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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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 Parts 1-3 (Explicit Ver.)
- Belle & Sebastian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18.02.16
- 발매사 : Beggars Group Digital Ltd.
- 기획사 : Matador
글래스고의 보물,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원점으로 회귀한 3부작 EP 연작 프로젝트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
1996년 데뷔하여 어느덧 10번째 정규 앨범을 내놓게 된 벨 엔 '세바스찬'의 멤버들은 이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양육할 나이를 맞이하게 됐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들의 시작과 함께해온 첫 번째 세대 팬들과의 관계도 중요했고 그 세대가 낳은 아이들 또한 함께 공감할만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했다. 밴드는 신작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에서 셀프 프로듀스라는 원점회귀의 제작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이는 최근의 작업 방식과는 달랐는데 주로 집에서 친구들과 곡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2017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각각 5곡을 수록한 3장의 12인치 EP를 내놓았는데 과거 훌륭한 EP 시리즈들을 내놓고 그것의 모음집을 발매했던 방식과 기묘하게 맞물려 있는 형태라 하겠다. 그리고 그 세 장의 EP들을 한 장의 정규앨범으로 합본해 놓은 것이 바로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다.
앨범 커버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사진은 런던 북부 벨사이즈 파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팬들을 초대해 '스튜어트 머독'이 직접 촬영한 것들을 사용한 것이다. 항상 팬들과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해내려 하는 '벨 앤 세바스찬'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은 공연에서도 종종 팬들을 무대 위에 올려내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오기도 했다-이는 한국 공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EP의 주요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We Were Beautiful"의 비디오가 제일 먼저 공개됐다. 빠른 비트 사이 '스튜어트 머독' 또한 빠르게 가사를 읊조리는데 이는 마치 '닐 테넌트(Neil Tennant)'의 발성과도 겹쳐진다. '스튜어트 머독'이 자동차에 앉아, 그리고 교실에서 밴드가 노래하는 와중 다양한 인간군상이 비디오에 스쳐 지나간다.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벨 앤 세바스찬' 특유의 혼 섹션이 더해지면서 곡은 날개를 단다.
다음에 공개된 "I'll be Your Pilot"은 '스튜어트 머독'의 아들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첫 아이를 갖는 것은 큰 이벤트였고 자신의 아들에게 느낀 많은 것들을 곡에 넣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마치 [어린 왕자] 속의 비행사가 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면서 노래를 설명하기도 했다. "We Were Beautiful"의 비디오와 마찬가지로 흑백 화면에 다양한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청량한 관악기가 고전적인 형태로 이 아름다운 팝송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벨 엔 세바스찬' 초기에 비하면 지금 이들의 인생은 비교적 쉬운 것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아직도 인간 사이의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밴드 초기의 독특한 세계관보다는 좀 더 성숙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멜로디 감각은 여전히 우수한 편이다. 누군가는 이번 EP 연작시리즈를 두고 1997년도에 이들이 내놓은 3부작 EP들인 [Dog on Wheels], [Lazy Line Painter Jane], [3.. 6.. 9 Seconds of Light]과 필적하는 새로운 명작이라 칭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단편소설 분량에 최적화된 소재의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EP를 통해 이들이 보여주는 규모와 세계관 같은 것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 같다.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과 연결되는 댄서블한 방향이 감지되며, 고전적인 톤과 흐름 또한 그대로 고수해내고 있다. 때문에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는 오래된 팬들을 만족 시켜내는 동시에 새로운 역사로 이어지는 멋진 작품이다. 유쾌한 기쁨과 멜랑꼴리를 동거시킨 악곡으로 시대를 넘어 사랑 받아온 그들다운 작품이 하나 더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