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나홀로 뜰 앞에서<산울림 50주년 기념 프로젝트>
cotoba (코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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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3.5/ 4명
  • 발매일 : 2025.02.21
  • 발매사 : 지니뮤직, Stone Music Entertainment
  • 기획사 : 뒤지버엔터앤컬처
록 밴드 코토바가 다시 부르는 김완선의 ‘나홀로 뜰 앞에서’

-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긴장감 넘치는 매스 록 사운드로 변신
‘MZ 김완선’의 탄생? 됸쥬의 매력적 보컬에도 주목

케이팝의 시대에 보아가 있었다면, 프로토-케이팝의 시대에는 김완선이 있었다. 10대 후반
에 데뷔한 김완선은 신비로운 음색과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겸비했다. 댄스 그룹이 아닌 댄스
솔로 가수로 데뷔한 보아가 보여준 무대 장악력을, 김완선은 역시 보조 댄서가 말 그대로 보
조에 머물게 하는 독보적 카리스마로 선구했다. 데뷔 당시는 1986년이었다. 케이팝의 시초로
불리는 H.O.T.가 1996년, 케이팝의 초석이 된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에 출현했으니 빨라
도 한참 빨랐다.

‘나 홀로 뜰 앞에서’는 1987년 김완선 2집에 실린 곡이다. 1986년 1집에서 김완선은 뇌쇄적
인 눈빛과 함께 ‘나 오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 토로하는 첫 소절부터 안방극장에 충
격을 안겼다. 파격의 곡 ‘오늘밤’으로 가요계 앙팡 테리블로서 신고식을 마친 것이다. 김완선
1집 제작을 총괄한 프로듀서가 바로 산울림의 김창훈이었다. ‘오늘밤’을 포함한 앨범 전곡을
작사·작곡하며 초신성의 폭발을 블랙홀처럼 묵묵히 지원한 것이다.

2집 역시 제작을 맡은 김창훈은, ‘나홀로 뜰 앞에서’로 다시 한번 김완선이란 캐릭터가 가
진 손에 잡히지 않는 불가해한 흡인력을 청각적으로 구체화 해냈다. 후속곡인 ‘리듬 속의 그
춤을’(신중현 작사, 작곡)까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김완선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마돈
나’로 우뚝 서게 된다.

이제 솔직한 심정을 밝혀야겠다. 진심으로 반신반의했다. 현재 ‘매스 록(math rock)’ 장르
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밴드 코토바가 ‘나 홀로 뜰 앞에서’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처
음 듣고 나서 이야기다. 왜냐하면 이는 마치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보겠다는 심산처럼 느껴졌
기 때문이다. 원곡에는 정박과 직선의 미학이 가득하다. 곡이 시작하자마자 신스 베이스와 신
스 드럼의 가차 없는 연주는 당대의 뉴웨이브/신스 팝의 영향을 가득 품은 채 단음계의 직설
적인 보컬 멜로디를 태우고 질주한다. 그런데 코토바가 구사하는 매스 록은 무엇인가. ‘수학
록’ 정도로 번역되는 그 느낌이 맞다. 홀수 박자를 포함한 변칙 박자와 폴리리듬(polyrhythm)
의 향연이 이 장르의 정체성이자 정수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곡선으로 어떻게 직선을 그릴까’ 하는 의문은 기우였다. 코토바는 사운드
와 편곡에서 매스 록의 특징을 가져오되 원곡이 지닌 멜랑콜리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 중반부
의 변주에서 매스 록 특유의 변칙적 박자 운용이 돋보이지만, 시종 코토바가 어쩌면 원곡보다
더 극대화하는 것은 원곡의 파토스(사랑 뒤 이별과 쓸쓸함)이다.

뜯어볼수록 코토바의 변주는 영민하다. 우선, 화성 구조가 그렇다. 원곡의 다단조를 내림나
단조로 조옮김하면서 첫 코드를 바꿔버렸다. 1도 화음(B턬 마이너)이 아닌 6도 화음(G턬 마이너)
으로 설정했다. 첫 소절의 ‘그리우면 나홀로 뜰앞에 나와 거닐었었네’의 선율은 그렇게 원곡보
다 더 긴장감을 품고 출발한다. 일부러 노이즈를 내며 거칠게 질척대는 퍼즈(fuzz) 톤의 기타
리프는 적절한 공간감에 실려 되레 전자악기보다 더한 몽환성을 구축한다.

연주만큼이나 빛나는 것은 됸쥬의 보컬이다. 차가우면서도 고혹적이며 비극성까지 담지한
김완선의 보컬을 됸쥬는 마치 오래 전 약속된 운명인 것처럼 재현해 낸다. 80년대 스타일의
신스 팝이 아니라 뜻밖에 매스 록의 휘몰아치는 연주 속에서 고고하게 태풍의 눈처럼….

코토바의 ‘나홀로 뜰 앞에서’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
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
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토바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계속된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Credit]
Song written by 김창훈(Kim Changhoon)

Arranged/Played by

Dafne / Guitar, Producer
DyoN Joo / Vocal, Guitar
Hyerim / Bass
Minsu/ Drums

Recorded/Mixed by Min Sangyong at studio LOG (@studiolog_min)

Mastered by Team Velvet Sound @ Velvet Studio

Art Directing by
하프에잇스튜디오 (HALF8 STUDIO)

Jacket Artwork by
고은(GO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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