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Where Is ______?
Otak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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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매일 : 2024.08.09
  • 발매사 : 더 볼트
  • 기획사 : 48Recs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당신이 무엇을 기억하고,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결과가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과정 중에 계산 범위 바깥에 놓인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를 찾으려 시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려보지만 대체로 이것들은 실패한다.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실패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결과가 어찌 됐건 그것은 실용적인 대안으로 결실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은둔자처럼 끊임없이 비트를 찍어온 한국의 프로듀서 오타키는 최소한의 음수를 활용하는 절충적 스타일로 작업에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것들은 종종 앱스트랙 힙합과 프리 재즈의 경계에 있었고 소리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구체음악에 닿아 있는 듯 보였다. 회를 거듭하면서 전자음악과 덥으로 넘어가는 등 보다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던 그의 결과물들은 차용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해도 어떤 일관된 성격이 존재하는 듯했다.

어느덧 베테랑 비트메이커가 된 오타키의 신작 [where is ______?]에서도 그의 탐구가 계속된다. 스스로가 던진 질문에 다각적으로 방정식을 대입해 내고 그것의 결괏값이 비트로 도출된다. 자유롭고 느슨하면서도 정교한 펀치감을 동시에 유지해 내고 있으며, 굳이 끼워 맞춰 말하자면 이는 IDM과 앰비언트, 인더스트리얼의 개선된 문법을 변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잉을 억제하고 있는 동시에 의욕이 엿보인다. 억제되어 있는 음들과 즉흥적인 리듬은 규칙에 지배당하지 않은 채 완전히 자유로운 영역에 진입한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질서를 유지한다. 이는 부정하면서 형성하는 모순을 낳는다. 파괴적인 오브제를 메인으로 하되 이것들은 대체로 명상적인 상태에서 작동하며 신비하게 떨리는 리듬은 어떤 영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입자와 같은 클릭음과 신디 음, 샘플링 소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마치 인간 자신을 건축하는 듯한 감각으로 심장박동 같은 리듬, 그리고 명확한 소리들이 귀로 밀고 들어온다. 그렇게 올려진 건축물 위로는 70년대 초반 프리재즈와 80년대 초반의 소울재즈 사이를 전환하는 화음들이 층을 이룬다. 어긋나지 않는 음향의 배열은 힘을 주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짙은 회색의 분위기를 전달하지만 편곡 자체는 매우 다채롭고 생동감이 넘친다.

[where is ______?]는 창작자의 질문과 그에 상응하는 비트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짜 맞춰 간다. 사운드의 벽이 층층이 쌓아 올려지는 와중 당신은 불안을 감지하다가 즐겁다가 혼란스러워진다. 어둡고 불길한 리프 위로 섬세하게 연주되는 희미한 빛과도 같은 신시사이저는 대조되는 한편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로 모순된 이 의도된 충돌은 초자연적인 혼란에 빠지게끔 유도한다. 반복적이고 강렬하며 후에는 — 긍정적인 의미에서 — 방향 감각을 잃는다.
이상할 정도로 구조적인 소리들이 조립되는 와중 청취자 자신의 음악적 내면을 발견하게끔 독려한다. 이것은 미래 지향적인 소리도, 낡은 과거의 유산도, 그렇다고 현재 유행하는 소리도 아니다. 전자음악이라기보다는 민속음악에 가까운 요소들이 더 많고 이것은 배경과 시대의 구분을 지운다. 몇몇 구조들은 이미지처럼 접근해 오며, 이는 감상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은연중에 새로운 잔향을 지속적으로 남긴다. [where is ______?]는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큰소리로 외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본능적으로 무엇을 좇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짚어보게끔 한다. 의식은 기억을 역류하고 결국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없게 된다.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만들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 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내서 만들어낸 서사이다. (…) 특정 순간들을 선별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며, 그것은 우리의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들 각자는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세부 사항들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며, 그 결과 구축된 이야기들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한다.”
-테드 창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한상철

Executive Producer - Han Byoungjoon (Lobjekta.co)
All Tracks Written and Produced by Otakhee
Recorded and Mixed by Otakhee at 48Recs Studio. Seoul, KR (Oct-Dec 2023)
Digital Mastered by Otakhee
Lacquer Cut by Jason Mitchell at Loud Mastering. UK
Vinyl Pressing and Distribution - Groove Distribution. Chicago, US
Artwork & Design by Birthincage
(P)&(C) 48Recs. K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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