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빼놓고는 '레트로'를 논할 수 없다. 서촌블루스

서울 도심의 한복판, 경복궁역에서 얼마 안 가 위치한 건물의 2층에 들어가는 순간 이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듭니다. 빽빽하게 나열된 LP판들과 은은한 조명은 음악을 느끼기에 최고의 환경입니다. 바로 서촌블루스의 이야기입니다. LP바와 서촌만이 가지고 있는 "옛날" 감성과 "요즘" 사람들의 조화. 그 조화를 직접 경험하고 보기 위해 멜론기자단이 직접 서촌블루스로 향했습니다.

글 & 사진 | 멜론기자단 10기 이동현, 허보희

서촌블루스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의 한적한 바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서촌블루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과 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바(Bar) 자리에는 온전히 그 분위기만을 느끼기 위해 혼자 오신 손님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테이블에는 주로 같이 온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술과 음악을 함께 했습니다. 손님들이 어떤 방식으로 분위기를 즐기든, 서촌블루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손님들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원하는 신청 곡을 받고, 다양한 노래를 다루는 LP바인만큼 서촌블루스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는데요. 퇴근하는 길에 들른 직장인들부터 학생, 그리고 노후를 즐기시는 분들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바로 서촌블루스가 갖고 있는 특색입니다.

다양한 LP판의 종류만큼, 즐길 수 있는 주류 역시 다양했는데요. 특히 냉장고 안의 각양각색의 맥주 종류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늘따라 듣고 싶은 음악, 오늘따라 마시고 싶은 맥주만 있다면 서촌블루스를 갈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맥주와 함께 즐길 안줏거리 역시 빠질 순 없겠죠. 특별한 요리는 없습니다. 마른안주 위주로 구성된 서촌블루스의 안주 메뉴들은 술과 음악 본연의 맛을 즐기게 해줍니다. 옛날 감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서촌블루스는 화려한 플레이팅이 아닌 심플한 안주로 그 분위기를 잃지 않습니다. 어려운 요리가 아닌 쥐포, 견과류와 같이 익숙한 안주들은 왠지 모를 정겨움마저 풍깁니다.

사장님은 "세상의 모든 음악"을 트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기자단에게 슬며시 건넨 오래되어 보이는 신청곡 쪽지들. 저희 멜론 기자단도 몇 곡 신청해보았는데요. 신청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다른 테이블에서 "와~ 이 노래!" 하는 탄성이 들리자 괜히 뿌듯해지는 이 기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서촌블루스만의 교감 방법입니다.

모든 노래를 틀어주시지만 수많은 LP가 증명하듯이 아무래도 LP바의 맛은 옛날 노래를 듣는 것이겠죠? 가시도 모르고 대충 따라 부르던 옛날 팝송과 국내 80년대를 주름잡던 가수들의 히트곡들이 작은 가게를 가득 메웠습니다. 특히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순간은 Gipsy King의 'Volare (Nel Blu Dipinto Di Blu)'가 흘러나올 때 30대로 보이는 남자와 다른 테이블의 50대 남자가 서로 노래를 열창하며 춤을 춘 것인데요. 이곳에서 그들은 어떤 나이로도 이름으로도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홍대, 이태원, 상수에는 수많은 LP바, LP카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레트로를 즐기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서촌블루스"를 추천합니다. 그 시대의 감성을 추억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과 그 감성 자체가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 야간개장이 한창인 경복궁을 거닐다가 서촌블루스에서 좋은 음악과 맥주 한잔하고 가세요.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7-1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2분)

영업시간
매일 15:00 - 02:00, 일요일 휴무

연락처
070-8878-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