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온스테이지 329번째 해오 (HEO)
- 해오
- 앨범 평점 4/ 8명
- 발매일 : 2017.03.14
- 발매사 : (주)디지탈레코드
- 기획사 : 네이버문화재단
ONSTAGE. 빛나는 사운드의 구조
1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는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창 팀 '스윗소로우'였다. '메이트'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정준일'의 이름도 은상 수상자로 찾을 수 있다.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등을 시작으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지금까지 수많은 음악가들을 배출해왔다. `이 사람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었어?` 놀랄 만큼 폭도 넓고 안 알려진 경우도 많다. 여기에 '해오(허준혁)'의 이름도 올려본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는 이미지와 1집에서 들려줬던 말쑥한 팝(가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가 만들어낸 음악들이 한결같이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가 들려줘 온 음악에 비하면 너무 늦게 소개한 감이 있다. 지금 가장 훌륭한 드림 팝·일렉트로닉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해오다.
2009년에 발표한 첫 앨범 [Lightgoldenrodyellow]에는 `푸른 밤의 시티팝`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시티팝이란 이름 그대로였다. 넓게는 AOR의 영역에 들어갈 말쑥한 (도시의) 팝 음악이 앨범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좋은 음악이 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진 않는 것처럼 앨범은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해오'의 첫 앨범은 그렇게 적은 수의 사람들이 아껴 듣는 음반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 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혹시 음악을 그만둔 게 아닐까 우려할 만큼 긴 시간이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해오'란 이름 빼고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두 번째 앨범 [Structure](2014) 보도자료에는 `다소 충격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AOR 사운드 위에 80년대적 낭만을 노래했던 데뷔 앨범, 그리고 드림 팝과 포스트 록의 느낌이 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일관한 이번 앨범의 차이는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Lightgoldenrodyellow]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정말 충격적일 변화였다. 팝을 노래하던 '해오'는 어느새 드림 팝과 일렉트로닉, 포스트 록을 더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더 충격적인 건 음악 그 자체였다. 5년의 세월 동안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소리를 연구했을지 짐작이 될 만한 사운드의 구조(structure)가 앨범에 담겨 있었다. 놀랍고 성공적인 변신이었다.
작년 연말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Actress]에서도 소리의 구조는 여전히 웅장하고 탄탄하다. 일렉트로닉과 록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여기에 첫 앨범에서 들려줬던 여전한 팝적 감성과 멜로디를 더한다. [Structure]에서부터 노래한 보컬 김보영은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큰 동작 없이 공연하곤 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은 영상으로 보여주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번 온스테이지 영상에서는 화려한 조명과 미러볼로 빈 공간을 채웠다. [Actress]의 첫 곡이자 영상의 시작인 "The World Is Calm Again"에서 마치 쏟아지는 별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그렇고, "Pyre"의 배경으로 눈부실 만큼 펼쳐지는 조명이 그렇다. 이 모두는 '해오'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우주적이고 광활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배경에서 들리는 '해오'의 음악은 여전히 체계적이고 빛난다. 제2의 '유재하'를 꿈꾸며 노래하던 청년은 이제 전자음 속에서 전기 기타를 치고 노브를 만진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 이렇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