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녹색이념
- 김태균 (TAKEWON)
- 앨범 평점 4.5/ 2626명
- 발매일 : 2016.12.31
- 발매사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GRDL
한 예술가의 믿음, 과거와 현재, 경험과 청사진을 관통하는 작품
누군가는 이 앨범을 2010년대 이후 한국 힙합 3대 명반일 것이라고 하며 손꼽아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과연 이 앨범이 세상 밖으로 존재할지' 궁금해한다. 몇 년 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앨범, [녹색이념]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밀도 높은 서사와 그의 몰입도를 뒷받침하는 랩, 오직 이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채는 그간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개인으로서, 또 예술가로서 얼마나 고민하고 또 그걸 착실하게 작품에 담아냈는지에 대한 증명 그 자체다.
많은 사람이 이미 '녹색이념'이라는 단어 자체에 익숙해진 탓에 이제는 [녹색이념]이라는 제목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아마 'Green Ideology'라고 불릴 때부터 들어온 탓에 많은 사람이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념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쓰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념은 어떠한 원형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이상적인 무엇이다. 순수한 이성으로 얻어내는 가장 최고 단계의 존재이며, 물론 그러한 단어의 무게를 인식하지 않고 가볍게 쓸 수도 있지만, 이는 결코 쉬운 논의는 아니다. 여기에 녹색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재 사회에 들어서면서 두 가지 대표적인 상징성이 드러났다. 하나는 오랜 시간 가져온 자연이라는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힙합 문화에서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는 돈에 관한 비유다. 녹색은 이처럼 극단적인 두 가지 의미를 지니지만, '녹색이념'이 상징하는 바는 그사이의 모든 스펙트럼에 해당한다. 덕분에 [녹색이념]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얻는다. 그것은 제목 아래 담긴 15곡이 직접 증명한다.
앨범은 김태균이라는 음악가가 4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순수 한글 가사로만 만든 앨범이다. 그 사이에 지난해 그랜드라인쇼에서는 "입장"을 공개했고, 이어 "이제는 떳떳하다"를 공개했다. 두 곡은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입장"은 김태균이 겪은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이제는 떳떳하다"는 말 그대로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들려준다. 평범한 삶, 동시에 그것에 적응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붉은 융단"이 두 곡 앞에 있다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담은 "보여줄 때"를 지나 쇼미더머니 전후로 자신의 시간을 적어 내려간 "돈"이 그 이후에 등장한다.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풀어낸 곡이 많다. 특히 앞서 말한 "입장", "돈"을 비롯해 "침대", "책상"까지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는 묘사도, 비유도 없다. 대신 김태균이라는 사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듣는 이마저 뼈아프게 만드는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다. 여기에 "대마초", "막다른 길", "겨울잠" 등 나머지 트랙들도 한국 사회가 가진 현실을 이야기하며 그야말로 속세의 모습을 노출한다. 여기에는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그의 인식, 한 가지 의미로서의 '녹색이념'이 담겨 있다.
여기에 그가 인용한 디모데전서 6장의 내용이나("섬광"), 야고보서 1장의 내용은("잔상") 그가 가진 종교적 관점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현실적이고 어두운 그의 가사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내용은 구원의 메시지를 주는, 성스러운 글귀이기에 더욱 큰 대비 효과를 이루며 의미를 지닌다. 종교의 교리, 동시에 속세를 사는 사람의 자세를 교차하며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앨범은 '녹색이념'의 두 가지 의미를 한꺼번에 나타낸다. 앨범에 담긴 수록곡은 두 가지 지점 사이에 놓인 스펙트럼 안에서 움직이는 김태균이라는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테이크원은 이러한 내용을 여타 다른 사회 비판적인 래퍼의 입장과는 달리 세상의 문제점을 '나'의 입장과 위치에서 서술한다. 현실의 그 무엇도 돈과 떼여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고민하고 저항한다. 그의 목소리와 랩에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현실에 익숙해진 채로 사는 것이 아니라, 악몽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친다. 그 과정을 담는 도구는 전적으로 그의 가사와 목소리다. 테이크원 특유의 정확한 발음과 뚜렷한 강세, 힘 있는 전개는 이야기가 가진 설득력에 힘을 싣는다.
[녹색이념]은 김태균이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제작한 음반이다. 동시에 김태균의 완벽한 통제 하에 만들어진 음반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개인의 의도와 감상 지점, 작품의 흐름과 담으려는 내용까지 치밀하게 구성하였기에, 앨범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제공한다. 단순히 몇 번 듣고 넘길 작품은 아니다. [녹색이념]은 개인에게 다분히 많은 것을 던져주는 가운데 조용히 음미하면 더욱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릴 보이, 루이, 어글리덕, 크루셜스타, 체스카, 더블 케이, 엠씨 스나이퍼, 엠씨 메타, 나찰, 로꼬, 엘로, 스텔라 장, 자메즈, 그레이, 비다 로까, 브라더수, 듀플렉스 쥐, 제이 키드먼 등 뛰어난 음악가가 대거 참여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 유일한 주인공은 김태균이라는 음악가다. 그는 앨범 자체가 곧 김태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과 긴밀한 프로덕션을 선보였고, 그 결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다. 연말을 지나 연초를 맞이하는 시점에 발매된 [녹색이념]은 김태균의 팬들에게, 그리고 한국 힙합 팬들에게 큰 선물이자 동시에 큰 화두가 될 것이라 확신하다.
누군가는 이 앨범을 2010년대 이후 한국 힙합 3대 명반일 것이라고 하며 손꼽아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과연 이 앨범이 세상 밖으로 존재할지' 궁금해한다. 몇 년 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앨범, [녹색이념]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밀도 높은 서사와 그의 몰입도를 뒷받침하는 랩, 오직 이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채는 그간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개인으로서, 또 예술가로서 얼마나 고민하고 또 그걸 착실하게 작품에 담아냈는지에 대한 증명 그 자체다.
많은 사람이 이미 '녹색이념'이라는 단어 자체에 익숙해진 탓에 이제는 [녹색이념]이라는 제목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아마 'Green Ideology'라고 불릴 때부터 들어온 탓에 많은 사람이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념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쓰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념은 어떠한 원형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이상적인 무엇이다. 순수한 이성으로 얻어내는 가장 최고 단계의 존재이며, 물론 그러한 단어의 무게를 인식하지 않고 가볍게 쓸 수도 있지만, 이는 결코 쉬운 논의는 아니다. 여기에 녹색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재 사회에 들어서면서 두 가지 대표적인 상징성이 드러났다. 하나는 오랜 시간 가져온 자연이라는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힙합 문화에서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는 돈에 관한 비유다. 녹색은 이처럼 극단적인 두 가지 의미를 지니지만, '녹색이념'이 상징하는 바는 그사이의 모든 스펙트럼에 해당한다. 덕분에 [녹색이념]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얻는다. 그것은 제목 아래 담긴 15곡이 직접 증명한다.
앨범은 김태균이라는 음악가가 4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순수 한글 가사로만 만든 앨범이다. 그 사이에 지난해 그랜드라인쇼에서는 "입장"을 공개했고, 이어 "이제는 떳떳하다"를 공개했다. 두 곡은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입장"은 김태균이 겪은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이제는 떳떳하다"는 말 그대로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들려준다. 평범한 삶, 동시에 그것에 적응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붉은 융단"이 두 곡 앞에 있다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담은 "보여줄 때"를 지나 쇼미더머니 전후로 자신의 시간을 적어 내려간 "돈"이 그 이후에 등장한다.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풀어낸 곡이 많다. 특히 앞서 말한 "입장", "돈"을 비롯해 "침대", "책상"까지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는 묘사도, 비유도 없다. 대신 김태균이라는 사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듣는 이마저 뼈아프게 만드는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다. 여기에 "대마초", "막다른 길", "겨울잠" 등 나머지 트랙들도 한국 사회가 가진 현실을 이야기하며 그야말로 속세의 모습을 노출한다. 여기에는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그의 인식, 한 가지 의미로서의 '녹색이념'이 담겨 있다.
여기에 그가 인용한 디모데전서 6장의 내용이나("섬광"), 야고보서 1장의 내용은("잔상") 그가 가진 종교적 관점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현실적이고 어두운 그의 가사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내용은 구원의 메시지를 주는, 성스러운 글귀이기에 더욱 큰 대비 효과를 이루며 의미를 지닌다. 종교의 교리, 동시에 속세를 사는 사람의 자세를 교차하며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앨범은 '녹색이념'의 두 가지 의미를 한꺼번에 나타낸다. 앨범에 담긴 수록곡은 두 가지 지점 사이에 놓인 스펙트럼 안에서 움직이는 김태균이라는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테이크원은 이러한 내용을 여타 다른 사회 비판적인 래퍼의 입장과는 달리 세상의 문제점을 '나'의 입장과 위치에서 서술한다. 현실의 그 무엇도 돈과 떼여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고민하고 저항한다. 그의 목소리와 랩에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현실에 익숙해진 채로 사는 것이 아니라, 악몽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친다. 그 과정을 담는 도구는 전적으로 그의 가사와 목소리다. 테이크원 특유의 정확한 발음과 뚜렷한 강세, 힘 있는 전개는 이야기가 가진 설득력에 힘을 싣는다.
[녹색이념]은 김태균이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제작한 음반이다. 동시에 김태균의 완벽한 통제 하에 만들어진 음반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개인의 의도와 감상 지점, 작품의 흐름과 담으려는 내용까지 치밀하게 구성하였기에, 앨범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제공한다. 단순히 몇 번 듣고 넘길 작품은 아니다. [녹색이념]은 개인에게 다분히 많은 것을 던져주는 가운데 조용히 음미하면 더욱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릴 보이, 루이, 어글리덕, 크루셜스타, 체스카, 더블 케이, 엠씨 스나이퍼, 엠씨 메타, 나찰, 로꼬, 엘로, 스텔라 장, 자메즈, 그레이, 비다 로까, 브라더수, 듀플렉스 쥐, 제이 키드먼 등 뛰어난 음악가가 대거 참여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 유일한 주인공은 김태균이라는 음악가다. 그는 앨범 자체가 곧 김태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과 긴밀한 프로덕션을 선보였고, 그 결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다. 연말을 지나 연초를 맞이하는 시점에 발매된 [녹색이념]은 김태균의 팬들에게, 그리고 한국 힙합 팬들에게 큰 선물이자 동시에 큰 화두가 될 것이라 확신하다.
블럭(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