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수진
앱에서 듣기
  • 앨범 평점 3.5/ 24명
  • 발매일 : 2018.05.10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WIT
'수진' [봄]
 
재작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왜냐하면, 딜런은 문학가가 아니라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딜런이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서 보여주었던, “문학적”인 가사들은,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과 ‘순수한 자기표현’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많은 예술가와 감상자에게 커다란 지표가 되어 주었고, 노벨상은 우리가 바라보던 그 지표가 옳았다는 사실을 확인을 해주는 그런 순간이었다.
 
사실 딜런은 그의 삶 속에서 줄곧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합리한 사회를 향한 저항을 노래하던 포크 음악이,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적으로는 통기타 하나만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던 1965년에, 딜런은 로큰롤 밴드와 함께 일렉기타를 메고, “Like a Rolling Stone”을 발표했다. 당시, 그의 음악은 포크의 순수성을 배반했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의 포크는 음악적인 도전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진 세상이 되었다.
 
딜런과 같은 선구자들 덕분에 21세기 포크 음악은 날개를 달고,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음악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장르가 되었다. Joni Mitchell이 그랬고, Paul Simon이 그랬으며, Bon Iver도 그렇고, Feist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포크씬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의 영역을 탈출하는 문학적인 도전의 가사들은 많은 아티스트들이 시도하고 있지만, 같은 생각을 음악에 적용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열심히 생각해보면 얼마 전 앨범을 낸 “방백”(방준석/백현진의 프로젝트) 정도가 다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수진의 데뷔 싱글 [봄]은 의미가 있게 느껴진다. 분명, 짙은 한국적 포크의 색깔을 가진 멜로디인데, 그 멜로디에 입혀진 옷은 ‘해체된 보사노바’ (Broken Bossa-nova)이다. 감정이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하게 연주되는 피아노의 리듬에, 베이스 (박관우)와 드럼 (한인집) 두 연주자는 시원하게 노래와 피아노 (서인혜)를 끌고 가지는 않지만, 따뜻한 사운드로 적당히 동의해주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또, 마지막 부분 후주에서, “그댈 보면”이라는 가사 이후로 벌어지는 네 명의 음악적 대화는 즉흥 연주의 우연성과 인터-플레이가 극대화되어, 가요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싱어송라이터 수진은 멀티 아티스트이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를 하고, 영상도 스스로 제작한다. 이번 뮤직비디오도 스스로 그리고 촬영한 작품이다. 언뜻, 그런 모습에 Joni Mitchell이 떠오르기도 하고, 음악적 즉흥성에 Norma Winstone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분명 수진이 만들어내는 작품에는 다른 아티스트에 비교하기 어려운, 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이 있다.
 
어쩌면, 수진의 데뷔 싱글 [봄]은,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과하게 도전하는 음악 일 수 있다. “좀 더 안전한 트랙으로 데뷔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하는 것이 선배로서 그녀에게 해야 할 말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스스로 본인이 앞으로 해 나갈 음악적 도전에 배수의 진을 치고 첫발을 디뎌 내는 그녀를 더 응원해주고 싶다.
 
- 기타리스트 / 프로듀서 오정수
 
[Credits]
작사 김수진
작곡 김수진
Producer 오정수 a.k.a 욘
Vocal 김수진
Piano 서인혜
Bass 박관우
Drums 한인집
Recorded, Mixed and Mastered by 이상준 at BEE Studio
Artwork 김수진
Music Video 김수진
앨범 전체 앱에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