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he 5th Album of project21AND 2017
Project21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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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18.06.26
  • 발매사 : 사운드펍
  • 기획사 : project21AND
project21AND 다섯번째 이야기: sustAiNable Domain
 
project21AND에서 기대되어지는 것 중 으뜸은 ‘새로움’이다. 위촉이라는 제도를 통해 작품을 ‘선택’하며, 이 선택의 중심에는 ‘작가 정신’이 있다. 아방가르드적인 음악은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작가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project21AND의 제5회 연주회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있다. 신인 작곡가로의 확장이다. 공모를 통해 위촉 했으며, 공모 과정 역시 색달랐다. 하나의 작품을 기준으로 선정하지 않고, 여러 작품들을 통하여 ‘음악’을 선정하려 하였다. 작품과 음악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project21AND가 시도했던 것 중 ‘정점’을 찍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무엇’에 대한 시도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에 대한 시도라 하겠다. 무슨 음악을 공연에 올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한걸음 나아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선정할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이 시점에, 우리는 project21AND가 왜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태’(ecology)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최근 우리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담론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급속히 파괴되어가는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1987년 유네스코의 브룬틀랜드(Brundtland) 보고서가 발표되었고, 그 때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고서도 현재의 요구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라 정의되어졌다. 반성이 부재되었던 ‘발전’이라는 굴레에 조건을 달아야 함을 인식한 것이다. 더 이상 생태계를 자본주의의 논리에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후, 생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경제, 사회, 문화로 확대되었고 이제 생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미학’(aesthetics)의 중요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서는 예술과 예술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생명체의 공생, 공평한 분배, 정의로운 사회에 덧붙여 가치 있는 의식이 요구되어졌다. 자본의 논리에 뒤처진 음악은 도태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기에서 얻을 수 있겠다. 자본의 힘에 의해 예술문화의 운명이 결정되어지는 현재란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파괴된 예술생태라 할 수 있다.   
 
project21AND가 신인 작곡가의 음악을 공모했던 것은 바로 아방가르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물론 이들은 의식적으로 ‘생태학적’인 공모를 계획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태계의 속성은 의식적으로 만들어지기 힘들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적인 속성은 ‘생산성’과 ‘다양성’이다. 지구의 생태계를 생각해 보자. 지구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으며 이들은 균형을 이루면서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생산한다. 다양한 ‘종’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생산성을 잃은 현재만이 부유하게 된다. 음악의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project21AND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생산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신인 작곡가의 음악 공모는 이를 위한 자연스러운 행보였었다고 생각된다. 아방가르드에 대한 철학이 공유되어진 위원들로 심사위원이 구성되었으며 그들은 공모 작품들의 순위를 매기려 하지 않았다. ‘가능성’에 대한 타진으로 심사를 행하였다. 이 때, 심사기준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아방가르드에 대한 ‘진지함’이었으며 그 진지함은 곧 ‘작가정신’이라 하겠다. 이번 제5회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은 다섯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그 중 두 명이 신인 작곡가의 작품이다. 박정은과 이은지가 그들이다.
 
project21AND의 생태학적인 생산성은 김승림과 이은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작품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이 두 사람은 모두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를 사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은 이구동성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를 가져다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승림에 따르면 “한국 전통음악을 고려하지 않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 하며, 이은지에 따르면 “무속음악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담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한국인 작곡가이기 때문에 한국적 요소를 담아야 한다는 ‘의무’를 불편해 했다. 이들의 태도는 project21AND의 생태학적 생산성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음악생태학의 최근 학문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초창기 음악생태학의 관점에서는 전통의 보존이나 정통성 확립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수년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진 전통의 음악이 생태학적으로 보존되어야 하는 문화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음악생태학에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재에 초점을 두려 한다. 생태라는 것은 의식되어지는 순간 가공되기 마련이고, 가공되는 순간 인위적인 정체성, 즉 ‘권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유네스코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좋은 뜻으로 문화재를 지정하지만, 이것은 때때로 본연의 생태적 속성을 파괴시키고 관광 상품화 시켜버리기도 한다. 두 작곡가가 이구동성 불편함을 표현했던 것은 아마도 ‘인위적인 정체성’에 대한 현대음악가의 태생적 탈권위성의 충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음악생태학적으로 풀어보자면, 두 작곡가의 작품은 ‘가공되지 않은 정체성’(un-staged identity)을 꾀한 현재적 시도인 것이다. 
 
proejct21AND의 생태학적 다양성은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작품과 마지막 작품의 ‘다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두 작곡가, 박정은과 박인호의 이번 작품은 소재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박정은의 작품 <So-ran>의 소재가 힙합 음악, 그 중에서도 랩이었다면, 박인호의 작품소재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던 일곱 명의 현대음악 작곡가이다. 박정은이 연주가의 즉흥적 인자를 포함했다고 한다면 박인호는 철저히 치밀한 기보를 통해서 연주가의 즉흥적 요소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작품이 전혀 다른 음악은 아닌 것이, 자신들만의 어법으로 새롭게 만들어내고자 했던 작가정신은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박정은의 작품에서 랩을 들으려 하거나, 박인호의 작품에서 케이지를 찾으려 한다면 오산이다. 박인호는 “좋은 작곡가란 그 사람만의 특징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박정은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라고 말했다. 박정은이 거침없고 직설적인 랩에서 음악적 동기를 찾아 자신의 언어로 새롭게 만들어내는가 하면, 박인호가 스승 후버(Nicolaus A. Huber)를 비롯한 현대음악 작곡가 일곱 명의 작품 또는 존재 자체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기화 시킨 것의 중심에는 자신만의 음악적 철학과 어법이 있었다. 이것이 아방가르드의 태생적 속성이다.
 
자신으로부터의 탈출 또한 아방가르드의 핵심적인 속성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김정훈의 작품 <para báttūo>에 응축되어 있다. 의도는 ‘타악기로부터의 탈출’이다. 습관적으로 타악기를 사용해 왔던 것을 인식하여 이번 작품에는 타악기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예술가란 모름지기 작가정신이 있어야 하고, 작품에는 작곡가의 정체성이 녹아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 것 또한 아방가르드라니! 그렇다면, 우리는 김정훈의 작품에서 ‘김정훈다움’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정훈답지 않음’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곡가들은 어떠했는지 떠올려보자. 하나의 작품이 그 사람의 작풍을 만든 적은 없었다. 바흐의 바흐다움은 하나의 작품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의 열려있는 생산성에 기반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의 지속적인 생산성이 project21AND를 지속시키고, project21AND의 지속이 한국의 현대음악, 나아가 현대의 미학을 지속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김정훈이 자신의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만드는지,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작풍을 어떻게 지속시켜 나가는 지를 지켜보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김정훈답지 않음에 김정훈다움이, 김정훈다움에 김정훈답지 않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ustAiNable Domain, 즉 ‘지속가능한 영역’은 project21AND의 현재이다. 미래의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요구에 충족하고픈,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학적 현재 말이다.
 
Text 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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