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슬픔의 맛
- 한정인
- 앨범 평점 5/ 3명
- 발매일 : 2021.12.20
- 발매사 : 미러볼뮤직
- 기획사 : 코스모스 슈퍼스타
안녕, 나의 슈퍼스타: 코스모스 슈퍼스타 [슬픔의 맛]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문득 삶에 스며드는 이름이 있다. 코스모스 슈퍼스타도 그랬다. 음악이 들리는 서울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걸 취미로 삼았던 이에게, 코스모스 슈퍼스타는 의식하지 않아도 종종 스치게 되는 이름 가운데 하나였다. ‘51+페스티벌’ 라인업이나 ‘클럽 빵’ 앞에 세워진 간판에서 발견하기도 했고, 공중도덕이나 키라라의 앨범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흡사 아이스크림이나 젤리처럼 사랑스러운 느낌의 이름이었지만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아이스크림의 달콤함보다는 서늘함을, 젤리의 말랑한 식감보다는 사워 캔디의 시큼함을 닮아 있었다. 전 우주적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패기 넘치는 작명에 비해 늘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런 애달픈 순간과 그 순간의 감정을 노래하는 음악가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런 그가 정말 안녕을 고한다. [슬픔의 맛]은 지난 십 년간 그의 이름이었던 코스모스 슈퍼스타를 과거에 남기고 한정인이라는 타고난 이름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싱글이다. 노래는 지난 8월 발표한 싱글 [Extra]와 함께 내년 발표될 새 앨범의 선공개 싱글이기도 하다. 두 곡은 느슨하게 흡사한 정서를 공유한다. [Extra]가 주연이 아닌 엑스트라라고 해도 어떻게든 끝내야만 하는 ‘나의 끝’에 대한 체념을 씩씩하게 노래한다면, [슬픔의 맛]은 좀 더 구체적인 장소와 기억으로 이야기를 좁힌다.
장소는 무대 위. 텅 비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텅 빈 것이 무대인지 마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울 만큼 아픈 고난과 역경이 찾아와도, 무대 위에 선 사람에게 은은히 기대하기 마련인 특별한 승리 서사가 온몸을 죄어와도 끝내 서야만 하는, 설 수밖에 없는 무대. 그 숙명 같은 무대 위에서 따옴표 안으로 문장 하나가 또렷이 떠오른다. “도망칠 때 치더라도 등을 보일 준비는 되어 있었겠지” 언제나 그래왔듯 옅은 아침 안개나 비눗방울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찰랑하게 쏟아지는 목소리와 전자음 속에서, 코스모스 슈퍼스타는 청아한 목소리로 별빛처럼 쏟아지는 슬픔을 모조리 주워 담아 꿋꿋이 노래한다. 혀가 짜릿해질 만큼 거대한 슬픔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런 슬픔 같은 건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랜 이름과 이별을 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그렇게 노래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마침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고전 [슬픔이여 안녕]의 원제가 ‘Bonjour tristesse’라는 것에 놀랐다는 내용의 글을 보았다. 헤어짐의 안녕이 아닌 만남의 안녕. 번역한 제목이 가진, 어쩐지 세상에 아무 미련도 없어 보이는 ‘안녕’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 충분히 그런 착각이 들었을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한정인이 될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마지막 싱글에 담긴 감정이 마치 그 모호한 얼굴의 ‘안녕’처럼 들렸다. 슬픔에 보내는 이상하리만큼 똑 떨어지는 환영 인사처럼, 이제는 과거가 될 채비를 마친 자신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과 함께했던 기쁨과 슬픔의 시간에 보내는 인사에 어린 빛이 더없이 투명하다. 안녕에 맞닿은 새로운 안녕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게 한다. 이제는 미련 없이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안녕 나의 슈퍼스타. 슬픔의 마지막 한 방울이 남기고 간 뒷맛이 아릿하게 달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1. 슬픔의 맛
작곡 한정인
작사 한정인
편곡 한정인
노래 한정인
2. 슬픔의 맛 (KIRARA (키라라) Remix)
작곡 한정인
작사 한정인
편곡 KIRARA
3. 슬픔의 맛 (공중그늘 Remix)
작곡 한정인
작사 한정인
편곡 공중그늘
믹싱 한정인(코스모스 슈퍼스타)
마스터링 강승희 (Sonic Korea Mastering)
커버 디자인 SUPER SALAD
오브제 제작 구구모
촬영 안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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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문득 삶에 스며드는 이름이 있다. 코스모스 슈퍼스타도 그랬다. 음악이 들리는 서울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걸 취미로 삼았던 이에게, 코스모스 슈퍼스타는 의식하지 않아도 종종 스치게 되는 이름 가운데 하나였다. ‘51+페스티벌’ 라인업이나 ‘클럽 빵’ 앞에 세워진 간판에서 발견하기도 했고, 공중도덕이나 키라라의 앨범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흡사 아이스크림이나 젤리처럼 사랑스러운 느낌의 이름이었지만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아이스크림의 달콤함보다는 서늘함을, 젤리의 말랑한 식감보다는 사워 캔디의 시큼함을 닮아 있었다. 전 우주적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패기 넘치는 작명에 비해 늘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런 애달픈 순간과 그 순간의 감정을 노래하는 음악가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런 그가 정말 안녕을 고한다. [슬픔의 맛]은 지난 십 년간 그의 이름이었던 코스모스 슈퍼스타를 과거에 남기고 한정인이라는 타고난 이름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싱글이다. 노래는 지난 8월 발표한 싱글 [Extra]와 함께 내년 발표될 새 앨범의 선공개 싱글이기도 하다. 두 곡은 느슨하게 흡사한 정서를 공유한다. [Extra]가 주연이 아닌 엑스트라라고 해도 어떻게든 끝내야만 하는 ‘나의 끝’에 대한 체념을 씩씩하게 노래한다면, [슬픔의 맛]은 좀 더 구체적인 장소와 기억으로 이야기를 좁힌다.
장소는 무대 위. 텅 비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텅 빈 것이 무대인지 마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울 만큼 아픈 고난과 역경이 찾아와도, 무대 위에 선 사람에게 은은히 기대하기 마련인 특별한 승리 서사가 온몸을 죄어와도 끝내 서야만 하는, 설 수밖에 없는 무대. 그 숙명 같은 무대 위에서 따옴표 안으로 문장 하나가 또렷이 떠오른다. “도망칠 때 치더라도 등을 보일 준비는 되어 있었겠지” 언제나 그래왔듯 옅은 아침 안개나 비눗방울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찰랑하게 쏟아지는 목소리와 전자음 속에서, 코스모스 슈퍼스타는 청아한 목소리로 별빛처럼 쏟아지는 슬픔을 모조리 주워 담아 꿋꿋이 노래한다. 혀가 짜릿해질 만큼 거대한 슬픔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런 슬픔 같은 건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랜 이름과 이별을 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그렇게 노래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마침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고전 [슬픔이여 안녕]의 원제가 ‘Bonjour tristesse’라는 것에 놀랐다는 내용의 글을 보았다. 헤어짐의 안녕이 아닌 만남의 안녕. 번역한 제목이 가진, 어쩐지 세상에 아무 미련도 없어 보이는 ‘안녕’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 충분히 그런 착각이 들었을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한정인이 될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마지막 싱글에 담긴 감정이 마치 그 모호한 얼굴의 ‘안녕’처럼 들렸다. 슬픔에 보내는 이상하리만큼 똑 떨어지는 환영 인사처럼, 이제는 과거가 될 채비를 마친 자신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과 함께했던 기쁨과 슬픔의 시간에 보내는 인사에 어린 빛이 더없이 투명하다. 안녕에 맞닿은 새로운 안녕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게 한다. 이제는 미련 없이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안녕 나의 슈퍼스타. 슬픔의 마지막 한 방울이 남기고 간 뒷맛이 아릿하게 달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1. 슬픔의 맛
작곡 한정인
작사 한정인
편곡 한정인
노래 한정인
2. 슬픔의 맛 (KIRARA (키라라) Remix)
작곡 한정인
작사 한정인
편곡 KIRARA
3. 슬픔의 맛 (공중그늘 Remix)
작곡 한정인
작사 한정인
편곡 공중그늘
믹싱 한정인(코스모스 슈퍼스타)
마스터링 강승희 (Sonic Korea Mastering)
커버 디자인 SUPER SALAD
오브제 제작 구구모
촬영 안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