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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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의시대
- 이상의날개
- 앨범 평점 4/ 36명
- 발매일 : 2011.03.17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LOCH Arts & Music
통속적이지 않은 통속성 / 타고 남은 재는 부드럽다.
이상의날개 [상실의시대]
아름다운 사진도 결국 흔적일 뿐이다. 닿지 못한, 혹은 담지 못한 것에 대한 상념은 많은 음악을 낳았다. 하지만 결은 다양하다. 호수 옆을 지나는 차 안에서 이상의날개를 처음 들었을 때 이탈리아에서 체념과 무력감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노벰브레(Novembre)를 떠올린 것도 그 결이 통했기 때문이다. 또한 상실은 가졌던 걸 잃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가질 수 없기에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녁이 되면 가로등이 커다란 감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도시에 살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그 도시는 자기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꿈을 꿀 순 있어도 가질 순 없음을 알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이상의 날개가 통속성을 통속적이지 않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사유와 관련 있을 것이다.
[상실의시대]는 팝의 선율과 록 사운드 그리고 공간감을 일관된 정서 아래 품는다. 차분한 보컬과 건반이 천천히 움직이고 기타와 베이스는 더 낮게 엎드리는 “메멘토”, 정통의 연주와 실험적인 효과를 접목한 “끝”은 Detuned Radio 시절에 발표한 버전을 잇고 있다. 그러면서 단조롭지 않은 리듬과 전개 그리고 일렉트로닉 터치로 이루어진 “섬”에서 보듯이 관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려 한다. 특히, 이른바 가요정서와 건반이 두드리는 멜로디의 서정이 비장한 록의 어법에 7분 동안 녹아드는 “상실의 시대”와 우울한 팝 센스가 번져간 “향기”는 이상의 날개가 펼쳐나갈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곡들이다.
구체적인 기억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태도가 [상실의시대]의 반딧불이가 되어, 혹은 연처럼 떠올라 흐르는 달이 되어 얼굴 모르는 이들을 공감케 한다. 대면할 때보다 관념에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고, 인간에겐 과거를 낭만화 하는 성향이 있으며, 타고 남은 재는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한 대중적인 록은 많다. 그러나 아련함까지 불러내는 밴드는 많지 않다. 퇴행적인 무드에 빠질 수 있는 소재로 색다른 동감을 형성하는 음반은 많지 않다. 자기만의 말투를 지닌 이상의날개와 [상실의시대]에서 그 가능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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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날개 [상실의시대]
아름다운 사진도 결국 흔적일 뿐이다. 닿지 못한, 혹은 담지 못한 것에 대한 상념은 많은 음악을 낳았다. 하지만 결은 다양하다. 호수 옆을 지나는 차 안에서 이상의날개를 처음 들었을 때 이탈리아에서 체념과 무력감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노벰브레(Novembre)를 떠올린 것도 그 결이 통했기 때문이다. 또한 상실은 가졌던 걸 잃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가질 수 없기에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녁이 되면 가로등이 커다란 감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도시에 살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그 도시는 자기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꿈을 꿀 순 있어도 가질 순 없음을 알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이상의 날개가 통속성을 통속적이지 않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사유와 관련 있을 것이다.
[상실의시대]는 팝의 선율과 록 사운드 그리고 공간감을 일관된 정서 아래 품는다. 차분한 보컬과 건반이 천천히 움직이고 기타와 베이스는 더 낮게 엎드리는 “메멘토”, 정통의 연주와 실험적인 효과를 접목한 “끝”은 Detuned Radio 시절에 발표한 버전을 잇고 있다. 그러면서 단조롭지 않은 리듬과 전개 그리고 일렉트로닉 터치로 이루어진 “섬”에서 보듯이 관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려 한다. 특히, 이른바 가요정서와 건반이 두드리는 멜로디의 서정이 비장한 록의 어법에 7분 동안 녹아드는 “상실의 시대”와 우울한 팝 센스가 번져간 “향기”는 이상의 날개가 펼쳐나갈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곡들이다.
구체적인 기억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태도가 [상실의시대]의 반딧불이가 되어, 혹은 연처럼 떠올라 흐르는 달이 되어 얼굴 모르는 이들을 공감케 한다. 대면할 때보다 관념에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고, 인간에겐 과거를 낭만화 하는 성향이 있으며, 타고 남은 재는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한 대중적인 록은 많다. 그러나 아련함까지 불러내는 밴드는 많지 않다. 퇴행적인 무드에 빠질 수 있는 소재로 색다른 동감을 형성하는 음반은 많지 않다. 자기만의 말투를 지닌 이상의날개와 [상실의시대]에서 그 가능성을 본다.