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나의 침묵이 새들을 가두었다
이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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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매일 : 2024.01.09
  • 발매사 : (주)디지탈레코드
  • 기획사 : 플라가미
춤추자 춤추자 춤추자

아침 일찍 일어나 함박눈을 맞으며 걸었다. 토끼처럼 노루처럼 여우처럼 개처럼 산이나 해변을 뛰어다녔다면 좋았을 텐데,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도로를 건너 복개천을 따라 움직였다. 눈이란 대단해. 세상의 높음을 이토록 낮아지게 하다니. 감탄하면서. 역시 인간 동물을 정화하는 것은 자연이구나. 대 심판의 날을 떠올리면서. 버적버적 타올랐던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때다 싶어서 아껴둔 이하루의 음악을 재생했다.

맑은소리를 머금은 첫인상이 잔상으로 남기도 전에 뜨겁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쇠를 두드리고 쓸며 온몸으로 만들어내는 고백과 고발과 선언의 몸짓이(!) 부드럽고 강력했다. 어째서 몸짓이냐면, 이하루의 연주는 악기를 다루어 악곡을 표현하거나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움직인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 움직임이 눈앞에 선연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듣는 이를 움직이게 한다. 춤추게 한다. 짜인 안무가 아니라 원초적인 것에 가까운 몸짓이 자연히 흘러나온다. 주술의 몸짓. 누군가가 내게 이하루의 음악이 어떤 음악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체명악기니 행(HANG)이니 핸드팬이니 하는 말 대신에 그저 춤추기 좋은 음악이라고 할 것이다. 춤추고 싶게 하는 음악이 아니라 춤이어야 하는 음악.

부드럽게 어깨와 두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함박눈 속에 몸을 버려두었다. 눈의 바깥, 저 멀리에 선 누군가는 나를 보면서 누구를 위해 제(祭)를 올리고 있는가 궁금해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물어 왔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그것은 개와 여우와 노루와 토끼를 위한 것이고, 해변과 산과 눈을 위한 것이고 무엇보다 인간 동물을 위한 것이라고. 갇힌, 가두고 있는. 침묵을 위한 것이라고.

- 시인 김현


[Credit]
All Songs Written & Composed by 이하루
Arranged by 이하루, 송하균, 지나오킹, 박선주

Pantam & Vocal 이하루
Trumpet 장보석 (Track 2)
Piano 송하균 (Track 3)
Electric Guitar 지나오킹 (Track 6)
Gayaguem 박선주 (Track 9)

Produced by 이하루
Recorded by 이하루 @Sha Bang (All Tracks)
송하균 @My Room in Seoul (Track 3)
지나오킹 @Tiny Isle (Track 6)
박선주 @FreezyBone Studio (Track 9)

Mixed & Mastered by 팻햄스터
Artwork by Youngchanchan @youngchanchan
Published by 플라가미 @plasticagami

Special Thanks to Huckleberryf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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