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휘청이던 나비와 자유롭지 못한 커튼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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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2.5/ 2명
  • 발매일 : 2025.03.13
  • 발매사 : 퍼플파인 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정승훈
E.P. 휘청이던 나비와 자유롭지 못한 커튼

1. 기꺼이 넘어질 거예요

너의 친절에 자리 잡고 어림 일 년쯤 살았다
얼굴 붉힘 정도의 내색을 밀어 넣고
귀걸이가 예쁘다는 말이나 해야 했을 때
차마 뒷걸음질로 간 아무 곳에서
벽돌집 벽의 균열에 한눈이나 팔렸다

2. 용감은 옷장에 개어지고

어릴 적 나는 종종 담요를 등에 두르곤
거실을 날아다니는 시늉을 했다
세상 모든 곳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던 용감은
이불 개는 습관이 들 무렵 옷장 한구석에 처박혔다

세탁을 거듭해도 여전히 두른 적 없던 담요를 툭 집었다가
보풀이 손끝에 걸려 울어버렸다

종이학을 접었다
그 날개가 너무 커, 유리병에 들어가지 않는 날개를 꺾었다
아름다운 날개가 단순히 종잇장이 되어서도
매년 삼월 하순이면 목을 꺾어달라 소리친다

3. 집채만 한 날갯짓으로

크레파스로 오늘의 기분대로 그려지는 모양에서
휘청거리는 나비 같다거나, 자유롭지 못한 커튼 같다거나
나 말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들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며
낙서 하기를 좋아했던 난, 이름이 붙자 약동하는 낙서를 애증했다

4. 미움만이 자랐나 보다

부유하는 단어들을 집어다
더금더금 넣고 하루 이틀 더 끓이다 보면
희끄무레 남은 솔직함도 불순물처럼 떠오르려나

나를 참칭하는 것이 역겨워
나를 혐오하는 웃자란 나는
어느 집 창가에서 자라고 있을까

밤을 새워 고뇌해도 짧아지는 지우개로
그 간극마저 지울 수는 없었나 보다

지우개의 몸체는
나의 유한함을 표상하는 듯
내가 지우고 싶은 모습과 맞서
그 끝을 향해 소진될 뿐

나를 지워내며 되려 했던 모습에서
한 뼘의 거리도 채 지우지 못하고
형편없이 부서진 지우개 가루만 손바닥 위로 보고 있으면
분명, 나와 나 사이에 불가시적인 커다란 벽이 있는 듯하다

Credit

All
Lyrics / 정승훈
Composed / 정승훈
Arranged / 정승훈
Vocal / 정승훈
Piano / 정승훈
Synths / 정승훈
Midi programming / 정승훈

Acoustic guitar / 김기림 track 1, 2, 3
Electric guitar / 김기림 track 1, 2, 3, 4
Bass / 조윤상 track 2, 3, 4
Cello / 박해덕 track 1
Drum / 은주현 track 2, 3

Artwork / 정승훈

Mixed by Jhan(Assist, TonY) @Hanstudio
Mastered by Jhan @Han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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