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인디언 소녀
나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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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22.11.11
  • 발매사 : 뮤직몬스터
  • 기획사 : 제주음악창작소
어느 날, 꿈을 하나 꿨어요.

꿈속인데, 사방이 온통 깜깜했구요. 어둠에 휩싸여 눈을 떠도 감아도 앞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그 어둠 가운데에서 빛줄기 하나가 새어나오고 있었어요. 가까이 다가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어요. 계단 밑, 끝에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어요.

두근대는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갔어요. 한 계단, 한 계단 어둠을 뚫고 내려가 문 안을 내다보니 하얗게 눈이 부셔서 앞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눈부신 빛이 점차 사라지자 그곳 풍경이 점점 눈에 들어왔어요. 푸르고 울창한 숲! 그곳은 태고의 숲이었어요. 도대체 언제부터 자랐을지 모를 키 크고, 굵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하늘이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태양빛이 군데군데 겨우 비집고 숲 속에 들어왔어요.

때마침, 옆으로 빛 한 줄기가 숲 천장을 뚫고 쏟아져 내렸고, 나는 그 빛에 손바닥을 갖다 댔어요. 따뜻한 빛의 온기! 몸 쪽은 숲의 서늘한 기운으로 제법 시원했고, 손바닥은 태양빛이 감돌아 따뜻했어요.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몸에서 서늘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발바닥에 젖은 흙의 감촉이 느껴져 아래를 내려다보니 맨발이었어요.

맨발로 숲의 흙바닥과 풀들을 밟으며 앞으로 이동했고, 어느새 깨끗한 물웅덩이에 도착했어요. 두 발을 차가운 개울물에 담근 채 고개를 들어보니 개울 위, 널따란 바위 위에 퓨마인지 재규어인지 모를 덩치 큰 동물이 모로 누워 있었어요. 나는 잠시 놀랬지만 그 동물이 나를 다정스레 바라봤고, 나도 그를 응시하며 다가갔어요.

퓨마도 자연스레 내게 다가오더니 내 오른쪽 볼에 자신의 코를 비벼댔고, 나도 익숙한 듯 그와 볼 뽀뽀를 나누었어요. 그러고 나서 퓨마의 커다란 몸에 기대어 숲의 빈 공간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서서히 낮잠에 들었어요. 그 순간 갑자기 어떤 시선이 ‘나’의 몸에서 쑥 빠져나왔고, 널따란 바위 위에 누운 나와 퓨마를 제3자의 자리에서 바라봤어요.

서로에게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 ‘나’인 소년과 퓨마를 바라본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아, 나는 한때 인디언 소년이었고, 퓨마는 나와 가장 가까운 벗이었구나!’ 그러면서 나의 시선이 뒤로 확 물러나며 꿈에서 깨어났고, 이날 꿨던 생생한 꿈은 한동안 제 안을 떠돌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빛 하나의 빛’이라는 분명한 느낌과 언어가 내면에서 떠올랐고, 산책길에 나무와 새들과 교감하며, 때로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팥빙수에 떡을 넣으며, 얼음 부서지는 기계소리와 일정히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노래를 짓곤 했어요.

맨 처음, 노래 제목은 ‘인디언 소년’이었는데, 소년에서 소녀가 되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오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인디언 소녀’가 형태를 갖추고, 이렇게 세상에 나왔어요. 꿈속의 ‘인디언 소녀’가 세상에 나와 참 많이 기뻐요. ‘인디언 소녀’가 잊고 있던 당신의 존재를 일깨우면 더 많이 기쁠 것 같아요. 지금은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닝커피 마시지만 한때는 호랑이었고, 아프리카의 원주민이었고, 사슴이었을지 모를 작고 거대한 당신에게 이 노래를 띄웁니다.

당신의 진짜 존재를 기억하며,

2022년 11월 11일
나비연.



[CREDIT]

Lyrics by 나비연
Composed by 나비연
Arranged by 나비연

Vocal 나비연
Guitar 김민규

제작사: 제주음악창작소 JEMU
Executive Producer: 김영훈 @ JEMU
Co Producer: 남현구 @ JEMU
Project Producer: 김성태, 강우경
Supervisor: 임정업 @ JEMU
Recording & Mixing Studio: JEMU Studio
Recording & Mixing Engeneer: 송경조 @ JEMU

Album Photo 유록
Design 나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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