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Project21AND 4th Album 2016
Project21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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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17.06.21
  • 발매사 : 사운드펍
  • 기획사 : Secretly Canadian

project 21AND
네 번째 이야기: ANatomy of Dynamics(Text:손민정)

 
제4회 프로젝트21앤드에서 연주되는 작품에서는 숨소리, 바람소리, 움직임, 변화, 그리고 머무름이 표현되며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살아 있음’이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주제어를 ‘움직임의 해부’라고 붙인다.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인다 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움직임이 되었건, 정신적인 움직임이 되었건 인간은 지속적으로 움직임을 행한다. 특히 현대 음악에 있어서의 움직임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다른 말로 '자기 형성의 자유'라 한다. 니체의 생각을 빌어보자. 인간은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험적인 행 위를 통해서 잠재적인 욕구나 충동을 현실화시킨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규범의 틀 속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자유와는 다 르다. 내면에서 스스로 형성해 나가는 자유를 의미한다. 관습적인 음악 어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고자 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움직임은 자신을 찾고 만들어 나가려는 자유의 꿈틀거림인 것이다. 그렇다고 프로젝트21앤드의 음악작품들이 작곡가만의 이기적인 욕구나 충동의 발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주되어지는 여섯 곡 모두 앙상블인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폐쇄적인 자기 성찰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 간의 의사소통을 통 한 해결, 즉 담론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한 연주자의 행동이 의미 있게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다른 연주자들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대음악 공연에서 도달하게 되는 합의점은 바로 작곡가와 연주가의, 연주가들 간의, 연주가와 청중과의 의사소통을 통한 합리성일 것이다. 관습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내면의 세상을 표현하고픈 작곡가 개인의 이상, 정형화된 몸의 억압으로부 터 벗어나고픈 연주가들의 충동, 현실적 한계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청중의 욕구가 모이는 지점이다. 이들 중 그 누구도 강요당하지 않는, 진정한 합리성이 만들어지는 곳이리라 기대한다.

이번 작품을 세 가지의 움직임으로 보자. 첫 번째 움직임은 작곡가 자신의 '정지'를 향한 움직임이다. 변질되지 않으려는 '정지'를 말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실험을 감행한다. '김승림'의 작품에서는 '소프라노 악기들의 하모니'를 시도한다. 사용되는 네 악기 모두 고음역 악기이다. 베이스가 없는 순수 소프라노 악기만으로 음악을 풀어나간다는 것은 모험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는 '하모니'적인 앙상블이다. 현대음악은 각 악기의 고유성이 강조되는 폴리포닉한 성격이 다분한 것 에 비해, 이번 작품에서는 서로 다른 악기들의 조화로움을 추구하였다고 한다. 보편성에 대한 반발로 출발된 다양성에서 또 다시 보편성을 찾고자 하였는지도 모른다. '김정훈'의 작품에서도 '정지'를 느낄 수 있다. 촘촘히 짜여진 작은 에피소드들을 제시함으로써 정신적인 것에 대한 가치 를 지속적으로 갖고자 하는 작곡가 내면의 관성을 보여준다. 관성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작곡가 자신이 말했듯이, 사유적인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를, 어쩌면 유아적 발상일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분출되는 파토스와 흡사해서 고통 임과 동시에 쾌락이기도 하다. 두 번째 움직임은 시각적인 움직임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박명훈'은 말 그대로 움직임의 형상을 소리화 했다. 그러나 이 때, 움직임은 결코 관습적이거나 자연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기괴하리만큼 이상하고 낯선 움직임과 표정이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새로운 리듬과 음색의 탐색이다. 얌전하도록 훈련되어진 우리의 움직임이 불편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불편함만 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자연적인 충동이나 욕구는 충족될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가 하면, '박준영'은 움직임의 원천으로 돌아갔다. ‘숨’이다. 우스갯소리로, 운동하지 않을 때를 숨쉬기 운동이라 한 다. 어쩌면 생명의 가장 큰 운동은 숨쉬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규칙적인 숨소리를 최 대한 다르게 표현한다. 숨을 생명의 본원임과 동시에 중독되어진 감옥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다. 삶에 있어, 없어 서는 안 될 숨을 해방되어야 하는 구속으로 보았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소리의 움직임에 관한 작품이다. 이들의 발상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치에 관한 연구에서 비롯된다. 이윤석 은 소리 중 특히 바람 소리에 주목한다. 플루트를 갖고서 가능할 수 있는 모든 바람 소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전통적으로 올바른 자세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훈련되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왜곡된 소리를 위하여 자세를 해방시키 는 것이다. '임종우'의 경우는 음을 구축하는 체계를 연구했다. 기존의 화성체제가 아닌 새로운 음조직 체제를 통해서 새로운 소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속 소리를 가지고 분석하여 새로운 화성을 구축하려 했다고 한다. 매우 불규칙적이고 비정형화된 쇳소리에서 규칙을 찾고자 한다. 가장 낯선 경험에서 보편적인 체제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자유와 합의의 교차점을 찾고자 함일 것이다.
Text : 손 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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