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Songs and Lullabies

<Chap.1 Songs>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 우드스톡 야외 공연장.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가 걸어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가 이날 처음으로 발표한 곡명은 존 케이지 <4분 33초>. 모두가 숨죽여 기다린 순간,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4분 33초. 총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악보에는 오로지 단 하나의 단어만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Tacet.
천천히 쉬어라.

4분 33초 동안 충분히 쉬고 일어난 그에게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날 관객들이 들은 음악은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천천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치유의 소리. 과연, 음악으로도 이 ‘온전한 쉼’, ‘타셋’을 전달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들려왔다.
재즈씬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 조정희의 앨범이 5년 만에 드디어 발매되었다. 이번 조정희 앨범은 그녀의 목소리 로 치유를 전달하는 <TACET>이었다. 조정희의 2021년 새 앨범 <Songs and Lullabies>는 지친 일상 그 어디와도 잘 어울리는 곡들만을 담았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건네고 싶었다는 그녀의 마음처럼 곡 하나하나마다 깊은 울림을 갖는다. 마치 조심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듯, 오래 공들인 앨범이기에 천천히 음미하기를 원했던 걸까. 이번 앨범은 온전히 한 번에 다 펼 쳐 보이지 않고 하나씩 조심스럽게 꺼내어 선보이고 있다. 10월에 공개된 이번 앨범 은 <Chap.1 Songs> 편으로, 11월에는 <Chap.2 Lullabies>가 출시될 예정이다.
스탠더드 재즈 발라드로 구성된 <Chap.1 Songs>는 사랑의 쉼표다. 슬픔을 배우는 슬픔처럼, 사랑을 내려 놓을수록 사랑이 더해지는 묘한 감정과 간절함을 곡에 담았다. 사랑을 내려놓듯, <Chap.1 Songs>에서는 여느 악기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피아노와 그녀의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한다. There's a somebody I'm longing to see로 시작하는 <Someone To Watch Over Me>는 조정희만의 색채가 돋보인다. 그녀의 묵직한 고백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주는 것은 이선지의 피아노 선율이다. 회화적인 낭만과 풍부한 서사로 이미 재즈씬에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이선지는 조정희의 목소리를 따라 깨끗한 터치로 그녀의 고백을 마무리한다. 그래서일까. 스캣과 임프로비제이션 등으로 구성된 다른 재즈와 달리 조정희만의 재즈에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녀가 드라마 <굿와이프>, <로맨스가 필요해>를 비롯한 여러 OST에 참여하며 수많은 OST 러브콜을 받는 것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기하듯 부르는 그녀의 감성 덕분이다. 11월에 들려줄 <Chap.2 Lullabies>는 과연 어떤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Chap.1 Songs>의 여운이 진해질수록 설레고, 궁금해진다.
노래가 주는 위로의 힘은 대단하다. 200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빌딩 참사로 2 천 8백여명이 사망했을 당시, 슬픔에 잠긴 시민들을 위로한 것은 재즈가수 노라 존스의 '돈 노 와이(Don't know why)'라는 노래였다. 코로나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버린 사람에게, 그리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조정희의 음악이 따뜻한 위로와 라이프 타셋, 삶의 쉼표가 되길 바란다.

- 김유리(방송작가, 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Credit]

Vocal | 조정희
Piano | 이선지
Producing | 이선지
Co-producing | 조정희
Arrangement | 이선지
(#3 Arrangement |이선지, 조정희)

Recording | 이정면 @ 이음사운드
Mixing & Mastering | 이재혁 @ 크로스디졸브

Cover Painting & Design | 조정희
Liner note | 김유리
Teaser | 이수원

제작 | MMC (Marana Music & Culture)
유통 | 크로스디졸브
후원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