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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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OF CHAOS
- PNS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24.11.05
- 발매사 : 오감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PNS
1992년 1월 11일 너바나의 [Nevermind] 앨범이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를 끌어내리고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보다 상징적인 사건이 또 있을까. 화려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군림하던 자리를 허름한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커트 코베인이 대신한 것이다. 시대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클 잭슨이 1980년대를 대표했다면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은 1990년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했다.
너바나가 들고 나온 얼터너티브 록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음악이었다. 새로운 시대의 록이었다. 80년대까지 록 음악을 대표했던 헤비메탈도 순식간에 게으르고 외향만을 추구하는 음악이 돼버렸다. 말 그대로의 ‘대안적인(alternative)’ 록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헤비메탈은 북유럽으로 옮겨 갔고,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주류 록 음악 씬은 얼터너티브 혹은 그런지 록 음악의 차지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얼터너티브 록 음악이 주류가 된 적은 없다. 전 세계적 흐름과 무관하게 한국에선 꽤 오랜 시간 헤비메탈이 록 음악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고, 1990년대 중반 인디 씬의 탄생과 함께 펑크와 모던 록이 록 음악의 중심이 되었다. 물론 얼터너티브 록을 표방한 밴드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등장은 지속적이지 못했고, 큰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얼터너티브 록 음악은 잠시 스쳐 지나간 음악이 되었다.
2008년 경력을 시작한 밴드 PNS는 잠시나마의 영광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저 그 강렬한 사운드가 좋았다. 한 인터뷰에서 밴드 멤버들은 자신들이 하려는 음악을 “바위가 절벽에서 툭 떨어지는 묵직한 사운드”라고 표현했다. PNS는 그 거칠면서 묵직한 사운드를 오랜 시간 가꾸어온 밴드다. 급하지 않게 행동했다. 공을 들여 소리들을 만지고 다듬고 연마했다.
2008년, 처음 밴드를 결성했다. 아직 PNS란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렬한 사운드 속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밴드의 일관적인 기조였다. 4년이 지난 2012년이 돼서야 PNS란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사람과 사회, ‘People and Society’의 준말이었다. 음악으로 표현할 많은 사회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 시작한 걸로 치면 16년, PNS로만 따져도 1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기록(record)을 남기지 않은 건 PNS를 향한 아쉬움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음악을 놓은 적은 없었다. 생활인으로서의 일들이 있고, 멤버 교체가 반복됐지만 자신들만의 기록을 위해 계속해서 곡을 만들고 쌓아나갔다. 2020년 ‘Blind’를 발표하고, 지난해에는 두 곡의 싱글 ‘Going Home’과 ‘혼돈의 시간 Part 2’를 공개했다. 그동안 공들여온 소리들을 세상에 꺼낼 시점이 됐다.
[Time Of Chaos]는 PNS가 발표하는 첫 EP다. 그동안 싱글만을 발표해온 PNS에게 이 정도 볼륨은 의미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활동 기간과 비례해 4곡짜리 EP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8분이 넘는 한 곡을 포함해 20분이 넘는 재생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은 무게다. 요즘처럼 2분짜리 곡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들의 진중함이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음반의 시작을 여는 첫 곡 ‘혼돈의 시간 Part 1’은 음반을 대표하는 곡이다. 이미 먼저 발표했던 ‘혼돈의 시간 Part 2’와 연결되는 연작이고, PNS 사운드를 대변하는 곡이기도 하다. 8분이 넘는 시간 동안 PNS는 느릿하게, 묵직하게, 거칠게, 점층적으로 소리를 쌓아나간다. 기타 리프는 선명하게 귀에 와 박히고, 보컬은 두꺼우면서도 공명이 크다. 그 두툼한 사운드 안에서도 기타 솔로는 날카롭게 자신의 역할을 한다. 기타 솔로 뒤에 이어지는 곡의 구성은 이 하나의 곡에 들인 품과 정성을 생각하게 한다.
중독적이면서 주술적인 기타 리프가 시종일관 곡을 이끄는 ‘Burn It Down’,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강조된 ‘그게 바로 너’, 절도 있는 리프와 맞물려 들어가는 코러스의 ‘Dirty Pig’까지, 조금씩 도드라지는 특징을 말했지만, 중독적인 기타 리프와 날카로운 기타 솔로는 모든 곡에 다 적용된다. 그리고 각 곡마다 조금씩 스타일을 바꾸며 다양한 보컬을 들려주는 조봉현의 보컬은 특별히 언급할 만하다.
PNS의 음악을 들으며 ‘벼리다’는 말을 떠올렸다. 한동안 많이 쓰여 요즘은 또 자주 안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란 뜻도 갖고 있다. PNS의 음악이 기술적으론 첫 번째 의미와 잘 어울릴 것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소리를 연마하고 다듬어 지금의 PNS 사운드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 그 사운드를 만들어온 마음을 생각하면 두 번째 의미와 정서적으로 더 강하게 맞닿아있다. 얼터너티브 록은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 음악이지만 이들은 그런 유행 따윈 개의치 않았다. 조급해하지도 않고 쉽게 변심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소리를 찾고 탐구했다. 누군가에겐 비록 4곡짜리 EP겠지만 우직하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온 소리의 집합체다. 오래된 음악을 가지고 만든 지금 시대의 또 다른 대안적인 음악이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 크레딧
composed & Lyrics by PNS
Arranged by PNS
vocal & E.Guitar Cho Bong hyun
E.Guitar Yong Sung nae
Bass Kim Yong hoon
Drum Lee Jin woo
Chorus Cho Bong hyun Yong Sung nae Jeon Ha jung
Recorded by INCHEON MUSIC CREATION CENTER
Mixed by Fuyuhiko Inui at Utopia439
Masterd by Miles Showell@Abbey Road Studios
Artwork by Oyat-1i
Logo Artwork by Seo Hye me
photos by Seo Dong kyun
Production @ Support Incheon Music Creation Center
Bupyeong Cultura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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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가 들고 나온 얼터너티브 록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음악이었다. 새로운 시대의 록이었다. 80년대까지 록 음악을 대표했던 헤비메탈도 순식간에 게으르고 외향만을 추구하는 음악이 돼버렸다. 말 그대로의 ‘대안적인(alternative)’ 록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헤비메탈은 북유럽으로 옮겨 갔고,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주류 록 음악 씬은 얼터너티브 혹은 그런지 록 음악의 차지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얼터너티브 록 음악이 주류가 된 적은 없다. 전 세계적 흐름과 무관하게 한국에선 꽤 오랜 시간 헤비메탈이 록 음악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고, 1990년대 중반 인디 씬의 탄생과 함께 펑크와 모던 록이 록 음악의 중심이 되었다. 물론 얼터너티브 록을 표방한 밴드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등장은 지속적이지 못했고, 큰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얼터너티브 록 음악은 잠시 스쳐 지나간 음악이 되었다.
2008년 경력을 시작한 밴드 PNS는 잠시나마의 영광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저 그 강렬한 사운드가 좋았다. 한 인터뷰에서 밴드 멤버들은 자신들이 하려는 음악을 “바위가 절벽에서 툭 떨어지는 묵직한 사운드”라고 표현했다. PNS는 그 거칠면서 묵직한 사운드를 오랜 시간 가꾸어온 밴드다. 급하지 않게 행동했다. 공을 들여 소리들을 만지고 다듬고 연마했다.
2008년, 처음 밴드를 결성했다. 아직 PNS란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렬한 사운드 속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밴드의 일관적인 기조였다. 4년이 지난 2012년이 돼서야 PNS란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사람과 사회, ‘People and Society’의 준말이었다. 음악으로 표현할 많은 사회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 시작한 걸로 치면 16년, PNS로만 따져도 1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기록(record)을 남기지 않은 건 PNS를 향한 아쉬움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음악을 놓은 적은 없었다. 생활인으로서의 일들이 있고, 멤버 교체가 반복됐지만 자신들만의 기록을 위해 계속해서 곡을 만들고 쌓아나갔다. 2020년 ‘Blind’를 발표하고, 지난해에는 두 곡의 싱글 ‘Going Home’과 ‘혼돈의 시간 Part 2’를 공개했다. 그동안 공들여온 소리들을 세상에 꺼낼 시점이 됐다.
[Time Of Chaos]는 PNS가 발표하는 첫 EP다. 그동안 싱글만을 발표해온 PNS에게 이 정도 볼륨은 의미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활동 기간과 비례해 4곡짜리 EP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8분이 넘는 한 곡을 포함해 20분이 넘는 재생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은 무게다. 요즘처럼 2분짜리 곡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들의 진중함이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음반의 시작을 여는 첫 곡 ‘혼돈의 시간 Part 1’은 음반을 대표하는 곡이다. 이미 먼저 발표했던 ‘혼돈의 시간 Part 2’와 연결되는 연작이고, PNS 사운드를 대변하는 곡이기도 하다. 8분이 넘는 시간 동안 PNS는 느릿하게, 묵직하게, 거칠게, 점층적으로 소리를 쌓아나간다. 기타 리프는 선명하게 귀에 와 박히고, 보컬은 두꺼우면서도 공명이 크다. 그 두툼한 사운드 안에서도 기타 솔로는 날카롭게 자신의 역할을 한다. 기타 솔로 뒤에 이어지는 곡의 구성은 이 하나의 곡에 들인 품과 정성을 생각하게 한다.
중독적이면서 주술적인 기타 리프가 시종일관 곡을 이끄는 ‘Burn It Down’,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강조된 ‘그게 바로 너’, 절도 있는 리프와 맞물려 들어가는 코러스의 ‘Dirty Pig’까지, 조금씩 도드라지는 특징을 말했지만, 중독적인 기타 리프와 날카로운 기타 솔로는 모든 곡에 다 적용된다. 그리고 각 곡마다 조금씩 스타일을 바꾸며 다양한 보컬을 들려주는 조봉현의 보컬은 특별히 언급할 만하다.
PNS의 음악을 들으며 ‘벼리다’는 말을 떠올렸다. 한동안 많이 쓰여 요즘은 또 자주 안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란 뜻도 갖고 있다. PNS의 음악이 기술적으론 첫 번째 의미와 잘 어울릴 것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소리를 연마하고 다듬어 지금의 PNS 사운드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 그 사운드를 만들어온 마음을 생각하면 두 번째 의미와 정서적으로 더 강하게 맞닿아있다. 얼터너티브 록은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 음악이지만 이들은 그런 유행 따윈 개의치 않았다. 조급해하지도 않고 쉽게 변심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소리를 찾고 탐구했다. 누군가에겐 비록 4곡짜리 EP겠지만 우직하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온 소리의 집합체다. 오래된 음악을 가지고 만든 지금 시대의 또 다른 대안적인 음악이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 크레딧
composed & Lyrics by PNS
Arranged by PNS
vocal & E.Guitar Cho Bong hyun
E.Guitar Yong Sung nae
Bass Kim Yong hoon
Drum Lee Jin woo
Chorus Cho Bong hyun Yong Sung nae Jeon Ha jung
Recorded by INCHEON MUSIC CREATION CENTER
Mixed by Fuyuhiko Inui at Utopia439
Masterd by Miles Showell@Abbey Road Studios
Artwork by Oyat-1i
Logo Artwork by Seo Hye me
photos by Seo Dong kyun
Production @ Support Incheon Music Crea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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