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로도 많은 게 가능한 데이터 시대. 이 때문인지 몰라도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는 누군가를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판단하고, 몇 줄의 글만으로 요약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듯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서로 비슷한 삶의 궤도를 걸었을지라도 저마다 다른 이가 알지 못하는 과정, 감정, 그리고 경험들이 있다. 그렇다면 보이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과 방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마다 맞는 답변이 있겠지만, 대이제(Daisé)의 첫 EP [DAISÉ]는 그 답을 일깨워 줄 작품 중 하나다.

대이제는 흔히 ‘멋’이란 단어로 대변되는 ‘아름다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다. 그의 많은 표현 중에서도 대외적으로 좀 더 알려져 있는 건 시각적인 방식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이제는 하이패션매거진부터 브랜딩 필름, 뮤직비디오까지 그만의 독특한 입맛으로 본연의 멋을 풀어나가는, 다양성(Diversity)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시각적인 매력은 그가 지닌 많은 멋 중에서도 일부분에 불과하며, 진가는 자기 자신을 표현한 음악에서 드러난다.

EP [DAISÉ]는 대이제의 멋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 그 매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까지 제대로 알 수 있는 결과물이다. 대이제는 본인의 포근하고 매력적인 음색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내용물을 위해 눈부신 재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일례로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제이콥(J.cob)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건 물론,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프로듀서의 비트를 통해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준 것이다. 그런데도 외부적인 요소에 포커스가 흔들리지 않고, 작품의 중심에 대이제가 위치해 있다. 그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트랙 위에서 흔들림 없이 그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음악으로 그려 나간다. 덕분에 본작은 알앤비/소울 장르의 일반적인 틀을 벗어난 건 물론, 대이제라는 음악가와 인간 김다영의 매력 이모저모가 드러난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멋스럽다. 그는 EP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여기서 잠시. 사랑이란 소재를 짚고 넘어가자. 사랑은 수많은 음악가의 주 재료이며, 특히 알앤비/소울이라는 장르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얼핏 보면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대이제는 EP에서 사랑이라는 단어에 갇히기는 커녕 오히려 그 의미를 자연스레 확장해 간다. EP의 첫 번째 트랙인 ‘About Love’ 부터가 그렇다. 대이제는 여러 단어를 나열하며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어 나오는 ‘Stereo life is on’은 이러한 관점이 음악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트랙이다. 이렇게 자기애를 찾은 그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설레임을 이야기하고(‘CUPIDO’),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이야기하고(‘Come Inside’), 자신의 사랑을 표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EP [DAISÉ]는 남다른 관찰력을 통해 일상에 깃든 사랑을 찾고, 그것을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주며 자기애를 가진 뒤, 끝내 다른 이에게도 사랑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알앤비/소울이라는 장르 음악의 정수는 물론, 개인의 표현과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좋은 예술 작품의 근본적인 조건까지 제대로 성취했다. 대이제가 자신의 이름을 건 셀프 타이틀을 첫 EP에서 썼다는 것에도 의미가 느껴질 정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그 덕에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누구에게도 함부로 재단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멋’을 음악으로 가득 담은 대이제의 노래를 차근히 감상해보길 바란다. 그의 음악이 여러분의 마음 속 등불까지 밝혀줄 것이다. – 최승인(한국대중음악상, 한국힙합어워드 선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