개 부탁드립니다.

    몇몇 곡에서 퓨전 국악을 시도 했었는데, 그 곡들이 제가 느끼는 현대적인 감성을 잘 못 담는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노래에 어떻게 현대적인 감성을 더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험적인 걸 해봤습니다.

    사운드와 장르 측면에서는 국악과 록, 그리고 R&B, 발라드의 접점을 풀어보자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록 장르를 제일 좋아해요. 하지만 보컬리스트로 생각해보면 R&B 창법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고, 감성적으로는 서정적인 감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서 이런 것들을 사운드적으로 접목을 시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국악과 록이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 건, 한스러운 감정을 토해낸다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요.

Q&A

  • 그런 현대적인 감성을 담기 위해서 시도했던 것들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이번에는 특히 곡을 쓸 때 멜로디적인 부분에서 제 창법을 조금 더 녹여내려고 했습니다. 원래는 조금 더 발라딕하고 비교적 플랫한 멜로디들을 구사했다면, 이번에는 R&B적인 창법이나 라임들을 구사했어요. 제가 잘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을 녹여서 멜로디를 쓰려고 했고, 가사도 현대적인 말투와 좀 더 도전적인 말맛을 섞어보았습니다.

앨범커버를 고를 때 많은 B컷들을 소거해 나가며 단 하나의 A컷을 남기게 된다. 눈을 부릅뜬 컷들도 있었고 아예 감은 이런 컷들도 있었는데, 음원을 들으며 컷들에 집중했을 때 눈을 감은 나의 얼굴은 아마 가사를 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움의 어필이 덜 해보인달까.

Q&A

  • 그리움에 대해 이야길 들어보고 싶어요. 가사를 봤을 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많이 존재하는데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결국 제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엄청 많이 좋아했고, 사랑했다는 감정보다는 후회가 컸습니다.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사가 더 처절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겪은 일들이고 평범하디 평범한 것이지만,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른 거라고 하면 제 것은 그랬네요.

Q&A

  • 제가 이야기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해왔던 사랑들도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지수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공감이 되네요.

    저는 미저리 같다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제가 너무 힘들었고, 우리가 힘들었으니까 다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폭력적으로 다가갔던 이기적인 사랑이었어요. 그래서 이 곡은 돌아와달라는 노래이기보다는 '어차피 안 되는 걸, 불가능인 걸 아니까 그냥 혼자 하는 절규' 같은 노래입니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차라리 더 폭력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번 앨범 커버는 디자이너 김가영이 맡아주었다. 먼저 색을 구심점 삼아 이야기를 펼쳐갔다. 곡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 곡의 색은 빨강이라고 느꼈다. 김가영은 색을 나누고 난 뒤 유리잔에 빨간 물을 받아왔다. 빨간 물. 내가 차마 어디에도 토해내지 못 했던 처절한 그리움을 거기에 담았다고 생각했다.

Q&A

  • '사랑해.' 라는 제목에서 따온 질문입니다. 형식적인 질문일 수도 있지만, 류지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요… 제가 요즘 느끼는 바에 의하면, '안전한 것. 제가 안전하게 느끼는 것'. 저는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안정감에 대한 갈망 같은 게 있었거든요. 설렘보다는 편안하고 안락하고 익숙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번 익숙해지면 장소가 됐든, 물건이 됐든, 사람이 됐든 매우 취약해집니다. 밖에서 위협을 느끼다 안전한 곳에 오면 마음이 진정이 되니까 계속 거기만 가게 돼요. 익숙해지면 그 사람들만 계속 만나고, 먹는 것도 먹는 곳만 가고, 영화 본 것 다시 보는 그런 성향이어서, 이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안정감인 것 같습니다. 위협적인 세상 안에서 안전한 망이 구축되면 그걸 사랑이라고 느끼나 봅니다.

Q&A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그 익숙함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네, 그게 엄청 위협적인 것이지요.

Q&A

  • 그럴 땐 좀 어땠나요? 떨어졌을 때, 위협적일 때는?

    큰일났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저는 일, 그러니까 음악과 사랑, 가족이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저는 연애를 하고 싶은 이유에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게 큰 파이를 차지할 만큼 일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연애를 하면 삶이 음악적으로 변해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상황과 관계 안에서 시너지를 받기에 음악과 사랑은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사람도 음악적인 걸 꿈꾸고 관계도 음악적인 걸 꿈꿔요. 제가 생각하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관계나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것들이 시너지를 만들어내면 그 관계가 저한테는 많이 특별해집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그렇게 어렵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리면 그것에 많이 몰입되는 편입니다. 일까지도 관련이 되어버린, 이만큼 몰입된 상태에서 그게 없어지면 사실은 능률도 떨어지고 생활 전반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고요. 이런 안전망을 또 구축할 수 있을까, 힘들게 찾은 사람인데 별로 없어서, 저한테 딱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많이 없어서 특정한 것에 대한 몰입이 더 세지는 것 같아요.

    그게 없어졌을 때는 그래요. 저에게 공격으로 다가오는 것들에 무방비 하게 노출되고 그 세상으로 안전망없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한 마디로 큰일 났다는 마음입니다. 제 마음도 큰일 났지만 제 실생활도 큰일이 났다고 생각이 들어요.

Q&A

  • 그렇겠네요. 하루 만에 그런 안전망이 사라진 거니까.

    지금 말하면서 정리가 되었는데, 이렇게 생각을 해본 적은 많이 없거든요. 말하다 보니까 나약한 사랑의 바보 같다고 할까요. 의존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독립적인 사람이긴 한데, 사실 늘 해야 할 일을 계속하긴 하거든요. 그걸 그저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근데 뭔가를 진짜로 느끼면서 하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빈 깡통처럼 한다 거나, 계속 그런 궤도 안에서의 반복인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와 앨범커버에 나오는 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정은혁이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어준 의상이다. 곡을 들려주고 설명하며 이 곡을 시각적으로도 더욱 명확하게 표현해줄 단 하나의 아웃핏이 필요했는데, 이보다 더 내 상상을 충족시켜줄 수 있었을까 싶다.

Q&A

  •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컷을 봤어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던데요?

    결국 제가 음반에 대한 총괄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간섭을 합니다. 다른 이에게 그냥 맡기지는 않거든요. 콘티도 같이 수정을 한다거나, 스튜디오도 제가 잡고 스타일도 함께 상의해서 제작에 관여를 합니다.

    음향적인 과정도 그렇고, 녹음을 하는 과정과 편곡도 같이 하고.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제 뇌를 거치고 손을 거치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다 써야 하는데, 사실 이건 같이 해주는 동료들이 제가 그렇게 하기를 허락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거든요.

    이 인터뷰를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늘 제 마음대로 해서 미안하고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그럼에도 늘 영광스럽고 많이 고마운데 아직 표현이 그만큼 못 따라준다고요.

현장은 나를 배려와 책임으로 둘러싸주는 이들에 의해 곡과는 다른 따듯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연기를 하는 것이 현장에서의 나의 임무이고, 그들은 모두 나의 서툰 임무의 성공을 위해 웃어주고 있었다.

Q&A

  •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듣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런 질문이 늘 조금 어려운데, 그냥 있는 대로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음악이 있고 다양한 음악이 세상에 있구나 하고요. 음악을 들을 때 그저 감각으로만 듣는 경험을 모두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느낌이고 감정이고, 예술은 다 느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마인드로 제 음악을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MV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나보다도 방디라는 댄서였다. 애초에 나 자신보다 댄서의 움직임이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고, 평소에도 나의 곡으로 안무를 만들어내주던 방디는 영광스럽게도 거대한 존재로의 주인공이 되어 주었다. (무엇보다 나보다 더 예쁜 얼굴은 좋든 싫든, 위협적이기는 했지만 그거마저 고마웠다.)

Official MV

류지수 '사랑해.'

MV는 재작년 발매곡인 '못볼꺼나' MV를 함께 해준 THINKING 프로덕션이 맡아주었다. THINKING 프로덕션의 연출감독인 박지수는 아티스트의 표현에 늘 우선권을 주며, 동시에 자신의 공간을 구축한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역시 나의 주체적인 욕심을 넘치지 않게 그 공간에 담아주었다. 늘 생각건대, 존중과 확신 사이에서 침착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라도 미더웠다.

Video

류지수 '사랑해.' MV 제작기

언제나 앵글 안에 피사체로 담기는 것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아니, 나에게는 그보다 더한 어려움이다. 이번에 내가 주고 싶었던 '느낌'은, 현실과의 뚜렷한 벽이 있고 그것을 사이에 두고 표현해내고 싶은 것이었다. 현실을 넘어서는 초현실적인 극적인 감정이 내가 노래하고자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박지수 연출감독은 렌즈에 스타킹을 씌우고, 우리 모두는 연기를 마셔가며 그 감정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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