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앰비언트 / 네오 클래식 아티스트 이안 윌리엄 크레이그는 테이프 머신과 다양한 기기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소리들을 만들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클래식 교육을 받은 발성을 테이프로 녹음하여 왜곡 시키는 형태의 복합적인 작업물들을 내놓아왔던 그는 강렬하면서도 개인적인 새 앨범 [Red Sun Through Smoke]을 가지고 우리 곁에 돌아온다. 팻캣에서 발매된 신작 [Red Sun Through Smoke]는 피아노 중심의 작품으로 환경파괴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추상적인 환경파괴에 대한 메시지 정도를 지니고 있는 수준이 아닌, 실제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산불과 연기에 삼켜져 가는 가운데에서 녹음이 진행됐다. 이안 윌리엄 크레이그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캘로나에 위치한 자신의 할아버지 소유의 작은 집 거실에 있는 낡은 피아노를 이용해 녹음을 진행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길 건너 의료 시설에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녹음이 진행되던 도중 할아버지가 사망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촉발시킨 것은 바로 끊임없이 번져가던 산불에 의한 연기가 폐에 무리를 줬기 때문이었다. 'Open Like A Loss'에서는 특유의 실험적인 테이프 머신의 콜라쥬가 펼쳐지며, 'Weight' 같은 트랙에서는 마치 제임스 블레이크를 연상시키는 처연한 무드가 연기처럼 희미하게 듣는 이들의 시야를 가린다. 인간의 기억과 붕괴를 다루는 점에 있어서는 캐어테이커의 프로젝트들과도 겹쳐진다. 아름답고 슬픈, 그리고 엄숙한 앨범의 곳곳에는 죽음의 고뇌와 좌절의 감정들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 비극적인 전지구적 상황과 개인의 경험을 자포자기 하듯 추적해 나가는, 사랑과 슬픔, 어둠과 희망으로 가득한 강렬한 결실, 혹은 증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