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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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실험기
- 김빛옥민
- 앨범 평점 4.5/ 11명
- 발매일 : 2019.12.11
- 발매사 : 퍼플파인 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Judy records
나의 사소한 방구석에서 탄생한 첫 실험기.
여전히 많은 것들이 미완성된 존재로 살아가지만 그 자체로서 나는 노래한다.
작은 이야기가 하나, 둘 모여 만들어지듯 “너”의 이야기로 흘러 들어 이어지기를.
[라이너노트 1 - 빅나인고고클럽 고창일 (웹진에디터)]
그가 새 음반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운영 중인 매체(빅나인고고클럽)를 통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이 만든 새로운 음악들과 흥미로운 기획공연들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충격적인 얘기는 ‘옥땡’의 해체 소식이었다. 그의 얘기를 빌리자면 ‘옥민과땡여사’는 실험에 중심을 둔 단기 프로젝트 팀이며, 다음 진행할 작업으로 김빛옥민 솔로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었다. 좋은 팀이 사라진다는 아쉬움과 동시에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기에 이 훌륭한 팀의 활동을 중단하면서까지 다음 작업을 해보려는 것일까 하는 불안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있었던 게 당시 솔직한 필자의 심경이었다. 일 년 가까울 시간이 지났고 이는 기우일 뿐이었다. 그는 약속을 지켰고 훌륭한 음반을 들고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인터뷰 당시 그가 들려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DIY다. (조력자들의 도움을 포함해) 혼자 힘으로 기획과 작업을 감당하고 음악적 자유도를 얻겠다는 다짐이었다. 음반 이름인 『방구석 실험기』는 결국 그녀가 첫 정규를 준비할 때부터 염두에 둔 이 음반에서 시도하고자 했던 핵심을 담고 있다. 전작의 실험적 요소를 더욱 극대화하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작업물을 외부적 제약 없이 마음껏 펼친 작품은 기대치를 비웃듯 한껏 이어폰을 넘어 흘러 넘친다.
앞선 소개가 ‘방구석’에 집중했다면 남은 “실험기”에 대해서도 얘기해봐야 한다. 어쿠스틱기타, 룸엠비언트, 목가적인가사와 카페친화적(?) 분위기.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에 흔히 붙는 수식어들이 이 앨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널찍하게 확보한 공간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시험적인 요소들로 양껏 채워나간다. 구성의 재미도 있다. 마치 phase를 나누듯 1번(‘지구를 넘어’)에서 5번 트랙(‘내안에’)까지는 미니멀한 사운드에 다양한 샘플러들과 모듈레이션 이펙터들을 효율적으로 시험하고 있고, 6번 트랙(‘변하는것들’) 부터 10번 트랙(‘맑은 바람 속 가라앉은 답’) 까지는 평소에 해보고 싶어 했던 밴드 구성의 음악들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피지컬(오르골)로 제작된 “그만”과 마지막 트랙 “미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의 편안하고 익숙한 맨 얼굴로 음반의 끝 인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처음 정규 음반을 준비하는 아티스트가 불필요한 욕심을 배제하고 음악적 태도적 지향점만 가지고 담백한 작업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건 재능을 넘어 기적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DIY로 정면 돌파했고, 음악적 목표도 이뤄냈으며, 자신의 재능과 개성, 음악적 성취들과 다음 작업들을 위한 자양분을 음반에 가득 담아 넣는데 성공했다. 남은 건 좋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리스너들의 왕성한 식욕과 그녀를 방구석에서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한 사랑과 관심뿐. 그러므로 매우 필v청v
[라이너노트 2 - 음악취향Y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
올해 초 활동명 동명의 타이틀 [옥민과 땡여사]를 발표하며 투박한 일상에 그에 어울리는 포크를, 포크에 아쟁(땡여사)을 끌어왔던 김빛옥민은 이번 솔로 데뷔 앨범을 통해 반대로 방구석 현실을 자유로운 사유와 상상의 세계로 끌고 간다.
앨범을 관통하는 굵직한 주제 의식은 오늘도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두의 공감을 자아낸다. 자아와 이를 둘러싼 현실에 대한 자조적인 인식, 그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버리지 않는 변화를 향한 희망과 극복 의지가 너와 나를 대변한다.
음악은 무척 다채롭다. 기타와 키보드 등 최소한의 편성으로 온갖 어법을 시도해 훌륭한 팝을 완성했다. 김빛옥민의 가창에서는 흡사 민요라도 부르는 듯 구수하게 꺾는 소리와 내지르기, 아이돌 댄스팝에서나 들을 법한 담백하고 우직한 랩이 공존하고, 앨범에는 각양각색 노이즈와 이펙트를 뒤섞은 컨트리 넘버('지구를 넘어')와 호기롭고 발랄한 팝록('도온도온')이 함께 한다. 따뜻한 어쿠스틱 팝('니향내향')과 차분한 팝발라드('그만')도 있고, 심지어 그로테스크한 사이키델릭('기생충')이나 쟁글팝('미완')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상의 소재와 사유를 자연스레 가상의 은유 및 장치들과 버무리는 기발한 상상력이 앨범의 가사와 디테일에 더욱 귀를 세우게 한다. 이를테면 내가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지구의 중력 때문이고('지구를 넘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는 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한 병에 걸렸기 때문이며('이상한 병'), 내가 슬픈 건 모두 내 안의 기생충('기생충') 탓이다. 그리고 이 엉뚱한 변명 덕분에 우리네 차갑고 우울한 현실은 그나마 견딜 수 있는 몽상적 공간이 되며, 소박한 유머가, 한 줄기 희망이 깃든다.
큼지막하게 자기 얼굴을 박은 앨범 커버와 한 땀 한 땀 수작업의 노고가 깃든 음반 패키지를 풀어헤치며 그것이 앨범 속 음악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옭아매는 현실의 굴레에 괴로워하면서도 절대 그런 자신을 향한 응시를 놓지 않는 것. 반복되는 일상에도 매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오늘을 견디는 판타지는 내가 눌러앉은 방구석에도 존재하며 그 속의 주인공은 결국 나임을 이 앨범이 되새긴다.
[Credits]
All Songs Written & Arranged by 김빛옥민
(Track 2, 6, 11 Arranged by 안현우, 김빛옥민 / Track 9, 10 Arranged by 최병욱, 김빛옥민)
Produced by 김빛옥민
Executive Produced by 서본두
Recorded by 김빛옥민 @방구석
Mixed & Mastered by 최병욱 @보컬스테이지
Artwork & Designed by 김빛옥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