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The Bakman Tapes
- Susie Suh
- 앨범 평점 4.5/ 103명
- 발매일 : 2010.10.05
- 발매사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 기획사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Susie Suh [The Bakman Tapes]
미국 내에서 한인 뮤지션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돋보이고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를 점령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이야기가 아니다. 인디 포크 신에서 은은한 울림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수지 서(Susie Suh)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뉴욕 타임스를 필두로 하여, 블렌더 매거진, 데일리 뉴스, 메트로 등 유수의 매체들이 그녀의 오묘한 숨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서른에 접어든 검은 눈의 싱어송라이터는 조용한 찬사를 받아온 것이다. 그녀가 브라운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시에 커피숍에서 연주하던 모습이 눈에 띄어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 하나인 명문대 학생 신분으로서 자신의 꿈이었던 뮤지션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1969년 각각 엔지니어와 교사의 신분으로 미국 땅에 이민을 감행한 부모님의 기대가 막중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편안한 수단이었던 음악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8살부터 한인 어린이 합창단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자질을 드러냈고, 조니 미첼(Joni Mitchell),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과 같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롤 모델이 되어 청소년 시기에 음악적 감수성을 형성시켰다. 당시에 오빠에게 선물 받은 낡은 기타 줄을 튕기며 곡과 가사를 써오던 행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2005년 에픽 레코드(Epic Records)를 통해 세간에 첫 빛을 본 셀프 타이틀 앨범은 예상 밖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한동안 뜸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 잇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따스한 심상이 묻어있는 보이스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환호한 매체들이 앞 다투어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그녀의 비교대상으로 세기말 포크와 일렉트로니카의 교배를 꿈꾸었던 베스 오튼(Beth Orton)부터, 흑인 본연의 원류로 거슬러간 R&B 싱어 샤데이(Sade)까지 이름만으로도 강렬한 페르소나를 분출하는 뮤즈들이 열거되었을 정도였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발표한 근작 [The Bakman Tapes]는 역시 나른하면서도 순수한 기타 선율로 가득 차 있다. 앨러니스 모리세트(Alanis Morissette)과 애니 레녹스(Annie Lennox) 등의 앨범을 프로듀서하며 그래미상을 거머쥔 글렌 발라드(Glen Ballard)가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손을 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내면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전작이 포크라는 기본 토대에 블루스와 소울 성향이 일부분 가미된 형태였다면, 본 앨범의 가치는 감각의 과잉을 들어낸 어쿠스틱 사운드로의 투신이라 평할 수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첫 장면을 연상케 하는 “Feather In The Wind”는 유쾌한 보사노바의 감흥이 들 정도로 가벼운 비트감이 생기를 돋우며 기지개를 편다. 사실 이 같은 쾌활한 공기를 머금은 곡이 흔하지는 않다.
미국의 음악평론가들이 수지 서에 매혹당한 이유 중에 하나는 놀랍도록 숙성된 깊은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허스키한 매력이 이들을 붙잡은 것이라면, 이번 앨범의 여러 결절지점을 통해서는 다면화된 보이스 컬러를 시연했다. “Love.Love.Love.Love”에서 팜므 파탈적인 농염한 창법으로 장식한다면, “I Do”에서는 풋풋함까지 느껴지는 청아한 고음이 호소력을 확보한다. 이 같은 표현력의 유려함은 그녀의 독백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기임에 틀림없다.우선 “Good Times”에서는 불안정한 회한의 감정이 녹아있다. 경계선이 놓여있는 연인과의 괴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허덕임을 불규칙한 맥박이 대변해 준다.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조성된 몽환적인 공간감이 백미인 “Love Is On The Way”는 사랑의 담론 속에서도 자신의 본래 기원을 자문하며 여타 뮤지션과 대별되는 이방인의 정서를 짐작토록 한다.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자궁으로의 회귀임을 암시하는 듯 수지 서는 “Canopy”에서 언제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이었던 어머니를 어린아이마냥 연이어 불러본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독립을 한 이래로, 현재도 유럽 등지를 오가며 음악적 영감을 체득하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노마드 기질은 끊임없는 자기 의미를 자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숙고의 궤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증거가 바로 그녀의 음악일 것이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여성 팝 뮤지션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도 반갑지만, 삶에 대한 직관적인 투영이 담긴 진정성이 묻어 있는 음악이라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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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한인 뮤지션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돋보이고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를 점령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이야기가 아니다. 인디 포크 신에서 은은한 울림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수지 서(Susie Suh)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뉴욕 타임스를 필두로 하여, 블렌더 매거진, 데일리 뉴스, 메트로 등 유수의 매체들이 그녀의 오묘한 숨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서른에 접어든 검은 눈의 싱어송라이터는 조용한 찬사를 받아온 것이다. 그녀가 브라운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시에 커피숍에서 연주하던 모습이 눈에 띄어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 하나인 명문대 학생 신분으로서 자신의 꿈이었던 뮤지션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1969년 각각 엔지니어와 교사의 신분으로 미국 땅에 이민을 감행한 부모님의 기대가 막중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편안한 수단이었던 음악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8살부터 한인 어린이 합창단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자질을 드러냈고, 조니 미첼(Joni Mitchell),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과 같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롤 모델이 되어 청소년 시기에 음악적 감수성을 형성시켰다. 당시에 오빠에게 선물 받은 낡은 기타 줄을 튕기며 곡과 가사를 써오던 행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2005년 에픽 레코드(Epic Records)를 통해 세간에 첫 빛을 본 셀프 타이틀 앨범은 예상 밖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한동안 뜸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 잇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따스한 심상이 묻어있는 보이스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환호한 매체들이 앞 다투어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그녀의 비교대상으로 세기말 포크와 일렉트로니카의 교배를 꿈꾸었던 베스 오튼(Beth Orton)부터, 흑인 본연의 원류로 거슬러간 R&B 싱어 샤데이(Sade)까지 이름만으로도 강렬한 페르소나를 분출하는 뮤즈들이 열거되었을 정도였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발표한 근작 [The Bakman Tapes]는 역시 나른하면서도 순수한 기타 선율로 가득 차 있다. 앨러니스 모리세트(Alanis Morissette)과 애니 레녹스(Annie Lennox) 등의 앨범을 프로듀서하며 그래미상을 거머쥔 글렌 발라드(Glen Ballard)가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손을 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내면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전작이 포크라는 기본 토대에 블루스와 소울 성향이 일부분 가미된 형태였다면, 본 앨범의 가치는 감각의 과잉을 들어낸 어쿠스틱 사운드로의 투신이라 평할 수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첫 장면을 연상케 하는 “Feather In The Wind”는 유쾌한 보사노바의 감흥이 들 정도로 가벼운 비트감이 생기를 돋우며 기지개를 편다. 사실 이 같은 쾌활한 공기를 머금은 곡이 흔하지는 않다.
미국의 음악평론가들이 수지 서에 매혹당한 이유 중에 하나는 놀랍도록 숙성된 깊은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허스키한 매력이 이들을 붙잡은 것이라면, 이번 앨범의 여러 결절지점을 통해서는 다면화된 보이스 컬러를 시연했다. “Love.Love.Love.Love”에서 팜므 파탈적인 농염한 창법으로 장식한다면, “I Do”에서는 풋풋함까지 느껴지는 청아한 고음이 호소력을 확보한다. 이 같은 표현력의 유려함은 그녀의 독백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기임에 틀림없다.우선 “Good Times”에서는 불안정한 회한의 감정이 녹아있다. 경계선이 놓여있는 연인과의 괴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허덕임을 불규칙한 맥박이 대변해 준다.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조성된 몽환적인 공간감이 백미인 “Love Is On The Way”는 사랑의 담론 속에서도 자신의 본래 기원을 자문하며 여타 뮤지션과 대별되는 이방인의 정서를 짐작토록 한다.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자궁으로의 회귀임을 암시하는 듯 수지 서는 “Canopy”에서 언제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이었던 어머니를 어린아이마냥 연이어 불러본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독립을 한 이래로, 현재도 유럽 등지를 오가며 음악적 영감을 체득하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노마드 기질은 끊임없는 자기 의미를 자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숙고의 궤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증거가 바로 그녀의 음악일 것이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여성 팝 뮤지션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도 반갑지만, 삶에 대한 직관적인 투영이 담긴 진정성이 묻어 있는 음악이라 더욱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