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안개는 슬픔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한가운데 노출되면 온몸을 적시는 비와는 다르게, 남다른 질량감을 자랑하는 눈과는 다르게, 안개는 별다른 존재를 뽐내지 않고 공기 중에 산개해 대상으로 하여금 피할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대상은 시각이 통제되어 익숙한 모든 것들을 낯설게 느끼기 시작하고, 시각의 부재가 초래한 소리의 과잉으로 인해 공간의 왜곡을 경험한다.

출구가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느끼며 시간의 왜곡마저 경험할 때 즈음, 예상치 못한 태양의 등장은 영원할 것 같던 대상의 방황을 종식시키고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게 혹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개인의 의지를 벗어나는 숱한 ‘범람’하는 사건들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삶의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처들은 어느새 마음속에서 아픔이란 형상과 슬픔이란 감정을 가진 객체로 성장한다.
우리는 이 객체와의 관계에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누구는 그대로 있기를 원할 것이며,
누구는 이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려 노력할 것이고,
누구는 보이지 않는 희망에 지쳐 낙망하며,
누구는 그렇게 된 누군가를 위로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는 태양을 기다린다.
작(作)에서 ’너’로 대변 된 자신을 아픔에 밀어 넣은 존재 혹은 사건과는 상관없는, 그래서 이 슬픔을 허황된 실체로 만들어줄 태양을 우리 모두는 기다린다.

naA의 세 번째 싱글 ‘안개’는 이러한 모티프를 중심으로 안개(슬픔) 속에 있는 이들의 심연을 다루고자 노력하였다.
안개 탓이라 말하지 않지만
안개 탓이라 여기고 싶은,
표정 없는 나무가 되어 슬픔에 박제되어 가지만
끝없이 태양을 기다리는,
슬픔 속에서 모순적인 우리의 솔직함을 말하고자 한다.


[Credits]
Musicians:
Vocal: naA
Piano: 이재승

Production:
Produced by 이재승
Composed by 이재승
Lyrics by 이재승
Arranged by 이재승  
Recorded & Mixed by 이재승
Mastered by 이재승
Album art 이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