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모든 창작자들은 처음 데모가 만들어지던 순간의 즐거움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탄생의 순간에만 머무를 순 없습니다. 가능성을 닫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것은 때로는 고통이기에, 우리는 끝맺음을 유보하고 창작행위 그 자체를 방어기제로 삼아 현실에서 도피하기도 합니다.

Hunger는 긴 시간 데모의 세계에 머물면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갈망하던 기록입니다. 데모의 세계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어느새 아이디어도 열의도 예전 같지 않게 되고, 신경 써야 할 다른 일들이 점점 늘어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이 떠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느덧 우리는 데모와 완성품이 아닌 창작과 현실의 갈림길에 도달하게 됩니다.

어쩌면 창작의 과정이란, 정신 또한 몸에 기반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또 이해하게 되는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능성을 무한히 열기보다는 매듭을 짓는 법을, 나는 법이 아니라 착륙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문득 처음 데모를 만들던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 먼 곳에 두고 와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창작의 기쁨, 그 흔적기관을 붙잡고 갈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의 즐거움은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되었지만, 아주 가끔은 갈망 속에서 숨겨진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이 지금도 있습니다. 이 갈망은 다른 어떤 행위로도 채워질 수 없는 흔적이 되었습니다. 기억은 영원히 몸과 마음의 어딘가를 맴돌며 나와 함께 나이를 먹고 대화를 나누는 또 다른 나 자신이 되어갑니다.


[Credit]

Produced by kinkyscope

Composed by oddid, sunzzz
Arranged by oddid, sunzzz
Lyrics by sunzzz
Vocal by oddid
Keyboard by sunzzz
Mixed by seph @plntplut studio
Mastered by seph @plntplut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