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Over The Rainbow (Feat. Orianthi)
- 김세황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22.06.10
- 발매사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 기획사 : TPI Ent.
내가 난생 처음 쌍무지개를 본 곳은 이름도 근사한 로맨틱 가도 위였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를 떠나 퓌센까지 달려가는 버스 안. 차창 밖으로 이슬비가 걷히고 먼 능선 위로 두 개의 무지개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본 것은 아마 20년 전 어느 여름날이었을 것이다.
나의 작은 스테레오를 켠다. 가스펠풍의 어쿠스틱 피아노, 원경에서 어른거리듯 아련한 오르간…. 그 새벽안개를 뚫고 저 멀리, 두 개의 무지개가 떠온다. 먼저 왼쪽 스피커의 김세황, 그리고 오른쪽 스피커의 오리안티. 슬며시 감싸 안듯 오리안티의 부드러운 톤이 주제를 제시하면 이내 왼쪽의 김세황이 배음(倍音)과 어택(attack)이 살아있는 힘찬 음색으로 선율을 다시 한번 떠받친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아주 높이/들어본 적 있는 땅/언젠가 자장가 속에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년) 속 도로시(주디 갈런드)가 반려견 토토를 쓰다듬으며 부르던 그 ‘Over the Rainbow’의 멜로디…. 고단한 무채색 캔자스에서 벗어나 이상향으로 떠나는 꿈을 그린 그 가사도, 음성도 여기엔 없지만 김세황과 오리안티의 호소력 짙은 연주곡은 듣는 이의 몸에 서서히 양력(揚力)을 불어넣는다.
두 사람의 연주는 마치 화사한 꽃 양쪽으로 날갯짓하는 벌새의 춤 같다. 옥타브와 유니슨(unison)으로 데칼코마니를 만들다 변주나 하모니로 그림을 뒤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스피커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인 것이 고맙다. 인류가 스테레오 사운드를 발명했음에, 인간에게 두 개의 귀가 허락됐음에 새삼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호주 출신의 오리안티는 현재 젊은 여성 록 기타리스트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마지막 투어 밴드에 있었고, 앨리스 쿠퍼가 최초로 기용한 여성 밴드 멤버였다. 스티브 바이, 카를로스 산타나, 리치 샘보라 등 수많은 기타 영웅들과 무대를 함께 했다.
김세황에 대해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가 신해철(1968~2014)이 이끈 밴드 넥스트에서 들려준 화려한 연주들, 특히 연주곡 ‘Love Story’에서 들려준 충격적 감성과 기량은 아직도 록 연주자와 팬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그 외에 그가 국내외 연주자와 함께한 수많은 무대를 여기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지면 낭비일 것이다. (편집자 주: 김세황은 2014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 중 ‘록의 거리’(Artist inducted to RockWalk of Fame, Hollywood)에 선정된 바 있다.)
김세황과 오리안티가 주고받는 악절들은 전기기타의 오색 도감이다. 트레몰로 암을 사용한 몽환적 벤딩, 화산쇄설물처럼 분출하는 피킹 하모닉스, 격렬한 트레몰로 피킹,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스케일을 운용하며 전개하는 얼터닛 피킹의 분투…. 두 연주자는 기타 넥을 든 채 스피커를 찢고 나오려는 듯 6현 위에서 몸부림친다.
‘작은 파랑새가 날 수 있다면/무지개 넘어서/나라고 못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 오랜 팬데믹, 기후 위기, 인종 차별과 총기 문제…. 하루하루 세계에 휘몰아치는 절망의 폭풍 속에서 두 연주자의 파드되(pas de deux)는 꿈틀대는 기도처럼 우리를 고양시키며 위무한다. 앞서 공들여 지은 아름다운 선율의 성을 일순 무너뜨리듯 절규하는 후주(後奏)에서마저 찬란한 희망의 서광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울지며 끝맺는 오르간 아우트로는 마치 콜드플레이의 ‘Fix You’ 인트로로 이어질 듯 그 여운이 짙다.
무지개는 본디 원이라고 한다. 땅이 원의 일부를 가리고 있을 뿐. 하늘에서 보는 무지개는 원형에 가깝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면 난 두 개의 반원이 왼쪽 스피커와 오른쪽 스피커에서 아른거린 환영을 본 것일까.
아마 그날, 내가 로맨틱 가도 위에서 쌍무지개를 본 그날 낮에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쳤던 것 같다. 이것이 어쩌면 로렐라이의 노래였으면 하고 터무니없는 상상을 한다. 이 세상 모든 증오, 분노, 광기가 난파하기를…. 그래서 꿈에서만 그려본 동그랗고 온전한 무지개를 이 생에 볼 수 있기를, 작은 도로시의 눈망울로 기원해본다.
- 음악평론가 임희윤
[Credit]
“Over The Rainbow” Kim SeHwang (Feat. Orianthi)
Guitar: Kim SeHwang, Orianthi
Piano and Organ: Michael Bearden (Michael Jackson, Lady Gaga, Whitney Houston)
Bass: Sean Hurley (John Mayer's bassist)
Drums: Elias Mallin (Orianthi’s drummer)
Recorded by Bill Mims with his assistants, George and Drew Dempsey(DFD Production) @ Sunset Sound (Grammy Winning sound engineer working with Prince, etc..)
Mixing and Mastering by Bill Mims
Executive Producer: Kim Se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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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스테레오를 켠다. 가스펠풍의 어쿠스틱 피아노, 원경에서 어른거리듯 아련한 오르간…. 그 새벽안개를 뚫고 저 멀리, 두 개의 무지개가 떠온다. 먼저 왼쪽 스피커의 김세황, 그리고 오른쪽 스피커의 오리안티. 슬며시 감싸 안듯 오리안티의 부드러운 톤이 주제를 제시하면 이내 왼쪽의 김세황이 배음(倍音)과 어택(attack)이 살아있는 힘찬 음색으로 선율을 다시 한번 떠받친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아주 높이/들어본 적 있는 땅/언젠가 자장가 속에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년) 속 도로시(주디 갈런드)가 반려견 토토를 쓰다듬으며 부르던 그 ‘Over the Rainbow’의 멜로디…. 고단한 무채색 캔자스에서 벗어나 이상향으로 떠나는 꿈을 그린 그 가사도, 음성도 여기엔 없지만 김세황과 오리안티의 호소력 짙은 연주곡은 듣는 이의 몸에 서서히 양력(揚力)을 불어넣는다.
두 사람의 연주는 마치 화사한 꽃 양쪽으로 날갯짓하는 벌새의 춤 같다. 옥타브와 유니슨(unison)으로 데칼코마니를 만들다 변주나 하모니로 그림을 뒤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스피커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인 것이 고맙다. 인류가 스테레오 사운드를 발명했음에, 인간에게 두 개의 귀가 허락됐음에 새삼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호주 출신의 오리안티는 현재 젊은 여성 록 기타리스트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마지막 투어 밴드에 있었고, 앨리스 쿠퍼가 최초로 기용한 여성 밴드 멤버였다. 스티브 바이, 카를로스 산타나, 리치 샘보라 등 수많은 기타 영웅들과 무대를 함께 했다.
김세황에 대해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가 신해철(1968~2014)이 이끈 밴드 넥스트에서 들려준 화려한 연주들, 특히 연주곡 ‘Love Story’에서 들려준 충격적 감성과 기량은 아직도 록 연주자와 팬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그 외에 그가 국내외 연주자와 함께한 수많은 무대를 여기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지면 낭비일 것이다. (편집자 주: 김세황은 2014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 중 ‘록의 거리’(Artist inducted to RockWalk of Fame, Hollywood)에 선정된 바 있다.)
김세황과 오리안티가 주고받는 악절들은 전기기타의 오색 도감이다. 트레몰로 암을 사용한 몽환적 벤딩, 화산쇄설물처럼 분출하는 피킹 하모닉스, 격렬한 트레몰로 피킹,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스케일을 운용하며 전개하는 얼터닛 피킹의 분투…. 두 연주자는 기타 넥을 든 채 스피커를 찢고 나오려는 듯 6현 위에서 몸부림친다.
‘작은 파랑새가 날 수 있다면/무지개 넘어서/나라고 못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 오랜 팬데믹, 기후 위기, 인종 차별과 총기 문제…. 하루하루 세계에 휘몰아치는 절망의 폭풍 속에서 두 연주자의 파드되(pas de deux)는 꿈틀대는 기도처럼 우리를 고양시키며 위무한다. 앞서 공들여 지은 아름다운 선율의 성을 일순 무너뜨리듯 절규하는 후주(後奏)에서마저 찬란한 희망의 서광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울지며 끝맺는 오르간 아우트로는 마치 콜드플레이의 ‘Fix You’ 인트로로 이어질 듯 그 여운이 짙다.
무지개는 본디 원이라고 한다. 땅이 원의 일부를 가리고 있을 뿐. 하늘에서 보는 무지개는 원형에 가깝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면 난 두 개의 반원이 왼쪽 스피커와 오른쪽 스피커에서 아른거린 환영을 본 것일까.
아마 그날, 내가 로맨틱 가도 위에서 쌍무지개를 본 그날 낮에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쳤던 것 같다. 이것이 어쩌면 로렐라이의 노래였으면 하고 터무니없는 상상을 한다. 이 세상 모든 증오, 분노, 광기가 난파하기를…. 그래서 꿈에서만 그려본 동그랗고 온전한 무지개를 이 생에 볼 수 있기를, 작은 도로시의 눈망울로 기원해본다.
- 음악평론가 임희윤
[Credit]
“Over The Rainbow” Kim SeHwang (Feat. Orianthi)
Guitar: Kim SeHwang, Orianthi
Piano and Organ: Michael Bearden (Michael Jackson, Lady Gaga, Whitney Houston)
Bass: Sean Hurley (John Mayer's bassist)
Drums: Elias Mallin (Orianthi’s drummer)
Recorded by Bill Mims with his assistants, George and Drew Dempsey(DFD Production) @ Sunset Sound (Grammy Winning sound engineer working with Prince, etc..)
Mixing and Mastering by Bill Mims
Executive Producer: Kim Se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