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앨범 평점 5/ 2명
- 발매일 : 2025.02.24
- 발매사 : 더 볼트
- 기획사 : 민주노총, 오소리웍스,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추천사〉
“한때 ‘민중가요’란 말이 숭고하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구리게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관심조차 없다. [새노래]는 이 냉정한 현실에서 민중가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짚어보고, 또 다른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각기 다른 여덟 팀의 음악인들이 모여 자신의 세계와 언어로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그 노래들은 포크이기도 하고 록이기도 하고 재즈이기도 하다. 그 음악들 사이에 연대와 희망이라는 민중가요의 미덕은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비록 이 새로움은 광장이 아닌 각자의 방에서 더 잘 어울리는 감상용에 가깝지만, 노래 속 불꽃은 선명하게 뜨겁다.” —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인간이 불멸의 존재라 하더라도 인간관계와 이해관계란 틀 사이에서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연대하고 그 속에 살아가는 존재다. 그것이 없다면 텅 빈 세상에 영혼 없이 관조적으로 어디에 속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사회, 필멸자인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존재한다. 민중가요는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스며 나오는 것이지 돌연한 것은 아니다. 민중가요라고 했을 때 누군가는 이 노래들을 폭력에 얼룩진 송가로, 슬픔에 젖어 든 우울한 편지로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새노래’에 담긴 곡들은 서슴없이 떠오르는 밝은 날처럼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와 끊임없는 인내가 담겼다. 이 노래들 속에는 무언가 두려운 사람들이 품은 어둠을 걷어내고 삶을 지속하기 위해 빛을 간직하고자 하는 희망이 있고 마음이 있다.” — 조혜림(음악 콘텐츠 기획자)
“고등학교 시절, 졸업한 문예부 선배가 찾아왔다. 그는 사회 문제에 관심 있던 나를 따로 불러 학생 운동을 권했다. 겉으론 그러겠다 하고서 속으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는? 그가 들려 민중가요가 촌스러웠기 때문. 당시 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내 까다로운 음악 취향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음악 취향은 여전하지만 그때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 중년이 됐다. 그런 내게 즐겨 듣고 따라 부르고 싶은 21세기 민중가요로 채워진 [새노래]의 발매는 참 반갑다. 세상은 갈수록 극단을 향해 가는데 음악은 왜 아직도 아름다운지 괴로울 때가 있다. [새노래]는 그 괴로움을 견딜 힌트를 들려주는 앨범이다.” — 하박국(영기획YOUNG,GIFTED&WACK 대표)
〈라이너노트〉
이제는 듣고 부르고 나눌 시간이다
—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우리에게는 민중가요가 있다. 민중가요의 역사가 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지는 민중가요의 시간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과 맞물린다. 민중가요를 만드는 창작자가 없어 기존의 노래들을 빌려 쓰다가 전문창작자가 등장하고 수십만의 시위대가 함께 노래하는 변화는 장엄하다. 얼마나 많은 노래들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창작자가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렀는지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다. 민중가요는 평화롭고 자주적이고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하나된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열망을 대변했다. 그들의 삶을 다독이고 단단하게 어깨 걸게 했다. 수많은 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싸우고 각오를 다졌다. 노래처럼 살고자 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지금이 민중가요의 시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변했다. 광장의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은 촛불시민이고, 그들에게는 케이팝이나 대중음악이 훨씬 친숙하다. 시민사회단체의 집회와 행사에서는 민중가수보다 인디 음악인들이 더 자주 노래한다.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 이어진 집회에서 케이팝과 응원봉이 화제가 된 이유다. 이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민중가요라고 부르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에스파의 곡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시대에는 민중가요를 새롭게 정의하고 바꾸어 명명해야 할지 모른다.
민주노총이 만든 컴필레이션 《새노래》는 이러한 변화에 조응하려는 노력이다.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가 음반 제작을 맡고, 공익법인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프로젝트 기획·운영을 맡은 음반에는 8팀의 음악가가 참여했다. 정민아, 황푸하, 박근홍, 선과영, 예람, 여유와 설빈, 단편선 순간들, 정수민이다. 현재의 대중음악을 귀 기울여 듣는다면 이름만으로 결과물을 기대하게 될 면면이다. 반면 꽃다지, 노래를찾는사람들, 안치환, 우리나라 같은 이름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이 또한 변화다.
여덟 팀의 음악가들은 기존 민중가요를 다시 부르거나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 〈인터내셔널가〉, 〈우산〉, 〈그날이 오면〉, 〈철의 노동자〉가 전자라면 〈나의 세상〉, 〈바꿔야해〉, 〈지도를 태워서〉, 〈방관자〉는 후자다. 이 8곡의 노래는 모두 새로운 노래가 되려는 노래들이다.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아 있지 않는 노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려는 노래들은 기존 민중가요와는 다른 태도의 사운드로 다가온다. 이 노래들에는 민중가요 특유의 무게감이 없다. 듣는 이를 압도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익숙한 투쟁의 언어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심심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곁에 두고 듣거나 같이 듣자고 청하기는 훨씬 쉬워졌다. 가야그머 정민아가 연주한 〈인터내셔널가〉에는 싸우는 이들의 정결한 염원이 어룽거린다. 황푸하의 〈나의 세상〉은 민중가요 초창기 노래패 메아리의 곡에서 배어나왔던 순수함을 되살린다. 간절하게 싸워본 사람은 “내 싸움은 외롭고 / 나의 주먹 안에 담긴 사랑을 / 이해할 수 있을까 / 내 눈물은 어려워 / 내 구호는 서럽고 / 나약한 목소리 안에 진실을 /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노랫말을 눈물 없이 마주하지 못할 테다. 록커 박근홍은 투쟁가에 담았던 의지를 간명하고 록킹한 노래로 분출한다.
민중가요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인 〈우산〉을 알아보고 부활시켰다는 사실은 이 음반의 매력 중 하나다. 듀오 선과영은 단편선과 함께 오르간과 신시사이저 등을 활용해 보사노바로 빚은 원곡의 아름다움을 복고적인 팝의 질감으로 전환시켰다. 쓸쓸한 목소리로 사로잡는 싱어송라이터 예람은 “타버린 재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마음을 노래하며 사이키델릭한 여운을 전달한다. 여유와 설빈의 〈방관자〉는 단정적인 말들의 세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움을 노래하는데, 아련하고 몽롱한 아름다움이 넘실거리는 곡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한편 민중가요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를 고른 단편선 순간들의 〈그날이 오면〉은 원곡의 호흡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는다. 과감한 변화 대신 유려한 서사와 뜨거운 열망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이 연주한 〈철의 노동자〉의 몫이다. 격정적인 투쟁가는 민주노조운동의 격랑을 껴안고 비장하게 흘러간다.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은 음악가 단편선은 여러 음반을 프로듀싱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들어도 지겹지 않은 음악, 음악팬들이 들어도 반할 음악들을 뽑아냈다. 민중가요의 전형에서 벗어난 음악이지만 지금의 광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음악이다. 간절한 마음과 순정한 마음이 2025년의 사운드에 담겼다. 이제 이 노래들을 진정한 새 노래로 만들어내는 일은 듣는 이들의 몫이다. 듣고 부르고 나눌 시간이다.
〈CREDITS〉
제작 민주노총
기획 김준영(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민주노총 단편선 @오소리웍스
운영 민주노총 단편선
협력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음반 프로듀서 단편선
마스터링 강승희 @소닉코리아마스터링스튜디오
디자인ˑ일러스트 이소
음원 배급 더볼트
음반 배급 뮤직버스
01. 정민아 — 인터내셔널가
작시 외젠 포티에Eugène Pottier
작곡 피에르 드게테르Pierre De Geyter
편곡 정민아 단편선
가야금ˑ목소리 정민아
사운드 디자인 단편선
내레이션은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로 쓰인 외젠 포티에의 시 “L'Internationale”에서 인용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VoiceOfSeoul의 비디오 “전국집중촛불 행진 연속고공촬영 ( no-cut )”(2022.11.21.)의 오디오를 샘플링
레코딩 이승환 한지훈 @숲레코드
믹싱 이승환 @숲레코드
02. 황푸하 — 나의 세상
작사ˑ작곡 황푸하
편곡 황푸하 복다진
노래 황푸하
피아노 복다진
트럼펫 최규민
레코딩ˑ믹싱 민상용 @스튜디오 로그
03. 박근홍 — 바꿔야해
작사ˑ편곡 박근홍
작곡 박근홍 이상훈 정현규 장민규
노래ˑ코러스 박근홍
드럼 정현규
일렉트릭 베이스 장민규
일렉트릭 기타 이상훈
레코딩 박근홍 장민규 박진서 @스튜디오 제이스웍스
믹싱 박진서 @스튜디오 제이스웍스
04. 선과영 — 우산
작사ˑ작곡 안석희
편곡 단편선 한군
노래 복태
코러스 한군 단편선
콘트라베이스 정수민
포크 기타ˑ드럼머신 한군
오르간ˑ신디사이저 단편선
레코딩ˑ믹싱 천학주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05. 예람 — 지도를 태워서
작사ˑ작곡 예람
편곡 예람 임남훈
노래ˑ포크 기타ˑ일렉트릭 기타 예람
일렉트릭 베이스 조건희
퍼커션 임남훈
레코딩ˑ믹싱 임남훈
06. 여유와 설빈 — 방관자
작사ˑ작곡 여유
편곡 여유 단편선
노래 여유 설빈
포크기타 여유
사운드 디자인 단편선
레코딩ˑ믹싱 천학주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07. 단편선 순간들 — 그날이 오면
작사ˑ작곡 문승현
편곡 단편선 이보람 송현우 박재준 박장미
노래ˑ포크 기타 단편선
코러스 단편선 이보람 박장미
드럼 박재준
일렉트릭 베이스 송현우
업라이트 피아노 이보람
일렉트릭 기타 박장미 단편선
드럼 레코딩 박재준 박장미
레코딩 박장미 단편선
믹싱 박장미
08. 정수민 — 철의 노동자
작곡 안치환
편곡 정수민
콘트라베이스 정수민
업라이트 피아노 이보람
레코딩ˑ믹싱 민상용 @스튜디오 로그
〈함께 제작해주신 분들〉
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넥슨스타팅포인트 노키아 노동조합 대륜이엔에스 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 서비스연맹 스마일게이트지회 전국민주일반노조 강원본부 전국플랜트노동조합 전북지부 정보경제연맹 지멘스에너지노동조합 크루유니언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
개인
강한솔 경소영 고푼푼 구파란 김성운 김세림 김순정 김시윤 김영민_미술관옆동물원 김우린 김준영 김진희 김현희 꼬막 나프앤조제 노은아 늴풍천굿 다원 둥 말로장생 맹렬우주한량 민성예슬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함재규 민주노총 사무총장 고미경 민주노총 청년부위원장 이겨레 민혜인 박성훈 박수연 박순향 박스고양이 박윤숙 박정옥 박지철 박지형 박채린 박형록 비탄견 서승욱 성현 소심이 손세호 송김정주은희 스튜디오 하프-보틀 시현석 신명재 심민희 쌔미 아모 얄개들 양지영 어서어서 어형종 오세윤 오연경 윤도영 은하 이다정 이동교 이동훈 이라 이병용 이수진 이연수 이영남 이은아 이주환 임한울 장숙희 장승석 전유택 전재민 조민서 조아라 주영호 지영주 차상준 최은철 최지현 취중선 튼트넬라 표은지 한다혜 한소년 함월 혜경 홍세기 홍현미 흑심이 C급 시네필 Dr.Choi Magic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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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민중가요’란 말이 숭고하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구리게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관심조차 없다. [새노래]는 이 냉정한 현실에서 민중가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짚어보고, 또 다른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각기 다른 여덟 팀의 음악인들이 모여 자신의 세계와 언어로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그 노래들은 포크이기도 하고 록이기도 하고 재즈이기도 하다. 그 음악들 사이에 연대와 희망이라는 민중가요의 미덕은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비록 이 새로움은 광장이 아닌 각자의 방에서 더 잘 어울리는 감상용에 가깝지만, 노래 속 불꽃은 선명하게 뜨겁다.” —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인간이 불멸의 존재라 하더라도 인간관계와 이해관계란 틀 사이에서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연대하고 그 속에 살아가는 존재다. 그것이 없다면 텅 빈 세상에 영혼 없이 관조적으로 어디에 속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사회, 필멸자인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존재한다. 민중가요는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스며 나오는 것이지 돌연한 것은 아니다. 민중가요라고 했을 때 누군가는 이 노래들을 폭력에 얼룩진 송가로, 슬픔에 젖어 든 우울한 편지로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새노래’에 담긴 곡들은 서슴없이 떠오르는 밝은 날처럼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와 끊임없는 인내가 담겼다. 이 노래들 속에는 무언가 두려운 사람들이 품은 어둠을 걷어내고 삶을 지속하기 위해 빛을 간직하고자 하는 희망이 있고 마음이 있다.” — 조혜림(음악 콘텐츠 기획자)
“고등학교 시절, 졸업한 문예부 선배가 찾아왔다. 그는 사회 문제에 관심 있던 나를 따로 불러 학생 운동을 권했다. 겉으론 그러겠다 하고서 속으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는? 그가 들려 민중가요가 촌스러웠기 때문. 당시 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내 까다로운 음악 취향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음악 취향은 여전하지만 그때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 중년이 됐다. 그런 내게 즐겨 듣고 따라 부르고 싶은 21세기 민중가요로 채워진 [새노래]의 발매는 참 반갑다. 세상은 갈수록 극단을 향해 가는데 음악은 왜 아직도 아름다운지 괴로울 때가 있다. [새노래]는 그 괴로움을 견딜 힌트를 들려주는 앨범이다.” — 하박국(영기획YOUNG,GIFTED&WACK 대표)
〈라이너노트〉
이제는 듣고 부르고 나눌 시간이다
—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우리에게는 민중가요가 있다. 민중가요의 역사가 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지는 민중가요의 시간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과 맞물린다. 민중가요를 만드는 창작자가 없어 기존의 노래들을 빌려 쓰다가 전문창작자가 등장하고 수십만의 시위대가 함께 노래하는 변화는 장엄하다. 얼마나 많은 노래들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창작자가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렀는지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다. 민중가요는 평화롭고 자주적이고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하나된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열망을 대변했다. 그들의 삶을 다독이고 단단하게 어깨 걸게 했다. 수많은 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싸우고 각오를 다졌다. 노래처럼 살고자 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지금이 민중가요의 시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변했다. 광장의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은 촛불시민이고, 그들에게는 케이팝이나 대중음악이 훨씬 친숙하다. 시민사회단체의 집회와 행사에서는 민중가수보다 인디 음악인들이 더 자주 노래한다.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 이어진 집회에서 케이팝과 응원봉이 화제가 된 이유다. 이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민중가요라고 부르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에스파의 곡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시대에는 민중가요를 새롭게 정의하고 바꾸어 명명해야 할지 모른다.
민주노총이 만든 컴필레이션 《새노래》는 이러한 변화에 조응하려는 노력이다.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가 음반 제작을 맡고, 공익법인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프로젝트 기획·운영을 맡은 음반에는 8팀의 음악가가 참여했다. 정민아, 황푸하, 박근홍, 선과영, 예람, 여유와 설빈, 단편선 순간들, 정수민이다. 현재의 대중음악을 귀 기울여 듣는다면 이름만으로 결과물을 기대하게 될 면면이다. 반면 꽃다지, 노래를찾는사람들, 안치환, 우리나라 같은 이름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이 또한 변화다.
여덟 팀의 음악가들은 기존 민중가요를 다시 부르거나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 〈인터내셔널가〉, 〈우산〉, 〈그날이 오면〉, 〈철의 노동자〉가 전자라면 〈나의 세상〉, 〈바꿔야해〉, 〈지도를 태워서〉, 〈방관자〉는 후자다. 이 8곡의 노래는 모두 새로운 노래가 되려는 노래들이다.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아 있지 않는 노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려는 노래들은 기존 민중가요와는 다른 태도의 사운드로 다가온다. 이 노래들에는 민중가요 특유의 무게감이 없다. 듣는 이를 압도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익숙한 투쟁의 언어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심심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곁에 두고 듣거나 같이 듣자고 청하기는 훨씬 쉬워졌다. 가야그머 정민아가 연주한 〈인터내셔널가〉에는 싸우는 이들의 정결한 염원이 어룽거린다. 황푸하의 〈나의 세상〉은 민중가요 초창기 노래패 메아리의 곡에서 배어나왔던 순수함을 되살린다. 간절하게 싸워본 사람은 “내 싸움은 외롭고 / 나의 주먹 안에 담긴 사랑을 / 이해할 수 있을까 / 내 눈물은 어려워 / 내 구호는 서럽고 / 나약한 목소리 안에 진실을 /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노랫말을 눈물 없이 마주하지 못할 테다. 록커 박근홍은 투쟁가에 담았던 의지를 간명하고 록킹한 노래로 분출한다.
민중가요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인 〈우산〉을 알아보고 부활시켰다는 사실은 이 음반의 매력 중 하나다. 듀오 선과영은 단편선과 함께 오르간과 신시사이저 등을 활용해 보사노바로 빚은 원곡의 아름다움을 복고적인 팝의 질감으로 전환시켰다. 쓸쓸한 목소리로 사로잡는 싱어송라이터 예람은 “타버린 재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마음을 노래하며 사이키델릭한 여운을 전달한다. 여유와 설빈의 〈방관자〉는 단정적인 말들의 세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움을 노래하는데, 아련하고 몽롱한 아름다움이 넘실거리는 곡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한편 민중가요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를 고른 단편선 순간들의 〈그날이 오면〉은 원곡의 호흡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는다. 과감한 변화 대신 유려한 서사와 뜨거운 열망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이 연주한 〈철의 노동자〉의 몫이다. 격정적인 투쟁가는 민주노조운동의 격랑을 껴안고 비장하게 흘러간다.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은 음악가 단편선은 여러 음반을 프로듀싱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들어도 지겹지 않은 음악, 음악팬들이 들어도 반할 음악들을 뽑아냈다. 민중가요의 전형에서 벗어난 음악이지만 지금의 광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음악이다. 간절한 마음과 순정한 마음이 2025년의 사운드에 담겼다. 이제 이 노래들을 진정한 새 노래로 만들어내는 일은 듣는 이들의 몫이다. 듣고 부르고 나눌 시간이다.
〈CREDITS〉
제작 민주노총
기획 김준영(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민주노총 단편선 @오소리웍스
운영 민주노총 단편선
협력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음반 프로듀서 단편선
마스터링 강승희 @소닉코리아마스터링스튜디오
디자인ˑ일러스트 이소
음원 배급 더볼트
음반 배급 뮤직버스
01. 정민아 — 인터내셔널가
작시 외젠 포티에Eugène Pottier
작곡 피에르 드게테르Pierre De Geyter
편곡 정민아 단편선
가야금ˑ목소리 정민아
사운드 디자인 단편선
내레이션은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로 쓰인 외젠 포티에의 시 “L'Internationale”에서 인용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VoiceOfSeoul의 비디오 “전국집중촛불 행진 연속고공촬영 ( no-cut )”(2022.11.21.)의 오디오를 샘플링
레코딩 이승환 한지훈 @숲레코드
믹싱 이승환 @숲레코드
02. 황푸하 — 나의 세상
작사ˑ작곡 황푸하
편곡 황푸하 복다진
노래 황푸하
피아노 복다진
트럼펫 최규민
레코딩ˑ믹싱 민상용 @스튜디오 로그
03. 박근홍 — 바꿔야해
작사ˑ편곡 박근홍
작곡 박근홍 이상훈 정현규 장민규
노래ˑ코러스 박근홍
드럼 정현규
일렉트릭 베이스 장민규
일렉트릭 기타 이상훈
레코딩 박근홍 장민규 박진서 @스튜디오 제이스웍스
믹싱 박진서 @스튜디오 제이스웍스
04. 선과영 — 우산
작사ˑ작곡 안석희
편곡 단편선 한군
노래 복태
코러스 한군 단편선
콘트라베이스 정수민
포크 기타ˑ드럼머신 한군
오르간ˑ신디사이저 단편선
레코딩ˑ믹싱 천학주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05. 예람 — 지도를 태워서
작사ˑ작곡 예람
편곡 예람 임남훈
노래ˑ포크 기타ˑ일렉트릭 기타 예람
일렉트릭 베이스 조건희
퍼커션 임남훈
레코딩ˑ믹싱 임남훈
06. 여유와 설빈 — 방관자
작사ˑ작곡 여유
편곡 여유 단편선
노래 여유 설빈
포크기타 여유
사운드 디자인 단편선
레코딩ˑ믹싱 천학주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07. 단편선 순간들 — 그날이 오면
작사ˑ작곡 문승현
편곡 단편선 이보람 송현우 박재준 박장미
노래ˑ포크 기타 단편선
코러스 단편선 이보람 박장미
드럼 박재준
일렉트릭 베이스 송현우
업라이트 피아노 이보람
일렉트릭 기타 박장미 단편선
드럼 레코딩 박재준 박장미
레코딩 박장미 단편선
믹싱 박장미
08. 정수민 — 철의 노동자
작곡 안치환
편곡 정수민
콘트라베이스 정수민
업라이트 피아노 이보람
레코딩ˑ믹싱 민상용 @스튜디오 로그
〈함께 제작해주신 분들〉
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넥슨스타팅포인트 노키아 노동조합 대륜이엔에스 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 서비스연맹 스마일게이트지회 전국민주일반노조 강원본부 전국플랜트노동조합 전북지부 정보경제연맹 지멘스에너지노동조합 크루유니언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
개인
강한솔 경소영 고푼푼 구파란 김성운 김세림 김순정 김시윤 김영민_미술관옆동물원 김우린 김준영 김진희 김현희 꼬막 나프앤조제 노은아 늴풍천굿 다원 둥 말로장생 맹렬우주한량 민성예슬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함재규 민주노총 사무총장 고미경 민주노총 청년부위원장 이겨레 민혜인 박성훈 박수연 박순향 박스고양이 박윤숙 박정옥 박지철 박지형 박채린 박형록 비탄견 서승욱 성현 소심이 손세호 송김정주은희 스튜디오 하프-보틀 시현석 신명재 심민희 쌔미 아모 얄개들 양지영 어서어서 어형종 오세윤 오연경 윤도영 은하 이다정 이동교 이동훈 이라 이병용 이수진 이연수 이영남 이은아 이주환 임한울 장숙희 장승석 전유택 전재민 조민서 조아라 주영호 지영주 차상준 최은철 최지현 취중선 튼트넬라 표은지 한다혜 한소년 함월 혜경 홍세기 홍현미 흑심이 C급 시네필 Dr.Choi Magic1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